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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고 답답하고 '가을타는' 남자, 혹시 우울증이..


“몸이 피로하고 나른하다.” “아침에 기운이 없다.” “목덜미나 어깨가 뻐근해서 못 견딜 때가 있다.” “머리가 아플 때가 있다.” “잠을 못 이루고 아침 일찍 잠이 깨는 일이 있다.” “숨이 막히는 것 같고 가슴이 답답할 때가 있다.” “목구멍 속에 무엇이 걸려 있는 것 같다.” “토론이나 회의 때 그 분위기에 열중할 수가 없다.”

‘남자의 계절’이라 불리는 가을철에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남성들이 적지 않다. 누구나 이들 증상 가운데 한두 가지를 일시적으로는 경험할 수 있지만 몇 주 동안 이들 증상의 절반 이상을 느끼게 되면 전문의와 상담해야 할 수준의 우울증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요즘같이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뀌면 햇볕을 쬐는 시간이 감소하면서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멜라토닌이라는 신경물질의 양이 감소해 증세가 심해질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남성이 스스로 우울증 증세를 알지 못하거나 알고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가족 등 주변인의 세심한 관찰과 배려가 필요하다.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남성들은 흔히 고독감이나 우울감이 들면 스스로 정신적으로 나약해진 탓으로 돌리기 쉽다. 또 우울증으로 생기는 두통, 만성피로 등 다양한 신체 증상에 대해서도 내과적인 원인만 찾으려 할 뿐 정신과적인 우울증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실제 우울증은 단순히 마음의 병 정도로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으나 심리적인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게 정신과 전문의의 지적이다. 우울증은 뇌의 질병으로 뇌 속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하거나 부조화를 이룰 때 발생한다. 이와 함께 남성을 더욱 남자답게 해주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다른 계절보다 가을에 많이 분비되면서 가을에 남성들이 기분이 가라앉는 등 감정적인 변화를 겪고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가정이나 사회에서의 책임감이나 압박감이 계절적 요인과 합쳐지면서 우울증이 심화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성생활에서 장애가 오거나 성욕이 떨어지면서 남성으로서의 자신감을 상실하게 되는 점도 우울증을 더하게 할 수 있다.

◆남성 우울증이 여성 우울증에 비해 보다 극단적인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전 세계 남성의 5∼12%, 여성의 10∼25%가 평생에 한 번은 경험하는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인류를 괴롭히는 세계 3대 질환’으로 꼽는 것이 우울증이다. 2020년이 되면 우울증이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질환 중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문의들이 강조하는 것은 우울증은 환자 스스로의 의지만으로 좋아지기 힘들고,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낫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남성은 우울증에 걸리면 단순히 감정이 가라앉는 것이 아니라 흥분증세를 보이기도 하며, 가족 등 주변 사람들에게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우울증이 심화되면 소화불량, 두통, 요통, 근육통, 과호흡 등 다양한 질병을 동반하기도 하고 정상인에 비해 심근경색의 위험이 5배 이상 높으며 사망률도 정상인보다 3배 이상 높다.

우울증은 그 자체만으로도 심각하다. 초조, 후회, 죄책감, 절망감, 우울한 망상은 심한 경우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도 우울증 환자 3명 가운데 2명은 자살을 생각하고, 그 중 10∼15%는 자살을 시도한다는 통계도 있다. 그중에서도 남성 우울증은 여성 우울증에 비해 자살 위험성이 무려 4배 높다.

특이한 점은 남성들은 자존심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치료를 받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나약해져 도움을 받는 것은 패배라는 인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주의의 도움을 청하기보다는 술을 마시거나 운동하는 등의 다른 방법으로 덮어두려 한다. 자살 시도를 많이 하는 것은 여성 환자이나 실제 자살에 이르는 경우는 남성 환자가 훨씬 많다.

◆약물 치료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우울증은 약물 치료와 정신과 치료가 병행해야 제대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약물 치료는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찾아주는 것인데도 우울증 환자들이 대체로 약물치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우울증 약물의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뿐더러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우울증약의 부작용이 지적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안전하고 부작용이 없는 우울증 치료 약물들이 많이 개발돼 있으며 실제 신속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약물 치료와 함께 보다 근원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정신과 치료는 필수적이다. 사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한 편견으로 치료에 나선다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 치료를 통해 문제 해결 방법이나 스트레스 해소 방법, 대인 관계 유지 방법 등에 대해 도움을 얻음으로써 환자는 자신의 질병에 대해 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혼자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주변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적극적으로 생활하도록 한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도움말: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이민수 교수, 순천향대병원 정신과 한상우 교수〉〉

■정신과 전문의가 제시하는 생활 속 우울증 예방법
1 술과 카페인을 피하고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는다.
2 규칙적으로 적당량의 식사를 한다.
3 하루 30분씩 일주일에 3회 이상 운동을 한다.
4 담배를 끊는다
5 자주 많이 웃는다.
6 여유 있게 스케줄을 짠다.
7 욕심을 버리고 체념하는 법을 배운다.
8 햇볕을 하루 20분 이상 쬔다.
9 육류를 적게 먹는다.
10 물을 하루 8잔 이상 마신다.

세계일보 2008.10.03 10:39

http://www.segye.com/Articles/NEWS/CULTURE/Article.asp?aid=20081002003331&subctg1=&subctg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