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인생 위한 실버둥지들

21세기 부모들은 자녀들과 함께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최근 국토연구원이 서울과 지방 소도시 거주 65세 이상 8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1%가 '자녀와 따로 살겠다'고 응답했다.

황혼 독립을 꿈꾸는 이들의 최대 고민은 하루 세끼 식사와 아플 때 수발들어줄 손이 없다는 것. 일명 실버타운으로 불리는 유료 노인복지주택은 바로 이런 문제들을 전문가들이 나서서 해결해 줄 뿐만 아니라 말벗이 될 이웃까지 마련해준다.

주거 공간을 중심으로 의료시설과 각종 오락시설, 체력단련 시설 등 각종 서비스 시설을 갖춘 복합주거단지인 실버타운이 국내에 도입된 것은 불과 20년 전이다. 1988년 사회복지법인 재성이 경기도 수원에 문을 연 유당마을이 효시다. 이후 90년대 중반에는 서울 시내에도 생겼다.

부부 중 한 사람이 만60세를 넘어야 입주할 수 있으며, 경제적 여건에 따라 분양받거나 임대할 수 있다. 수요자 선택기준에 따라 종합 시설 중시형, 교통 중시형, 주거 중시형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실버타운 대부분은 종합적인 시설을 갖추고 있으므로 입지 조건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 효율적이다.

◇도심 전원형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전원을 즐길 수 있다. 유당마을, 국내 최고급 실버타운으로 꼽히는 노블카운티가 대표적인 곳이다. 수원 광교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어 풍광이 뛰어난 유당마을은 서울과 1시간 거리다. 중산층들에 인기가 높다.

2001년 삼성생명공익재단이 경기도 용인에 개관한 노블카운티는 신갈저수지와 경희대 캠퍼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관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지역 주민들에 어린이집, 스포츠·문화센터 등 시설을 개방해 노인뿐 아니라 젊은이와 아이들까지 3세대가 더불어 생활하는 공동체로 꾸미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도심형 최근 선보이는 실버타운은 대부분 도심에 자리잡은 것들이다. 그만큼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평소 생활 터전에 머물면서 자식들과도 가까이 지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1998년 서울 신당동에 서울타워를 세운 송도병원이 등촌동에 2003년 강서타워, 2007년 가양타워를 잇따라 오픈했다. 세란병원이 올해 무악동에 골든팰리스를 열었다. 주로 종합병원들이 주관하고 있다.

◇은퇴 농장 텃밭 농장 등을 갖추고 있어 입주자가 원하면 농사를 짓거나 일당을 받고 일할 수도 있다. 충남 홍성 은퇴농장, 강원도 홍천의 아름다운 은빛농장 등이 있다. 대체로 입주 보증금이 저렴한 대신 부대시설이 빈약한 편이다. 별도의 의료시설 없이 연계 병원을 이용하고 있고, 문화 및 체력단련시설도 부족한 편이다. 96년 문을 연 홍성 은퇴농장은 하루 4∼5시간, 주 5일 일하면 한달 생활비도 벌 수 있다. 최근 보증금 부담을 덜기 위해 월생활비만 받는 하숙 개념을 도입하기도 했다.

◇전원마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입주자 나이 제한이 없어 반드시 실버타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은퇴 후 귀촌을 희망하는 이들이라면 눈여겨 봐야 할 아이템이다. 현재 전북 학선지구, 충남 서천 산너울 등 전국 104개 지구가 추진되고 있으며, 이미 입주를 시작한 곳도 있다. 일반인 모임이 주도하는 지구는 입주자가 이미 정해져 있지만,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34개 지구는 앞으로 입주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20가구 이상이 모여 2만㎡ 이상의 택지를 확보한 뒤 기본 계획을 세워 해당 시·군에 신청하면 새로운 전원마을을 만들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도로, 오·폐수 처리시설, 상·하수도 공사를 해주며, 4000만원까지 연4% 5년 거치 15년 상환 조건으로 주택건설자금도 융자해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2008.07.0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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