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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웰빙정보/노인성질환

치매, 약으로 다스린다구요?

인지기능 일시적 호전되지만 치매 진행 못 막아
항정신병약 사망 위험 높아 세심한 주의 필요해


치매 특효약은 환자 가족의 간절한 소망이다. 치매 백신과 병의 ‘주범’인 아밀로이드를 없애는 약이 개발 중이어서 이런 꿈이 허황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환자의 고통(증상)을 덜어주고 진행을 늦춰주는 약이 전부다. 조기 복용하면 중한 치매 상태로 전환되는 기간을 6개월∼2년가량 늦춰 준다. 치매 환자는 노인 인구의 1∼2%에 달한다. 60세 이후엔 연령이 5세 높아질 때마다 치매 위험은 두 배씩 증가한다. 35만∼40만 명에 이르는 국내 치매 환자의 대부분은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에게 처방되는 약의 효과·부작용을 알아보자.




◇ 치매약의 한계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진행되면 뇌에서 아세틸콜린(신경전달물질)이 감소한다. 아세틸콜린이 덜 분비되면 기억력·집중력 등 인지능력이 떨어진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 허가를 받아 널리 사용 중인 치매약은 4종에 불과하다. 이 중 셋(아리셉트·엑셀론·레미닐)은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담당하는 효소를 억제시켜 아세틸콜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약이다. 그래서 콜린 분해효소 억제약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박건우 교수는 “이런 약을 치매의 초·중기에 복용하면 인지 기능이 일시적으로 호전되고 치매 진행이 지연된다”며 “하지만 치매 진행을 근본적으로 막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콜린 분해효소 대신 글루탐산(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의 수용체를 억제하는 약도 나왔다. 에빅사다. 이 약은 중증 치매 환자에게 처방되며 일상생활 능력을 개선시킨다. 아리셉트·에빅사를 함께 복용하면 아리셉트만 먹을 때보다 효과가 낫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 예방약은 없다

FDA가 1993년 승인한 치매약 1호는 코그넥스. 이 약도 콜린 분해효소 억제제에 속하나 요즘엔 거의 처방되지 않는다. 간을 크게 해칠 수 있어서다. 뒤에 출시된 세 콜린 분해효소 억제제도 간독성이 있기는 마찬가지. 부작용으로 설사·식욕감퇴·어지럼증·수면 장애 등이 흔히 동반된다.

따라서 건망증·주의력 결핍에서 벗어나기 위해 치매약을 복용하는 것은 백해무익이다. 효과는 불분명한데 부작용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건국대병원 신경과 한설희 교수는 “치매약의 치매 예방 효과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며 “실수를 반복하지만 일상생활의 유지는 가능한 상태일 때 치매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치매약을 더 많이, 더 자주 먹으면 효과가 더 나을 것”으로 생각해 용량을 임의로 올리는 것도 득은 없고 실만 많다.

 
◇ 소염진통제의 치매 예방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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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장복한 관절염 환자의 알츠하이머형 치매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약들의 치매 예방 효과가 도마에 올랐다.

나프록센·이부프로펜·아스피린 등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23% 낮아진다는 논문(‘신경학지’ 2008년 5월)과 소염진통제가 치매 예방에 별로 기여하지 못한다는 논문(‘신경학지’ 2007년 4월)이 공존해 아직 딱 부러진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승현 교수는 “소염진통제를 치매 예방약으로 권하지는 않는다”며 “장기 복용하면 위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평소 동맥경화·심장병 등 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 중인 사람이라면 치매 예방 효과는 덤이다.

일부 학자들은 아스피린·은행잎 추출물·비타민 E 등 항산화제·스타틴계 약(고지혈증 치료제)·아세틸-L-카르니틴·오메가-3 지방 등이 인지 장애·신경 보호에 효과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 이런 보조 치료제는 치매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에 사용해야 그나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가능한 짧게, 적게 복용해야 

치매가 깊어져 도둑 망상(자신의 물건을 못 찾으면 주위 사람을 의심)·부정 망상(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유기 망상(가족이 자신을 버리지 않을까 불안) 등 피해 망상에 빠지거나 공격성·배회 등 이상 행동을 보이면 가족은 더욱 힘들어진다. 이때 의사들은 흔히 리스페달·세로퀠·자이프렉사 등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을 처방한다.

분당차병원 신경정신과 서신영 교수는 “이상 행동·피해 망상을 보이는 치매 환자의 70∼80%에게 이런 약을 쓴다”며 “환자 보호자를 위한 목적도 강한 약”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항정신병 약물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치매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으므로 가능한 한 짧게, 적게 복용하는 등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캐나다 임상평가과학연구소(ICES)는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을 치매 환자에게 먹이면 1개월 내에 숨지거나 심각한 건강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3배나 높아진다고 발표했다(‘내과학 기록’지 2008년 5월). FDA는 2005년 항정신병약이 치매 환자의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제품에 블랙박스(가장 강력한 경고) 형태로 표시할 것을 지시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중앙일보  2008.07.14 16:11

http://news.joins.com/article/3224618.html?ctg=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