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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약 무조건 좋다" 맹신땐 '독약' 될수도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0. 15. 12:11
설사가 멈추지 않아 한의원을 찾은 오정숙(가명·64) 할머니. 오씨는 얼마전부터 딸이 임신 전에 먹던 보약을 버리기 아까워 복용해 왔다. 이처럼 우리는 주위에서 한약을 나눠먹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수원에 소재한 예소담한의원 서만선 원장은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과 보약에 대한 맹신은 자칫 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한약은 개인의 체질에 맞게 전문가의 처방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원장의 도움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한방 상식의 허와 실에 대해 알아봤다.
보약은 누구에게나 좋은 약? 아니다. 개개인의 체질과 오장육부의 부족함이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보약도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복용하다 남긴 보약을 먹고 두통이나 설사 등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결명자를 먹으면 눈이 맑아진다? 결명자는 찬 약이라 몸이 찬 사람에게는 듣지 않는다. 또 충혈된 눈이나 피곤한 눈에는 도움이 되지만 노환으로 눈이 나빠진 사람에겐 효과가 없다.
알레르기 치료는 체질을 바꾸어야 한다? 알레르기 체질은 바뀌지 않는다. 심지어는 유전되기까지 한다. 알레르기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주위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과 인체의 정기를 배양하는 방법 등 두 가지가 있다. 알레르기 발생 물질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항알레르기 효과가 있는 한약을 처방할 수 있다.
고기와 돼지고기, 밀가루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비롯한 밀가루 음식은 기름지거나 찬 음식이어서 한약의 소화 흡수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아 가능하면 안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모든 한약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한약을 복용하면 된다.
한약 복용할 때 무를 먹으면 머리카락이 희어진다?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 등에 넣는 약인 숙지황을 무와 함께 먹으면 그 약효가 현저히 떨어지나 이는 생무만 해당된다. 김치나 조리된 무는 아무 탈이 없다. 예전에 숙지황이 들어간 한약을 복용할 때 날무를 금기했는데, 지켜지지 않자 ‘머리가 희어진다’고 한 것이 와전돼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개고기·삼계탕은 여름철 보신식? 여름철은 무덥고 땀을 많이 흘리므로 몸에 진액이 소모되어 기운이 떨어지기 쉽다. 조상들은 개고기와 삼계탕을 즐겨 먹어 기운을 돋우고 차가운 소화기관을 따뜻하게 만들어 여름철을 건강하게 보냈다. 하지만 요즘은 먹거리가 풍부하고 냉방시설이 잘 돼있어 굳이 여름철 보신식품을 따로 섭취할 필요는 없다.
지네는 허리 아픈데 특효? 염좌 즉 삐거나 넘어졌을 때 맞았을 땐 잘 듣는다. 지네는 어혈(몸의 혈액이 비정상적으로 일정부분에 몰려있는 것)이 심할 때 쓴다. 허리 디스크엔 아무 소용이 없다. 디스크는 약·물리치료·침으로 병행 치료해야 한다.
어린이에게 녹용을 먹이면 바보가 된다? 녹용은 대표적인 보약재로 호흡기가 약해 감기를 달고 지내거나, 성장발육이 늦을 때, 면역력이 떨어져 잦은 병치레를 할 때, 원기부족일 때 두루 사용되는 약재다. 특히 녹용에는 판토크리늄이라는 녹용정과 양질의 단백질, 교질, 연골질 등이 함유돼 있어 허약한 환자에게 매우 좋다. 조선시대에는 녹용이 귀하고 비싸서 고관이나 후궁들이 자녀에게 복용시키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자 ‘녹용을 어린이에게 먹이면 바보가 된다’라는 소문을 퍼뜨린 것이 와전된 것이다.
침을 오래 맞으면 몸에 안좋다? 뜸은 보충하는 성질이 강하지만 침은 깎아내리는 성질이 강해 허약한 어린이나 노약자들이 침을 오래 맞으면 기운이 빠지고 나른해지며 어지럽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침을 오래 맞는다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급성 질환은 날마다, 만성 질환은 2∼3일에 한 번씩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여름철 한약은 땀으로 다 나간다? 여름철에 특히 노약자나 환자들은 보약을 먹는 것이 좋다.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불순물이 빠져 나가는 것일 뿐 보약 효과가 땀으로 나가진 않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2008.10.15 09:10
http://www.kukinews.com/news/article/view.asp?page=1&gCode=soc&arcid=0921064465&code=4112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