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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 틀리고 음식솜씨도 영...치매로 가는 '경도인지장애'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9. 15. 19:48

가정주부 김모(46)씨는 얼마 전부터 가계부를 쓰면서 자주 계산이 틀리거나 음식 솜씨가 예전 같지 않고, 조금 전의 일을 잊어버리는 일들을 겪고 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이런 일이 반복되자 혹시 치매가 아닐까하는 걱정이 들어 병원을 찾았다. 김씨의 진단은 경도인지장애. 이 증세는 병적인 신경세포의 손상이 치매에 이를 정도로 심한 건 아니지만 정상 범위를 벗어난 상태로, 정상노화와 알츠하이머병의 중간단계쯤 된다.

경도인지장애의 주요 증상은 기억력 장애로 나타난다. 일상생활을 하기에 큰 지장이 없어 흔히 ‘건망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옛날 일들은 아주 잘 기억하는 데 반해 최근의 일은 잘 잊어버린다. 초기엔 사소한 일들을 잊게 되며, 차츰 빈도가 잦아지다 때론 중요한 일을 잊기도 한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 환자 270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해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10~15%가 치매로 진전됐고, 6년간 무려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80%가 치매로 진행됐다.

이전의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뇌기능 저하는 대부분 인지기능의 속도 저하에 의한 것이며, 뇌의 본질적인 기능은 대부분 유지된다. 오히려 종합적 분석능력이나 판단력 등은 나이가 들면서 더 좋아질 수 있다. 문제는 여러 가지 질병으로 인해 뇌 건강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고 경도인지장애, 치매와 같은 병적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경도인지장애는 아직 공식적으로 인정된 치료법은 없다. 다만 뇌세포가 더 망가지기 전에 그 진행을 늦추기 위한 치매 약물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의 예방과 함께 치매로 발전되는 것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즐겁게 노년기를 맞이하는 게 중요하다. 친구나 가족들과 돈독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며, 종교활동이나 사교모임 등을 통한 사회 활동을 지속하고, 재미있는 일상생활을 만들어 가는 게 좋다. 치매로 발전하기 전에 빨리 진단을 하고 인지기능 장애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없는지 조사하는 등 한편 우울한 증상은 없는지, 동반하는 파킨슨 질환은 없는지에 대해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움말=윤수진 을지대병원 신경과 교수>

문화일보  2009.09.15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90915010321271060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