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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연구진, 문맹자용 치매검사도구 첫 개발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2. 27. 10:27

대한치매학회, 검사도구 개발 결과 발표…내년 2월경 상용화

문맹·무학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치매인지검사 도구(린다, Literacy Neutral Dementia Assessment)가 국내 신경정신과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이르면 내년 2월부터 지역보건의료 현장에서 상용화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여러 치매인지검사 도구가 개발돼 통용되고 있지만, 문맹·무학자용 검사 도구는 나온 전례가 없어 상대적으로 문맹률이 높은 동남아 국가에 검사 도구를 수출할 길도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또 국내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20~30%로 추정되는 문맹·무학 노인들이 오진으로 ‘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될 우려 역시 해소될 것으로 점쳐진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지원으로 연구를 추진한 대한치매학회는 26일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 대강당에서 공청회를 열고 지난 5월 이후 약 7개월 간 진행해 온 검사도구 개발과 표준화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건국대의대 신경과 한설희 교수(대한치매학회장)와 인하대의대 신경과 최성혜 교수, 인제의대 상계백병원 정신과 이동우 교수 등 국내 내로라하는 신경과와 정신과 전문의 7명을 비롯해 건국대의대 신경과의 유희진 신경심리사가 참여했다.

한 프로젝트에 신경과와 정신과 전문의들이 대거 참여하긴 이번이 처음으로 연구의 신뢰도를 한층 높였다.

이 날 결과 발표에 나선 인하대의대 최성혜 교수는 “내년 1월에 추가적으로 자료를 수집하면 2월부터 병원과 지역보건의료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100% 이상적인 검사 도구를 개발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치매를 진료하는 의료인을 비롯해 문맹인 치매환자와 그 가족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필 잡을 필요 없도록 개발”     6개 검사영역…단축형도 나와

그 동안 국내에서 쓰이고 있는 MMSE와 SNSB 등 치매인지검사 도구들은 기본적으로 읽기와 쓰기, 계산하기, 그리기가 수반돼 문맹·무학자에게는 시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시행한다 해도 피검사자의 상태와 달리 치매나 정상으로 오진될 가능성이 컸고, 병의 진행, 약물의 효과 등을 추적할 수 없었다.

이번에 개발된 가칭 ‘LINDA(린다)’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개발단계에서부터 연필을 잡을 필요 없이 문맹자와 정상인 모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검사는 크게 시각적 구성, 기억력 검사, 집행기능검사, 이름대기검사, 주의력검사, 계산력검사 등 6개 영역으로 구성됐고 총300점이다. 단축형으로 개발된 LINDA는 총100점이다.

LINDA에는 각 영역별로 사진을 본 뒤 막대를 이용해 모양을 따라 구성하기, 짧은 이야기를 들려 준 뒤 기억해내기, 농어촌 지역 문맹자를 위해 배추와 망치, 오이 등 생활 속에 익숙한 10개의 단어를 기억해내기, 15개의 동식물 사진을 두 장씩 보고 ‘진짜 맞추기’ 등 다양한 검사방식이 도입됐다.

또 보호자용 문맹 설문지를 통해 환자의 평생에서 읽기와 쓰기 능력이 가장 좋았던 때도 함께 파악한다.

문맹·비문맹 모두 적용 가능,   신뢰도 높고, 소요시간도 짧아

연구팀이 60세 이상 정상인군과 치매환자군, 경도인지장애환자군 등 664명을 대상으로 LINDA를 적용한 결과, 문맹은 물론 정상인에서도 모든 검사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연령별로 점수를 살펴보면 ▲60~64세 224점 ▲65~69세가 222점으로 가장 높았고, ▲70~74세 218점 ▲75~79세 206점 ▲80세 이상 193점으로 나타났다.

문맹지표인 학력별로 보면 ▲문맹 192점 ▲0~3년 212점 ▲4~6년 214점 ▲7~9년 224점 ▲10~12년 226점 ▲13년 이상 230점으로 조사됐다.

최성혜 교수는 “75세 이상 초고령자 연령군과 7년 이상 학력군의 세분화가 더 고려될 필요가 있지만, 문맹에서 모든 검사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했다”며 “검사와 재검사 간 신뢰도, 민감도 및 타당도, 신경과와 정신과에서 사용되는 검사 도구(SNSB, CERAD)와의 공존타당도 역시 모두 우수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치매의 중증도도 이번 연구를 통해 LINDA에 잘 반영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치매 중증도를 가리는 CDR 척도로 봤을 때 경증인 ‘CDR-0’의 LINDA 평균은 213점, ‘CDR-0.5’ 186점, ‘CDR-1’ 146점, ‘CDR-2’ 100점, 중증치매인 ‘CDR-3’이 39점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기존 검사 도구보다 상대적으로 검사시간도 짧았다. 정밀검사 시 평균 검사시간은 32분이었고, 단축형(100점)으로 개발된 린다는 검사하는데 평균 18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최 교수는 “기존 검사도구의 경우 검사시간이 오래 걸리고 내용도 딱딱해 하루 2명 이상 실시하기 힘든 반면, LINDA는 단축형을 썼을 때 우리 연구원이 1일 최고 5명, 복지관에서는 1일 최고 10명까지 검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높은 신뢰도…실효성·수출 가능성 기대 커  “문맹 감소 대비 장기적 유용성 확보해야”

LINDA의 높은 신뢰도에 대해 관련 의료계와 연구를 맡긴 복지부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복지부 한문덕 노인정책과장은 이 날 공청회에서 “개인적으로 CERAD-K는 지루했는데 새로 개발된 LINDA는 재미있고 소요시간도 매우 짧다고 느꼈다”며 “세계적으로 이러한 도구가 없는데 문맹률이 높은 동남아 등지에 수출할 수도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치매지원센터장인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의 양동원 신경과 교수는 “지역 내에서 SNSB를 실시하기 어려울 만큼 문맹은 여전하다”면서 “LINDA를 통해 실생활에 맞는 검사가 가능해지고 좀 더 보강하면 여러 지역치매지원센터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설희 대한치매학회장도 “문맹률의 감소추세에 비춰 향후 10~15년간 유용하게 쓸 것”이라며 “서울이라도 병원이 아닌 지역치매센터를 이용하는 차상위층의 경우 문맹이 많다. 이들을 위해 LINDA가 널리 사용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형 치매치료제를 개발하거나 SNSB 적용이 안 되고 시간이 너무 걸릴 때, 그리고 많은 심리치료사를 채용해 환자를 평가하기 힘들 때 유용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향후 문맹률 감소에 대비해 장기적인 유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김성윤 교수는 “MMSE와 SNSB의 중간단계 검사 도구로 생각된다. 외국에 이런 검사가 전혀 없다보니 기존 자료와 비교가 제한된 것이 단점이 될 수도 있다”며 “5~10년 내 문맹 감소에 대비해 보정할 것과 장기적 유용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성혜 교수는 “1월 중 정상인 문맹과 정상인 남성에 관한 조사 자료와 경기 이외 지역의 자료, 검사자간 신뢰도 자료를 추가로 모집할 계획”이라며 “향후 활용도는 분명하진 않지만, 진료경험상 알게 모르게 문맹자가 많다. 이 검사도구가 그 동안 긁지 못한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버케어뉴스  2008.12.2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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