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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최고 황금기…새로운 삶의 시작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6. 26. 18:27

“노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오늘 하루의 긍정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죽음을 알기에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아야 하듯이, 삶의 3분의 1인 노년을 인식하게 되면 노년은 더 이상 삶의 마무리가 아닙니다. 새로운 삶의 시작이지요. 노년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더더욱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유유자적! 노익장! 이 둘의 구호로 무장하면 우울은 가을 맑은 날 구름 걷히듯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느긋한 마음의 여유, 나이 많이 들어서 더 푸른 노송나무의 가지에 설레는 산들바람 같은 마음의 자세, 그게 바로 유유자적입니다. 나이 많이 드는 것에 비례해서 한층 더 건장해지려고 애쓰는 것, 그게 노익장입니다.”

77세의 김모 할머니가 존엄사 논쟁의 중심에서 생과 사를 가르고 있는 즈음에 동갑내기 원로 국문학자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는 노년의 삶을 찬양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김 명예교수는 최근 출간한 ‘노년의 즐거움―은퇴 후 30년…그 가슴 뛰는 삶의 시작!’에서 “삶의 노숙함과 노련함으로 무장한 노년이야말로 청춘을 뛰어넘는 가능성의 시기이자 가슴 뛰는 생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책은 웰빙·노익장 등 노년의 짧은 생각에서 자연과 시간, 그리고 죽음에 대한 깊은 사색까지 황홀한 노년을 위한 지혜와 더불어 문학과 예술, 그리고 현장에서 만난 노년들의 노익장 분투기까지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성찰과 희망찬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김 교수는 ‘개인의 경제적 빈곤’은 곧 ‘정신적 빈곤’으로 이어져 자살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만들 수 있어서 선진국 수준의 복지정책이 시급하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노년의 삶에서는 과거 지향적인 사고를 버려야 하고, 오늘 하루를 불안해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가기 때문”이라며 “젊은 시절의 화려한 과거는 접어두고 새롭게 펼쳐질 미래를 위해 오늘 하루 끊임없이 교양을 쌓으면서 정신과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평범한 노후는 돈으로 가능하지만 최고의 노후는 독서와 명상, 음악 듣기와 산책 등 교양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노인 한 분이 숨을 거두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소설가 아마두 함파테 바의 유네스코 연설문을 인용한 김열규 명예교수는 “노년의 삶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교양을 쌓으면서 정신과 마음을 다스려 자신의 존재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삶의 길이를 차치하더라도 노년의 삶은 지성과 정신이 최절정의 경지에 이르는 시기이기에 큰 의미가 있다. 김 교수는 우회적으로 우리에게 ‘왜 위인들의 초상화는 대부분 노년의 얼굴을 하고 있을까’ 하고 묻는다.
 
정신이 원숙해지고 지식이 완숙해지는 노년이야말로 인생 최고의 황금기이며 이 시기의 얼굴은 노을빛, 흰 눈빛, 별빛의 3광으로 빛나는 청춘보다, 꽃보다 아름다운 시기라고 찬양한다. 하여 삶의 노숙함과 노련함으로 무장하여 노익장을 과시한다면 이보다 더 황홀하고 빛나는 삶을 사는 시기는 없을 것이라고.

존경받는 노년을 위한 그의 조언도 들어볼 만하다.

“노년은 한 가정뿐만 아니라 한 사회의 장로(長老)가 되도록 애써야 합니다. 사표(師表)가 되어, 절로 존경의 대상이 되도록 마음 써야 합니다. 그러자면 젊은 시절보다 더 한층 스스로 사회의 보람이 될 일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고, 아울러서 자기 자신의 인품이며 품위를 닦도록 애써야 합니다. 자기 수련에 젊은 시절보다 몇 배 더 힘을 써야 합니다.”

“자신의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판단이 정확한지를 스스로 따져봐야 합니다. 그런 뒤 자신이 서면 사회에 대한 발언을 하거나 개입을 하되 삼가서 해야 합니다.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우리 옛 어른들이 했듯이 사랑채에서 책상다리하고 앉아 묵상을 하는 게 최선입니다.”

툭하면 망언에 가까운 막말을 함으로써 지탄을 받는 전직 국가 원수들의 행태에 식상한 국민의 귀를 뻥 뚫리게 하는 일침이다. ▲투덜대지 말 것 ▲아무 때나 노하지 말 것 ▲기가 죽고 풀이 죽는 소리를 삼갈 것 ▲노탐(나이 든 사람의 욕심)을 부리지 말 것 ▲과거를 돌아보지 말 것 등 ‘행복한 노년을 위한 5금(禁)’에 이르러서는 팔순을 앞둔 노학자의 삶의 원숙함마저 엿보인다. 유유자적하고 두루 관대해져야 하며 소식(小食)과 운동을 해야 좋고, 세상의 이치를 머리와 가슴으로 사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

◇위인들의 초상화는 대부분 노년의 얼굴을 하고 있다. 정신이 원숙해지고 지식이 완숙해지는 노년이야말로 인생 최고의 황금 시기이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율곡 이이, 강세황, 톨스토이, 슈바이처.
노인 인구의 증가를 생산성 저하와 부양가족 증가 측면에서만 보는 부정적 시선이 팽배함에도 김 교수의 노년 예찬은 거침없다. 김 교수의 노익장은 김 교수 자신의 실천적 삶에서 나온다. 정년을 5년 앞두고 고향인 경남 고성으로 낙향, 자연과 함께 살아왔다. 24시간을 마음 가는 대로 보내면서 농사 짓고, 책 읽고, 글 쓰고, 강연 다니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성과도 적지 않다. 낙향 이후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한국인의 자서전’ ‘독서’ ‘욕’ ‘공부의 즐거움’ 등 매년 1권 이상씩 저서를 펴냈다.

언행이 다르고 권모술수가 난무하여 존경할 만한 지식인을 찾기 어려운 시대에, 김 교수는 존경받을 노년의 모델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로마의 키케로가 ‘노년에 대하여 우정에 대하여’를 통해 노년의 미학을 선보였다면, 김 교수의 ‘노년의 즐거움’은 노년의 삶이 우울하고 불안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시작이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방향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노년의 즐거움/김열규 지음/비아북/1만2000원

세계일보 2009.06.26 17:38

http://www.segye.com/Articles/News/Culture/Article.asp?aid=20090626002847&ctg1=10&ctg2=00&subctg1=10&subctg2=00&cid=0101051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