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기타

노인장기요양보험 체험수기 당선작 - 아지무이 한테 장개 갈란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8. 20. 15:53
장려상 - 서두점

“아지무이 한테 장개 갈란다”

지난 10여년간의 간병사 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국가에서 인정하는 요양보호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하여 전문직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처음 모시게 된 대상자 어르신 부부의 사연을 적어본다.

2008년 7월 1일 어르신 부부를 처음 뵙게 되었는데 할아버지는 1등급, 할머니는 3등급으로서 한 가정에서 두 분의 대상자를 모시게 되었다. (참고로 두 분은 부부애가 너무 좋으심)

할아버지께서는 85세 협심증 고혈압 당뇨, 욕창, 변비 등 지병을 앓고 계셧고 식사를 거의 못하시며 심한 영양실조 탈수증세, 호흡곤란으로 위독한 상태였다. 그런데 평소 어르신께 드리는 식사는 밥 삶은 물 떠먹는 요구르트가 전부이며 그것도 겨우겨우 한모금식 힘겹게 받아 드시는 거였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위의식사는 당뇨환자께는 맞지 않는 식사 요법이란 생각이 들어 보호자와 의논하여 방문간호사의 도움으로 수액 영양제를 맞게 해 드리고 식사 재료를 완전히 바꿔서 준비해 드렸다.

현미 살, 흑미, 검은콩, 율무, 참깨, 다시마(변비예방), 늙은 호박, 당근, 감자, 쇠고기 등 재료는 물에 불려서 곱게 갈아 미음을 끓이고 간식으로는 토마토, 오이(강판에 갈아서), 베지말 단백한 맛(평소 즐겨드셨음)을 준비해서 드렸고 침상도 푹신한 이불로 깔아드리고 욕창 치료를 위해 체위 변경은 물론 재활 운동, 소독, 목욕등 청결에 신경을 쓰며 정성껏 케어를 해 드리니 한달이 지나니깐 건강이 많이 회복되셔서 부축을 하면 조금씩 걸을 수 있게 되셨고 아파트 복도 산책도 하시게 되셨다.

이렇게 회복되신 어르신을 보면서 비록 내가 의사도, 간호사도, 가족도 아니지만, 요양 보호사라는 직함으로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오직 요양 보호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것이 구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 감동되었고, 이 일이 천직임을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면도를 해 드리고 목욕을 깨끗이 해 드린 다음 얼굴에 로숀을 발라드리는데 어르신께서 너무 고우시고 예쁘게 보였다.

그래서 “어르신 너무 예쁘세요!” 하면서 얼굴을 쓰다듬어 드렸다.
그랬더니 어르신 왈 “그라모 장개 가도 되것나?” 라고 하셨다.
네 어르신, “경로당에 가면 예쁜 할머니들 많이 계시니 그중 한분 소개시켜 드릴까요?” 그랬더니

“다 싫다. 나 아지무이 한테 장개 갈란다.” 하시는 거였다.
“그래요 어르신 빨리 건강해 지셔서 저한테 장가오세요.”

다른 이들은 요양 보호사의 일이 너무 힘들다 하던데 나는 어르신의 사랑도 받고 가족들의 사랑도 받는 아주 행복한 요양보호사다.
(사실 뒤에 알게 된 일이지만, 어르신께서 한 달을 넘기기가 어려울 거라는 의사의 말에 장례식 준비를 다 해둔 상황이었다고 한다.)

어르신께서는 TV를 보시며 흘러간 노래도 따라 부르시고 손벽도 치시고 화투장 짝도 맞추시며 즐겁고 건강한 시간을 보내셨다.

어르신께서 이렇게 건강을 회복하시니 가족들은 하나같이 나에게 감사하다 인사를 한다. 당연히 해야 될 일을 할 뿐인데 칭찬을 들으니 왠지 쑥스럽다.

어르신들 모시다 보면 이런 저런 어려움도 많지만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오고 칭찬을 들으니 그동안 쌓여있던 피로감이 씻은 듯이 사라지고, 할아버지 돌봐 드리는 것이 너무 즐겁고 신이 났다.

그렇게 10개월가량 건강하게 지내시던 어느 날, 갑자기 목에 가래가 끓기 시작하더니 기력이 많이 떨어 지셨다.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밤 10시가 넘어서 호출이 들어왔다. 얼른 방문간호를 신청해서 어르신 가래도 제거해 드리고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해 보았지만 이생의 병든 껍질이 너무 무거워서였던지 할아버지께서는 끝내 새로운 삶을 선택하시고 말았다.

그나마 내 마음에 위로가 되는 것은 어르신께서 가시는 마지막 걸음까지 옆에서 지켜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어르신을 병원으로 모셔 가면서 싸늘해진 어르신 손을 꼭 잡고 어르신께 가슴에 담아 두었던 마지막 작별 인사를 드렸다.

“어르신, 이제 그 무거운 인생의 껍질을 벗어 버리고 나니 날아가실 듯 가벼우시죠? 그동안 고생하셨어요. 우리 다음 생애에 환하게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나요. 그때는 꼭 제게 장가 오셔야 해요, 아셨죠?”

그렇게 기도하는 심정으로 어르신께 말씀 드리고 있자니 뜨거운 뭔가가 저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고 있었다. 누가 볼 것 같아 얼른 도망치듯 병원을 나와 버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마치 장마 빗속을 거닐 듯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더 잘 돌봐주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에 가슴을 치고 또 쳤다.

이렇게 할아버지께서는 4월 22일, 86세의 기나긴 인생 여정을 마치시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실은 우리 친정아버지께서도 몸이 불편하셔서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고 계신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께 가보지 못하는 죄송한 마음 때문에 더욱 어르신께 정성을 쏟았는것 같다. 그렇게 어르신을 보내고 나니 마치 우리 아버지를 보내는 것 같아 마음이 더더욱 아파왔다.

어르신 장례를 마치고 이제 정말 내 마음에서 조차 보내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허전하여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멍 하니 앉아 있다 과연 요양 보호사가 뭔가? 요양 보호사가 무엇 이길래 이리도 가슴이 허전하고 답답한지 요양 보호사로서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사람이 태어나서 한 평생을 열심히 살다가 인생 막바지에 이르면 늙고 병들게 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병든 어르신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우리 어르신들이 너무 외로우시다.

이렇게 병이든 어르신들도 그동안 본인의 의무를 다 하셨으니 이제는 행복하게 사실 수 있는 권리가 있음에도 그 권리를 자식들에게 주장하시질 못하신다.

이런 어르신들의 노후를 편안하게 돌봐 드리고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 드리는 직분 요양 보호사!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돌보다가 병이 난 가족들의 부담을 나누는 직업!

이 직업이 내겐 천직이란 생각이 든다. 내겐 대 소변을 만지는 일이 더러운 것이 아니라 성스러운 일이고 보람된 일이다. 그렇기에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 할 것이다.

그 누가 시킨 것이 아니지만 지난 10여 년간 간병사로서 일하던 것과 1년 남짓 요양 보호사로서 일하던 것의 차이라면 간병사는 병원에서 어르신의 병환에만 신경 쓰다보니 어르신과 정신적인 유대는 많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양 보호사로 일하면서 어르신의 식사, 병환, 정서지원등 어르신의 모든 것을 요양보호사 한 사람에게 의존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정이가고, 더 친밀해 지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이렇게 어르신을 보낸 후 밀려드는 허전함이 더 큰 것 같다.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우리 요양 보호사 선생님들,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이 나라가 더욱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 다 같이 힘을 냅시다. 아자! 아자!


※ 나만의 노하우공개 : 콜라(PT)병 뚜껑에 송곳으로 5-6개의 구멍을 뚫어 따뜻한 물을 담아서 침상에서 환자 씻기는데 쓰면 이동형 샤워기가 됩니다


자료출처 : http://cafe362.daum.net/_c21_/bbs_list?grpid=1DsO9&fldid=Fc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