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 체험수기 당선작 - 나는 늙어서 당당하다
나는 늙어서 당당하다
부모는 한없이 주고도 서러워 울고 자식은 받은 것 그대로 드리지 못해서 울고.
핸드폰 속 화면에는 콧매가 닮은 주름진 엄마와 웃고 있는 딸이 함께 있는데, 현실에서는 풍성하지 못한 인생 속에 살고 있는 늙은 노모의 눈물과 그런 엄마가 짐이 되어버려 울고 있는 딸이 있다.
그들도 한때는 설레임 가득한 사랑을 했었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멋진 남자를 힐끔힐끔 보며 두근거리고, 까르르 웃으며 미래의 젊은 날을 속삭였었을 것이다. 그들도 그랬을 꺼다. 지금의 젊은이들처럼... 세월보다 깊어진 손의 주름과 늘어진 살들이 자신의 것이 될 거라고 생각 못했을 것이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수저로 밥을 못 먹을 것이라고 젊은 날 그 누가 생각했겠는가. 그래서 더 아름답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 현재 자신의 모습 또한 본인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 아주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살아온 그들이.
갈수록 늘어가는 노인세대, 갈수록 줄어드는 젊은세대. 한국도 이제 초고령화 사회를 비껴가지 못하는 상황에 와 있습니다. 일본의 개호보험, 독일의 장기요양보험 등 선진국들은 이미 고령화를 준비하고 시행하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도 현재 건강보험공단에서 1년째 운영하고 있는 장기요양보험의 체험자로서 글을 쓰려고 합니다.
저는 인천의 공동생활가정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젊은 나이에 어르신들을 관리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많은 부담으로 다가왔었지만 현재는 어르신 한분 한분이 모두 사랑스러울 정도로 일에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지 않았을 때 뇌졸중으로 전신마비에 걸리신 할머니를 돌봐드렸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컸기에 가정에서 아픈 노인을 모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실시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가정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시행 되는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많은 어르신들을 만나 뵈었습니다. 처음 오실 때는 집에서 버림받았다고 생각해서 인지 시설에 적응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기도하시는 분도 있었고, 손자들 이름을 부르시는 분, 모든 걸 체념하시는 듯 창문 밖만 보시는 분 등등 많은 반응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설에 점차 적응하시며 요양보호사 선생님들과 좋은 유대관계를 갖게 되고 시설에서 행해지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며 점차 정서적으로 안정되시고 신체적으로 건강해지시는 모습을 볼 때면 관리자 입장에서 너무 뿌듯했습니다.
나라에서 노인에 대한 이러한 지원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큰 생산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고 계시는 보호자분들과 얘기를 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엄마를 여기에 모셔서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몰라요” “선생님들이 잘해주시니까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어요” 라는 말들을 들을 때면 결국 가족의 누군가가 해야 될 일을 나라가 대신 해주는 대체적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가족들은 더 열심히 일하게 되고 결국은 생산성이 높아져 나라 경제에도 좋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명절이나 생신이 다가오시면 고이고이 침대 옆에 당신의 옷가지들과 손자들 줄 용돈을 포개어 올려놓으시고 아껴두셨던 스웨터를 입고 앉아 계시는 모습, 아들이 와서 입소비를 내려고 돈을 세려고 하면 그만 내라고 그만내도 된다고 자꾸 아들을 말리는 모습들 속에서 짐이 되고 싶지 않은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길 원합니다. 그러한 어르신들의 마음을 덜어주고 자식들의 돈에 대한 부담도 덜어주는 장기요양보험제도는 현장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볼 때 많은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작년 장기요양보험이 시작된 지 5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장기요양 1등급을 받으시고 시설에 입소하신 어르신이 계십니다. 집에서는 도저히 모시기가 힘들어서 장기요양보험의 보조를 받고 시설로 어쩔 수 없이 입소하게 되셨는데, 집에 계실 때 보다 장기요양기관에서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의 특별한 케어, 관심과 사랑을 받으시게 되자 하루하루 좋아지셨습니다. 처음 입소하실 때 보호자분들이 업고 입소하셨는데, 현재는 혼자 앉기도 하시고 옆에서 부축을 해드리면 조금 걸으실 정도로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보호자분들도 점점 좋아지시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며 가정에 큰 부담 없이 어머니가 조금 더 건강하게 오래 사실 수 있다고 하시며 좋아하셨습니다. 실질적으로 이런 말씀을 하시는 보호자분들이 많습니다.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실시되자 사실상 집에서 방치 아닌 방치로 계셨던 어르신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마지막 남은 생을 영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호자분들도 만날 집에서 혼자 밥 먹고 주무시는 부모들을 보며 잘해주고 싶어도 자신이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부모님들에게 잘 하지 못한 아픔이 남아있었는데 장기요양보험기관에 입소하신 모습을 보니, 다른 어르신들과 함께 어울리며 재미있는 프로그램도 하시고 운동도 하시면서 점점 밝아지는 모습에 마음이 너무 편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좋은 제도가 계속 유지되어서 어르신들이 사회에 잔여적 존재로 부담이 되는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평생 자식과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신 보답을 노후에 받는 제도적인 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정책이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은 잘 보완하고 수정하며 시행된다면 더 많은 어르신들이 이런 혜택을 받고 더 많은 어르신들이 웃으면서 남은 삶을 살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1주년입니다. 지금까지 해온 것 보다 앞으로 계속 해야 될 일이 더 많습니다. 어르신의 입장에서, 보호자의 입장에서 정책을 꾸준하게 잘 행한다면 분명 장기요양보험제도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문제를 가뿐하게 비껴갈 수 있는 효자제도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힘들게 살아온 인생에 대한 보답으로 어르신들이 아무 걱정 없이. 특히 재정적인 걱정 없이. 자식들의 눈치 보는 일 없이. 노후를 안정적으로 편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어르신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르신들이 존경받는 세상, 우대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료출처 : http://cafe362.daum.net/_c21_/bbs_list?grpid=1DsO9&fldid=Fc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