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 체험수기 당선작 - 숲속의 공주님
숲속의 공주님
가정의 달 오월 노인 장기요양보험 체험수기 공모를 보고 문득 부모님이 떠올랐다. 바쁜 생활 속에서 적당히 잊고 지낸 부모님의 얼굴. 나의 부모님이 생전에 계실 때엔 사회복지라는 것이 생소했던 시절 사회적 제도가 없었기에 어떠한 경우이든 집에서만 모셔야 하는 상황 이었다. 자식들이 모든 걸 접어두고 달려가 모실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기에 나의 어머니는 외롭고 쓸쓸하게 사람을 그리워하다 여생을 마감하셨다.
자식은 섬기려 하여도 부모는 기다리시지 않는다는 말이 정말 뼈에 사무치는 말이 되어 버렸다. 지금 현 사회는 얼마나 많은 복지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이렇게 좋은 시절에 살아계셨더라면 외롭지도 않고 사람을 그리워하지 않아도 될 것을 ...
요양보호사라는 말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지난 2008년 3월 가까운 지인의 소개로 학원에 등록을 하게 되었다. 공부를 하고 실습을 마치고 취직을 기다렸지만 지역 관계상 마땅히 일할 곳을 찾지 못하던 중 실습 나갔던 가파에서 연락이 와 세 가정을 맞게 되었다. 그러나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이 이 혜택을 받는 것인가 의문점이 들었다. 모든 가족이 다 있고 윤택해 보이는 가정에서 파출부가 필요해 나를 부른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가 없어 하루 만에 가파 일을 그만두었다. 지역에 홀로계신 할머니들 악취로 인해 방에 들어설 수도 없는, 정말 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곳을 방문해 청소와 목욕 말벗과 위로를 해드리는 봉사 활동을 성당을 통해 쭉 해왔던 일인지라 더욱 그런 가정이 반감을 샀던 것 같다.
나에겐 봉사가 아닌 인금을 받는 일자리를 찾는 것이 왠지 어색했지만 자격증을 장롱 속에 넣어 둘 순 없었다. 3년전 생긴 시설에 청소 봉사를 다니던 중 요양사가 필요하다며 봉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일해주시면 어떨까요.. 하는 원장님의 말씀이 있으셨다. 그렇게 나의 요양보호사 업무는 시작되었다.
할머님들 ! 안녕하세요~ 잘주무셨나요? 나의 장난스럽고 요란한 아침 인사가 끝나면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함박웃음을 지으며 또 장난치러왔제~ 하시며 날 반겨주신다.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 ’ 복안이 할머님의 노랫소리가 들려오면 아 오늘부터 상승고도이시구나 알콜성 치매 복안이 할머니는 86세 알콜성 치매를 앓고 계신다. 노래를 얼마나 목청껏 잘 부르시는지 모른다. 머리는 흰 백색 눈썹은 젊어서 하신 문신이 있어 색의 조화가 더욱 뚜렷하여 첫인상은 좀 무섭지만 그러나 아기처럼 웃으시는 모습은 그야말로 천사다. 요즘은 흰 머리 속에서 검은머리가 하나둘 새로 나오기 시작했다.
할머님은 일주일의 주기중 월~목요일은 식사와 수면 금~일요일은 너무나 기분이 좋으셔서 잠도 안주무시고 그렇게 좋아하시는 음식도 마다하시며 흘러간 ‘그 옛날에에 내님을 싫~~고 떠나간’ 하루 종일 노래를 부르시며 여기저기 밀고 다니시며 온갖 말참견을 다하신다. 얌전한 월요일에서 목요일은 너무나 어린 아이 같은 할머니. ‘진지 잡수셨어요?’ 여쭈면 ‘안 먹었어 뭐가 있어야 먹지 뭣 좀줘봐’ 하시며 웃으신다. 평소 조용 하실 때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기분이 좋아지시면 어디론가 가시려하시기에 일을 처리해 드리고 보살펴 드리기에 힘이 들지만 해맑게 웃으시며 ‘고맙습니다’라고 하실 때면 정말 예쁘신 모습이다. 어린아이의 순수 그자체이다.
‘어린아이 너무 나무라지 마라’ 내가 걸어왔던 길이다. ‘노인 어리석다 책망하지마라’ 내가 갈 길이다. 나는 요즘 나의 미래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로 배우며 정말 비우는 삶 나누는 삶 함께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고 노력한다. 한번이라도 더 웃어드리고 조금이라도 더 살갑게 대해드리려고 애쓰고 있지만 치매로 세상과 거리가 멀어지시는 할머님들을 볼 때 마음이 아프다. 과거 기억속의 모습을 이야기하게 유도해드리면 괴산이 고향인 귀자 할머니는 옥수수 대공 씹으며 골목을 누비며 뛰어다녔던 건강했던 옛날을 이야기 하시며 눈물도 지으시며 어찌 변했는지 가보고 싶다고 하신다. 또 매일 끙끙 소리를 내시는 상례할머님은 집에 가면 고추장 된장 많이 있다고 돈도 많다고 당신 집에 가서 가지고 오자고 길을 나서시기도 하신다. 생각이 과거에 머물러 있으시기에 모두들 과거로의 여행을 아주 좋아하신다.
모두 열다섯 분이 계신데 다양한 성격을 지니신 할머님들이시지만 서로가 위할 줄 알고 치매로 인해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시지만 걸을 수 있는 할머님은 옆자리 할머니에게 물이라도 떠다 드리는 마음이 어질고 선하신분들이시다. 배려가 있고 사랑이 있고 가족들과는 떨어져 있어도 서로서로 위로가 되어 도우며 지내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운 작은 세상이다. 아버지 환갑에 태어났다 해서 이름이 환갑이 이신 할머니는 아무것도 기억못하시고 아무런 인지능력이 없으시지만 날이면 날마다 콧노래를 부르신다. ( 미워도 한세상 좋아도 한세상 마음을 달래며 웃으며 살리라 ) 늘 웃는 얼굴로 맞이해주시고 장난치느라 오줌 쌌어요 오줌 싸게 할머니 이렇게 불러드리면 빙그레 웃으시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하시며 인사해주신다 .
전라도가 고향인 복례할머니는 나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보이시고 장난스런 나의 몸짓이나 노래에 아이처럼 까르르 웃으시며 ‘우째저래 싱거울까이 우째고로코 싱겁다냐’ 하시며 재미있어하신다. 당신고향 전라도에는 보리가 많다고 늘 보리이야기를 하신다. 동요를 불러드리거나 율동으로 웃음을 드릴 때는 나 역시도 건강해지고 밝아지는 것이 늘 즐거워져서 웃음이 떠나질 않아 내 삶이 더 행복해진다.
내가 근무하는 이곳 사도의 집은 노숙자를 돌보는 사회복지 일을 서울시 관악구에서 하시다 지금은 이곳 감곡에서 할머님들만 모시고 있는 요양 기관이다. 모든 프로그램이 요양과 양로를 구분하여 질 좋은 서비스를 해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요즘은 더욱더 아름답고 가을에 수확할 야콘이 쑥쑥 자라고 있다. 상추 고추 감자 호박 할머님들이 드실 맛좋은 야채들은 서로 키 재기하며 자라고 할머님들 또한 여전히 흥얼거리는 노래 속에 즐거운 하루가 지나간다.
이렇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우리 할머니들은 숲속의 공주들이시다.
자료출처 : http://cafe362.daum.net/_c21_/bbs_list?grpid=1DsO9&fldid=Fc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