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기타

노인장기요양보험 체험수기 당선작 - 작은 행복 큰 보람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8. 17. 16:32

모범상 -  이정임

작은 행복 큰 보람

부산에서는 최신시설을 자랑하는 동아대 병원이지만, 병실에서
바라보는 병실 밖 7월의 해질녘은 너무 조용하다.  갑갑한 마음에 창문을 열자, 뜨거운 열기가 엄습해온다.  병실 복도에서는 가족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시 아주버님을 요양병원으로 옮길 의논을 하고 있다.

"제수씨! 내 퇴원해도 됩니까?"
"아주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재 3개월 정도만 요양을 하면 완쾌 된다고 합니다."
"오늘은 참 기분이 좋아요. 운동을 좀 해야 되겠네요."

그러시며 병상에서 일어나시어 맨손체조를 하시었다. 아주버님은 남편의 바로 위 형님이시다. 오래 전에 부인과 이혼하시고 5남매를 혼자 건사하셨다. 딸 넷은 결혼을 시키고 막내 아들과 생활을 하셨다.

IMF때 하시던 사업을 실패하시고 어렵게 생활 하시던 중 간암 말기의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치료를 하였으나 3개월의 시한부 삶을 통보 받으셨다. 병원에선 요양병원으로 옮기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가족이라야 출가한 딸, 철없는 막내 그리고, 우리 내외뿐 이었다.
다음날 우리는 부산 주례동에 있는 삼성 요양병원으로 아주버님을
모셨다.

아주버님은 병실을 오가며 옆의 환자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나 3개월 정도만 요양을 하고 퇴원 합니다."
"할머니 는 어디가 편찮으세요?"하시며, 매우 만족해 하셨다.
나도 순간 의사선생님의 길어야 3개월 …’ 이란 말은 까맣게 잊고 아주버님이 활기찬 모습으로 퇴원하시는 모습의 환영을보고 있었다.

요양병원에서 보름 여의 시간이 지나자 어린 조카들도 지쳐가고 있었다. 병세는 더욱 악화되고 복수가 아주버님을 쇼크상태로 몰아가고 있었으며, 그 동안 두 세 명의 낯익은 환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애들아, 이제부터는 내가 아주버님을 간호 할게"
하루에도 두 세 번은 정신을 놓으셨다. 그때마다 나는 황망히 간호사 에게 달려가곤 했으나, 간호사는 침착하게 나에게 상황설명을 하고, 놀라지 말라고 했다.
이제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 갔다.

처음에는 용변 처리, 몸 닦는 것에 매우 거북해 하시고, 나도 매우 어려워 망설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제는 몸을 내게 맞기시고 계신다. 각혈과 하혈의 양도 늘어만 가고 배는 고무 풍선처럼 부풀어 파란 핏줄이 선명하게 배를 온통 휘감고 있었다.

요양병원에 온지 한 달여의 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진다.
병실의 희미한 형광등 불빛은 아주버님을 더욱 지쳐 보이게 한다.
옆 병상을 돌보시는 간병인 아주머니는 혹여, 환자들이 잠을 깰까 조용히 내게 다가왔다.

"아주머니, 힘드시죠? 이거 하나 드세요."
음료수 한잔을 건네 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나를 위로 하셨다. 간병인 아주머니는 나와 아주버님의 관계를 아시고는 안타까워 하시며, 자신이야 직업으로 간병을 하지만 시 아주버님의 간병을 결정한 나의 용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칭찬을 들으면서도 나는 한편으로 쑥스러웠다. 그 동안 안타깝고 다급한 마음에 간병을 해 왔지만 가장 조심스럽다는 제수와 아주버님의 관계를 무시하고 목욕시키고, 옷 갈아 입히고, 대소변 도와주고
8월의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아주버님의 구강관리를 하고 있을 때 담당 의사가 나를 찾았다. 일주일 정도의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신다.

병실로 돌아와 나는 곤히 잠드신 아주버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혼자 다짐을 했다.
편안히, 모셔 드리자.
나를 알아보지 못한지가 몇 일이 되었다. 말을 시켜도 대답이 없다.

억지로 대답을 요구 하면 초점 잃은 눈을 겨우 껌벅 인다. 병실에는 모두가 죽음을 앞둔 중환자 분들이다. 암과 싸우시는 어른, 치매로 고통 받는 노인, 물 한 모금 마시는 것도 힘들어 하시는 노인, 그 모든 이들이 지난 한 달여의 시간 동안 조용한 병실에서 그렇게 조용하게 떠나가셨다.
나는 아주버님의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자신의 모습을 겹쳐 보았다. 그 동안 정신 없이 뛰어온 내 모습을.
남편과 사소한 일로 언쟁을 벌이고, 애들을 정신 없이 다그치고, 이웃과 소통 없이 내 지갑의 무게만 생각하며 살아온 삶을
혹시 이 병실에서 내가 바라보는 이 주검들은 나와 같이 살아오지 않았을까?  내 숨소리 조차 크게 들려오는 이 조용한 병실에서 행여 다른 죽음에 누가 될까 속으로 속으로 들이키는 숨결들
저렇게 힘들어 하는 노인들의 모습에서 나는 한편으로 평안함을 보고 있었다.

당신을 생각하며 애통해 목놓아 우는 사람 없고, 힘 없는 손 잡고 흔들어 깨우는 사람 없고, 그냥 조용히 그렇게 말없이 긴 한숨 내쉬고 또 다른 이에게 말없이 병상을 내어주시는 당신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속상했다.나는 8월의 소나기가 매섭게 흩 뿌리는 날, 그날 밤에 아주버님을 보내드렸다. 더 이상 내 힘으로는 붙잡을 수도, 말릴 수도 없이 그렇게 보내드렸다.

억지로 꿈틀 거리던 모니터의 하는 소리를 뒤로하고 보내드렸다.
오늘 두둘겨 맞은 팔이 부어 오른 것 같다.
내가 돌보시는 어른 내외분은 부부금술 이 매우 좋으시다. 아흔을 넘기신 연세에도 불구하고 항상 두 분은 다정 하게 계신다. 
아버님을 세수 시키고 옷을 갈아 입히는데 할머니가 빗자루를 내게 던지셨다. 할아버지를 만지지 말라는 말씀이시다.
할머니는 치매를 앓으신다. 나를 잘 알아 보시다가도 가끔은 오늘같이 판단력이 흐리시다.
집에 와서 타박상 연고를 바르고 오늘의 일과를 정리하는 일지를 쓰고 TV를 켜니 국민장 모습을 중계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을 보고 요양보호사 가 된지도 벌써 6개월이 되었다.

돌보는 어른 세분 모두가 내보다 연약 하시고, 힘이 없으시고, 외로우시고, 무료한 하루하루를 보내신다.
주변환경 정리를 하고 함께 대화하고, 게임 하는 시간에는 한결같이 자녀들 자랑과, 젊을 때의 추억담을 얘기하신다. 특히 자녀들자랑을 하실 때는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모습을 보이 신다.
그러한 모습을 볼 때는 내가 왜 그렇게 신이 나는지 모르겠다.

어른께서 대소변을 못 가리시다 이제는 조금씩 시간을 맞추어 용변을 보신다. 하루 종일 움직이지 않고 앉아 계시던 분이 다리 운동한 보람이 있어 거실에서 화장실 까지 기어서 라도 가신다.

월요일 어른께 인사를 드리면 눈가엔 이슬이 맺히신다.
"일요일 에도 오면 안되나?"
그러한 애기를 들을 때는 "아버님, 일요일엔 신랑하고 놀아야지요."
하고 웃어 넘기려 애를 쓰지만 잔~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일요일에도 오면 안되나?
하시는 원망서린 눈빛의 어르신 말씀에 나는 작은 행복과 함께 크나큰 보람을 느꼈다.

또한, 아버님은 시간만 있으면 내게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하신다.

정치 이야기, 경제이야기, 농촌이야기, 모두가 옳은 말씀이고 여느 정치가 보다 식견이 넓으신 것 같다. 대학교수 보다 이론이 풍부하신 것 같다. 내가 고개라도 끄덕이고, 대꾸라도 하면 더욱 신이 나신다. 그런 날엔 운동도 스스로 하시고, 화투도 치자 하신다. 목욕도 하자 하신다. 머리도 깎자고 하신다. 콧노래도 흥얼거리신다.
목욕하고, 머리 깎고, 옷 갈아 입으신 노인은 정말 예쁘다.
예쁜 어르신과 퍼즐 맞추는 내 모습은 더 예쁜 것 같다. 나도 한복이라도 차려 입고 싶다.

아주버님 제사가 다가온다.
그렇게 무덥던 2년 전의 여름은 나에게 많은 것을 남겨 주었다.

그렇게 술을 즐기시던 아주버님은 너무도 힘없고,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나에게 가르쳐 주셨고, 여러 모양의 주검을 나에게 보여주셨고, 사람은 특히, 자신을 건사할 수 도 없는 그런 나여린 사람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다.
그리고 요양보호사의 길을 가게 하셨다.

내일은 아버님 어머님 목욕 하시는 날이다.
무엇보다 이제는 아버님의 욕창이 다 나으셔서 다행이다.
목욕 후 분을 좀 많이 발라 드려 야지 아카시아 향내가 나게…’

20년, 30년, 그 시간이 지난 어느 날 곱게 늙으신 한 노부부가 이름도 , 얼굴도, 못 알아보는 노부부가
나란히, 요양보호사에게 온 몸을 맡기고 목욕을 하는 모습이 나의 뇌리를 스친다

자료출처 : http://cafe362.daum.net/_c21_/bbs_list?grpid=1DsO9&fldid=Fc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