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기타

노인장기요양보험 체험수기 당선작 - 황혼의 마지막 길에 계시는 님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9. 7. 15:01

장려상 - 백형진

황혼의 마지막 길에 계시는 님들

먼저 노인 장기요양보험제도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씀 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에 따른 국민 소득 및 생활수준의 향상, 보건 위생의 개선과 의학 기술발달로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인해 노인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고 그 증가속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빠른 편입니다. 이런 흐름에 따라 노인을 위한 복지 욕구가 증가되어 65세 이상의 노인들 중에 치매, 중풍, 파킨슨, 알츠하이머, 만성퇴행성 질환으로 장기간 치료나 요양을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여 삶의 질을 높여 드리는 제도입니다.

사회복지사 공부하던 중에 노인복지학에 노인 장기요양 보험제도가 2008년 7월 1일부터 실시한다는 소식과 함께 사회에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는 모 대학교수의 강의에 별 생각 없이 듣고 넘어 갔는데 어느 날 딸아이와 운동하고 오다 저희 동네에 요양원이 있는 것을 보고 ‘우리 집 주변에도 저런 시설이 있다는 것을 보면 확실히 노인복지가 중요한 이슈구나’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에 더 배우고 느끼고 싶어 다음 날 찾아가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요양원이란 곳을 처음 보니 떨리기도 하고 맘이 막막했습니다. 사회 복지사 현장 실습 때 장애인 시설도 접해 봤고, 요양 보호사 공부도 하고 현장실습도 했지만 사회복지사들은 실습이 적어 이러한 이론과 경험을 가지고는 황혼의 길목에 계신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보살 펴 드려야 할지 막막함에 떨렸습니다. 요양원의 선임이 어르신들의 상태를 설명해주시고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심에 열심히 해보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작년 7월 말 경 엄청 더운 여름날 아침일이 생각납니다. 아침 에 출근하여 문을 활짝 열고 청소를 하는데 여자 어르신 네 분이 계신 방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한 할머니는 춥다고 문을 못 열게 하고 또 다른 할머니는 덥다고 문을 열라하시는 것입니다. 정말 난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침뿐만 아니고 밤새 다투는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나봅니다. 다른 방으로 모시면 그곳도 마찬가지고 게다가 낮에 에어컨을 켤 수가 없으니 그 방에서 일하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가 되기 일 수였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보호자가 오게 되면 보호자는 자기 어머니 편 일 수밖에 없고 이에 양보자체가 안 되는 곳이 이곳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나이가 들면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고집이 세어진다는 말은 들었지만 단지 그 이유뿐만 아니라 피부노화현상으로 지방층이 얇아지니 어르신들 대부분이 춥다고 하는 것이 통념이기에 이해하고 넘어갔습니다.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 방엔 에어컨을 잘 틀지 않으니 그 바람에 저는 평생 흘릴 땀을 몇 달 동안 다 흘린 것 같습니다. 참고삼아 그분들의 평균나이가 86세정도입니다.

 그 후 어느 날 점심을 먹고 쉬는 시간에 커피를 마시려고 남자어르신 방을 지나가는데 “선생님”하며 부르는 소리에 가보니 어르신들이 흔히 하시는 말씀 “똥 쌌다! 똥 쌌다!”하시기에 “예, 어르신”하며 대답은 했지만 금방 밥을 먹고 온 터라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내가 쉴 수 있는 시간은 30분밖에 없는데’라는 생각에 “기다리세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30분 동안 저렇게 누어 계실 어르신 생각에 바로 다가가 옷을 벗기고 기저귀를 끌렀습니다. 그 순간 당황 했습니다. 너무 많이 눠 서요! 기저귀를 큰 것 한 장 속에 작은 것 2장 아무리 잘 채워 드려도 움직이고 뜯어 놓으면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은 경험해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어르신들은 먹는 양도 많고 소변 대변양도 많은 데다 냄새는 어린아이의 배설물과는 비교가 안 되지요. 이 일을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이 여자분들 인데 가부장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란 남자로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특히 어르신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느 분은 식탐이 많고, 어느 분은 식사를 안 드시려 하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생활의 지혜가 필요했기에 말로만 듣고 말로만 대답하는 것보다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신 88세 되신 남자어르신과 87세 되신 여자어르신이 가장 많이 생각납니다. 남자 어르신께선 낮에는 혼자 화장실을 잘 다니시지만 밤에 눈이 어두워 대변과 소변을 아무 곳에 배변하십니다. 하루는 어르신께서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시다가 방귀를 끼는 동시에 대변이 나와 화장실 벽과 주위에 튀었습니다. 마침 그날 아침 요양보호사 실습 선생님들이 실습하러 온 터라 불렀습니다. “선생님들 와보세요” 한 선생님이 보고선 “엄마야”하며 달아나기에 “선생님 똥이 무서워서요? 더러워서요?” 했더니 “이런 모습이 처음 이라 서요. 집에선 아이들 식구들것 잘 치우는데” 하더군요. 그 실습 나온 선생님에게 대변을 치우라고 부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매 순간 우리가 생각지 못한 일들이 치매 환자 분들한테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래서 매일 배우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자 또한 실습 끝나고 자격증 나오면 현장에서 일할 분은 바로 그 선생님들이기에 불렀던 것이었습니다. 누구나 처음에는 그런 것입니다. 선뜻 나설 수 없는 분야이기에 사명감과 다짐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분들과의 관계형성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 어르신께 사탕을 드리며 기저귀를 채워드리면 사탕 드시는 재미에 가만히 계시는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 어르신께선 사탕을 참 좋아하셨습니다.

한편, 여자 어르신께선 제가 첫 출근할 때부터 누워만 계셨고 밥도 못 잡수시고 고 칼로리 죽도 몇 수저도 못 드셨습니다. 매일 아프다 하시고 온몸이 가려워 긁으시니 각질이 주변에 쌓여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연고를 발라 드려도 효과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르신께서 고구마가 먹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요즘은 어느 철이고 무엇이든 나오는 시대니 고구마를 마트에 가서 사다 쩌 드리고 싶어 간호사 선생님께 말씀 드렸지만 잘 못 드셨고 소화도 못 하실 것이니 대신 바나나가 어때요 하며 추천해 주셨습니다.

할머니께 바나나 2개를 드리니까 맛있게 드시는 것을 보고 저희 할머니 생각이 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올해 1월초 95세 드시고 돌아가셨지요. 작년 5월경에 운명하신다 해서 가보니 정말 열흘 이상을 물도 제대로 못 드시고 계셨습니다. 제 아내가 할머니의 차가운 수족을 주물러 드리고 일으켜 죽을 드리니까 맛나게 드시는 것을 보니 놀랄 수밖에요. 바나나 드실 때 생생하시던 할머니가 몇 일후 아침에 어르신들 목욕이 있었습니다. 그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운 후 이마에 손을 대어보니 너무 차가워 간호사 선생님께 체열을 부탁하였고 그 틈에 다른 분들을 목욕탕에 모셔 드리고 와 보니 체온 측정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할머니를 침대에 눕히고 간호사 선생님은 할머니께 링걸 주사를 놔드리고 상태를 보면서 다른 일을 했지요. 저녁 때 어르신들 저녁 식사 수발을 해드리다가 할머니가 궁금해서 방에 가보니 원장 선생님께서 “운명하실 것입니다.”란 말씀과 함께 보호자 분과 병원에 연락해 후송준비 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른 어르신들의 기저귀와 주무실 침상을 봐 드리고 일지를 정리한 후 다시 할머니 방에 들어와 “할머니 괜찮으세요?” 하며 이마에 손을 대니 차갑고 코 밑에 손을 대보니 ‘운명 하셨다.’는 생각이 번쩍 났습니다. 그래서  수족을 편하게 해드리고 이불을 가지런히 하고 사무실에 가서 말했더니 영구차와 보호자가 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퇴근하며 이 생각 저 생각 많이 했습니다. ‘87세를 드시고 생을 마감하시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일재시대를 거치고 6.25동란에 보릿고개를 거치며 자식들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하시고 갖은 세파에 시달리시다가 인생말년에 부귀영화는 못 누릴지언정 가족들 앞에서 평안하게 가시는 것조차 못하고 운명을 하셨으니, 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어르신들의 사생활과 가족사를 함부로 말할 수 없기에 이렇게 서필 로 간략히 씁니다. 많은 일들이 있지만 지면으로 다 쓸 수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다시 한 번 삼가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치매 환자 어르신들과 지내며 관찰한 결과 어르신들의  공통된 말씀 중에 큰 아들 이름 부르는 것과 계속해서 배회하는 것, 금방 친구들과 재미있게 노래도 부르고 놀다가 싸우는 것, 집에 가고 싶다는 것, 87세 드신 남자어르신 말씀이 잊어지질 않습니다. 자식이 이곳에 날 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일들이 때론 황당하게 때론 감동적이게 발생하지만 요양원에서 일하고 재가에서 일하시는 요양보호사 선생님들 정말 수고 많습니다. 적은 임금에 사명감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인데도 꿋꿋하게 어르신들 수발 하시는 모습 아름답습니다. 모두 힘내시고 건강하시길 바라며 요양원과 재가 복지센터에서 힘쓰시는 원장님, 센터장님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충실하게 일하시는 모든 분 들게 건강과 축복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

그 후 저도 노인복지에 뜻이 있어 올해 방문요양센터를 오픈했습니다. 힘드시고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열심히 뛸 것이며, 행복 전달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지금 현실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노인 인구 증가와 더불어 노인성 질환으로 고통스러워하시는 분들과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노인 어르신들의 노후 생활을 평안케 하기위해 노인 장기요양 보험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제도 시행 1년 만에 국민건강보험 공단 발표에 의하면 현재까지 재 인정 결과 등급 하양이 23.9%로 수급자 기능상태가 크게 호전 된 것으로 확인되어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욱 다듬고 좋은 제도로 승화시켜 황혼의 마지막 길에 계신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높여 드리는 것이 우리들의 못이 아닌 가 글을 마무리 지으며 생각해봅니다.


자료출처 : http://cafe362.daum.net/_c21_/bbs_list?grpid=1DsO9&fldid=Fc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