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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산행 가이드…무르익는 계절에 마음도 물들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0. 11. 11:23
수줍음 타는 처녀의 귀밑 볼 달아오르듯 전국의 온 산이 서서히 붉어지고 있다.

무르익는 계절을 즐기라고 유혹하듯 어떤 곳은 불타듯 붉은 색으로, 또 어떤 곳은 정열적인 노란 색으로 수를 놓아가고 있다.

설악산과 오대산을 물들이기 시작한 단풍은 이번 주말이면 치악산은 물론이고 북한산이나 도봉산까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또 10월 하순이면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는 내장산을 비롯해 지리산이나 가야산 주왕산 등에서도 단풍 소식이 들려올 것이란 게 기상청 등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이번 주말부터 시작해 내장산 단풍이 절정에 오르는 11월 중순까지 관광객들이 가을을 수놓을 단풍을 즐기러 떠날 것으로 보인다. 등산 전문가들은 올해는 특히 나뭇잎이 물드는 시기에 비가 적게 온데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서 예년에 비해 단풍이 더욱 고운 빛을 띠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풍 명산

단풍은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크고, 습도가 높지 않은 곳일수록 곱게 물이 든다. 이 때문에 남향받이보다는 큰 산의 북사면이나 서쪽으로 뻗어나간 긴 계곡 가운데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의 단풍이 아름다운 게 일반적이다.

북서쪽 골이 깊은 설악산이나 내장산 등의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 오대산이나 인접한 계방산, 경북 청송의 주왕산, 지리산 등도 단풍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설악산

전국에서 가장 먼저 단풍 소식을 전해오는 설악산은 이미 8부 능선까지 붉게 물들었다. 바람이 강해 밤에는 영하로 떨어지는 대청봉 정상은 이미 된서리를 맞아 낙엽이 지고 있다. 설악은 사계절이 모두 아름답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가을철이 아름다운 것으로 꼽히고 있다. 우뚝우뚝 솟은 화강암 봉우리나 절벽과 폭포 계곡 등이 받쳐주는 가운데 울긋불긋한 단풍과 소나무 들이 적절이 색의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설악의 단풍 시즌은 한 달 정도 이어지는 것으로 잡는다. 9월 하순에 정상부터 물들기 시작해 10월 하순 설악동을 물들일 때까지 이어진다. 이 때문에 꼭 대청봉을 오를 것이라면 모르지만 단풍만을 본다면 굳이 대청봉을 들를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다.

특히 설악에서도 단풍이 고운 곳은 남측 사면인 오색이나 한계령코스가 아니라 화채능선을 배경으로 하는 천불동계곡이나 북쪽으로 뻗은 공룡능선, 대청봉에서 서북방향으로 길게 뻗은 서북능선 등이므로 코스를 잘 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10월 중순 이후라면 상대적으로 지대가 낮은 백담사계곡이나 오색 쪽의 주전골 등을 찾는 게 설악의 단풍을 제대로 보는 요령이다.

날씨에 따라 단풍 시기가 조금씩 바뀌기도 하므로 절정기를 설악산 관리사무소 등에 확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설악산과 조금 떨어져 구룡령 쪽에 자리 잡은 미천골도 늦가을 정취를 즐기기에 적당하다.

설악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033)636-7700

내장산

내장산 단풍은 옛날부터 조선팔경의 하나로 꼽힐 만큼 유명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늦게 단풍이 들지만 대신 타는 듯 정열적인 색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단풍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글자 그대로 그림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는데 피크 때는 관광객들이 크게 붐비므로 산행시간을 잘 택해야 편하게 경관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는 국내에 자생하는 단풍나무 11종이 한데 어우러져 있어 더욱 색이 곱다. 특히 일곱 갈래로 갈라진 단풍잎은 작고도 섬세하며 유난히 붉은 빛이 강한 게 특징이다.

내장산 단풍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내장사 앞길의 당단풍 숲. 일주문에서 극락교에 이르는 길 양 옆으로 백팔번뇌를 상징하는 108그루의 단풍이 찬란한 색을 자랑한다.

일주문에서 시작해 서래봉을 거쳐 불출봉-원적암-내장사-일주문으로 이어지는 순환코스는 가을철에 특히 환상적인 색감을 보여준다. 8부 능선에는 빨간색 단풍나무 뿐 아니라 갈색의 굴참나무나 노란색 느티나무 등이 울긋불긋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내장산 우화정(정읍시청 제공)

3시간 정도면 돌아올 수 있는데 암릉으로 이뤄졌고 경사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내장산 국립공원의 백양사 쪽도 단풍이 아름다운데 장흥 백양사에서 약사암-백학봉-상왕봉-사자봉-가인마을로 돌아오는 코스는 6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내장산 국립공원 사무소 (063)538-7875 

 오대산

피아골의 가을(구례군청제공)
영동고속도로 진부에서 들어가는 오대산은 월정사 입구의 전나무 숲과 단풍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가을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주봉인 비로봉을 비롯해 상왕봉 호령봉 두루봉 동대산 등이 반원을 그리고 있어서 등산 코스도 약간씩 차이가 난다.

오대산의 주 등산로는 상원사에서 비로봉을 거려 상왕봉 두루령을 거쳐 상원사로 되돌아오는 코스. 오대산 북사면의 단풍을 즐기면서 백두대간의 줄기를 옆에서 바라보는 멋도 있다. 등산에 소요되는 시간은 5시간 30분 정도.

오대산에서도 백두대간 구간에 들어 있는 동대산은 과거 진고개에서 주로 올랐으나 진고개-동대산 구간이 휴식년제로 폐쇄돼 월정사와 상원사의 중간 부분인 동피골에서 올라야 한다. 서쪽 사면을 오르므로 단풍을 즐기면서 호령봉에서 비로봉을 거쳐 두루봉으로 이어지는 오대산의 멋진 광경을 함께 즐길 수 있다. 3시간이면 왕복이 가능.

동대산에서 시작해 두로봉-상왕봉-비로봉을 거쳐 상원사로 돌아오는 긴 코스도 있는데 8시간30분 정도를 잡아야 한다.

오대산에 인접한 소금강도 오대산국립공원 내에 들어 있는데 계곡 자체가 빼어난데다 단풍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가을에 특히 아름답다.

계방산 북사면엔 단풍이 주목군락이나 자작나무 군락 등과 조화를 이뤄 멋진 색상을 자랑한다. 계방산은 속사에서 인제 쪽으로 가다가 나오는 운두령에서 올라가는 게 일반적이다.

오대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033)322-6417

주왕산

경북 안동과 포항 사이의 청송에서 들어간다. 과거엔 지나치게 외진 곳이라 찾기가 쉽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중앙고속도로나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 등이 뚫려 접근성이 좋아졌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웅장한 암봉과 계곡 폭포 등이 기본적인 볼거리를 제공해주는데다 가을철엔 단풍과 소나무의 색상이 조화를 이뤄 더욱 빼어난 곳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코스는 상의주차장에서 제1폭포-제2폭포-제3폭포-내원마을로 이어지는데 기암괴석과 폭포가 연이어 나타나 지루한 줄 모른다.

주 등산로는 역시 상의주차장에서 시작해 주왕산 칼등고개-후리메기-제1 폭포를 거쳐 출발지로 돌아오는 코스로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주왕산 근처에 있는 저수지인 주산지는 특히 단풍철 사진명소로 소문난 곳이기도 하다. 청송에는 청송과 신촌 등 유명한 약수터가 있는데 약수로 지은 밥과 닭죽 등이 유명하다.

먼 산으로 떠날 여유가 없다면 서울 근교의 산이나 고궁 공원을 찾는 것도 가을을 즐기는 한 방법이다.

남산의 북쪽 순환도로나 창덕궁 등은 가볍게 찾아가 단풍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북한산의 진관사계곡이나 송추계곡, 남한산성 등도 가깝지만 단풍이 고운 곳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서울대공원을 돌아 나오는 길도 가을철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하기에 좋다.   

단풍과 축제를 함께

단풍 시즌에 맞춰 축제를 여는 곳도 있다.

내장사 부도전의 단풍(정읍시청 제공)
전북 정읍에선 10월31일부터 사흘 동안 ‘내장산단풍 부부사랑축제’를 연다. 내장산과 정읍 시내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선 ‘10월의 마지막 밤을 내장산 단풍과 함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데 1백여 가지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가 등장한다고 한다.

축제기간 중 정읍시내와 내장산 주차장 등에 마련된 무대에서 각종 공연이 펼쳐진다. 특히 내장산 4주차장에선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참여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메주 만들기, 두부 만들기, 콩 타작, 밤 구워먹기, 곶감 깎기, 떡메치기 등은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즐거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선 또 정읍 특산 한우와 돼지고기는 물론이고 다양한 고유의 먹을거리도 내놓을 예정이다.

전남 구례군도 같은 기간 동안 ‘지리산 피아골단풍축제’를 연다.

인기 가수가 등장하는 신나는 공연이나 남도농악 등이 펼쳐지며 11월2일엔 피아골 전국등반대회도 열린다. 또 지리산 곤충체험이나 떡메치기 등 어린이들이 즐길만한 체험행사도 부수적으로 진행된다.

충북 단양군은 이보다 앞서 이달 18일부터 이틀간 ‘금수산 감골 단풍축제’를 연다. 충주호와 인접한 적성면 상리 상학주차장 일대에서 열리는데, 농촌체험행사로 민물고기 잡기나 전통 두부 만들기, 떡메치기 등이 열려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높은 산에선 갑자기 날씨가 변한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설악산의 경우 속초지역보다 평균 6~7℃ 정도가 낮은데, 기온이 변하면서 갑자기 추워질 수 있다. 산에 오를 때는 약간 쌀쌀하다고 느낄 정도로 가볍게 입고, 여분의 방풍용 옷을 배낭에 넣고 가면 땀도 적게 흘리면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할 수 있다. 아울러 산에선 평지보다 빨리 어두워지므로 하산까지 충분히 여유를 둘 필요도 있다.

매일경제  2008.10.10  15:34

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08&no=620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