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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감을 연시로 만들려면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1. 10. 12:25
카바이드(carbide)라고 하고 하면 용접, 포장마차의 카바이드불, 1960∼70년대의 불법 카바이드 막걸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우리말로 바꾸면 탄화물(炭化物)이다.
카바이드가 감 상자에 들어간 사연은 이렇다. 감은 떫은 상태로 수확된다. 이 땡감의 떫은 맛을 없애고 연시(홍시)로 바꾸려면 감이 익어야 하는데 감 생산·유통업자 입장에서 보면 이 과정이 너무 지루하고 길다. 그래서 감의 숙성을 촉진하기 위해 일부 업자가 신문지나 봉투에 카바이드를 반 웅큼 담은 뒤 감 상자에 넣었다. 유통 도중 카바이드가 기화되면서 공기 중의 수분과 결합해 아세틸렌이 생성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세틸렌은 에틸렌처럼 감을 빨리 익게 한다.
문제는 운송·보관 도중 감 상자가 뒤집히거나 신문지·봉투가 터지면 카바이드가 감 표면에 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카바이드엔 비소 등 유해 성분이 섞여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세틸렌으로 인해 5세 여아가 보행장애·혼수·경기 등을 일으킨 사례도 있다(분당차병원 응급의학과 김옥준 교수).
게다가 카바이드는 화공약품이다. 식품이나 식품첨가물이 아니다. 감 상자에 넣는 것은 분명 식품위생법 위반이다.
카바이드 대신 '카액스'라는 '짝퉁' 에틸렌을 넣는 일도 오래된 관행이었다. 수산화칼륨과 에테폰액(에틸렌 성분)을 반반씩 섞은 '카액스'를 솜 등에 묻혀 감 상자에 넣어두면 에틸렌 가스가 발생, 감이 속성으로 익는다.
'카액스'는 허가받은 농약(후숙제)이 아니다. 일부 업자가 그 원리를 개발한 농촌진흥청의 허가 없이 제조해 써왔다. '카액스'를 감 상자에 넣으면 농약관리법 위반이다.
만약 지금 감 상자에서 카바이드 봉지나 '카액스' 솜이 보인다면 잘 씻어서 껍질을 깎아 먹는 것이 최선이다.
웰빙식품인 감이 카바이드·'카액스' 등과 연루되지 않게 하려면 소비자가 감 선택 기준을 바꾸는 것이 유효하다. 상자 안에서 빨갛게 익은 연시만 찾을 게 아니라 땡감을 사서 가정에서 느긋하게 익혀 먹는 것이 방법이다.
다행히 집에서 땡감을 연시로 바꾸는 일은 어렵지 않다. 감을 폴리에틸렌 등 '숨쉬는 봉지'에 넣고 밀봉한 뒤 따뜻한 방 안에 열흘가량 두면 연시가 된다. 아늑한 곳에선 천연의 후숙제인 에틸렌이 다량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이 너무 길게 느껴지면 감의 꼭지에 소주나 알코올을 한두 번 분무한 뒤 봉지에 담아둔다.
사과 한 개에 감 서너 개를 한 봉지에 넣은 뒤 따뜻한 곳에 두는 것도 괜찮다. 바로 다음 날 '카바이드 프리'한 연시를 먹을 수도 있다.
알코올과 사과에서 나오는 에틸렌이 감을 신속 숙성시켜서다. 이마저 기다리기 힘들면 땡감을 뜨거운 물에 잠깐 넣었다 꺼내 본다. 연화(軟化)까지는 안 되더라도 떫은 맛은 거의 사라진다.
중앙일보 2008.11.10 01:11
http://news.joins.com/article/aid/2008/11/10/324204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