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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속 정수기, 콩팥이 위험해!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0. 22. 15:35

최근 중국 랴오닝성에서 멜라민(Melamine)이 들어간 사료를 먹고 한 마을에서 기르던 너구리 약 1500마리가 몰사했다. 너구리들은 멜라민 사료를 먹고 신장 결석이 생겼으며 10여마리를 부검한 결과 신부전으로 죽은 것으로 밝혀졌다.

공업용 화학물질인 멜라민 결정이 신장의 원위세관과 집합관에 들러붙어 세관의 망가뜨려 급성신부전이 생긴 것이다. 중국에서 ‘멜라민 분유’를 먹고 4명의 사망자와 5만여명의 영·유아가 급성심부전 등 신장질환을 앓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멜라민 덕분에 ‘콩팥’이 뜨고 있다. 콩팥은 중요 신체장기인 신장(腎臟)의 순우리말이다. 대한신장학회는 신장이란 말에는 콩팥 외에도 ‘키’ ‘성장’ 등 다양한 뜻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콩팥이라는 용어를 쓸 것을 권장한다.

이 콩팥이 요즘 수난기다. 신장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7명중 1명이 만성콩팥증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의 3%만이 자신의 병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대 의학연구원 신장연구소 김성권 소장(신장내과 교수)은 “이들 중 대부분은 모르고 지내다 콩팥이 다 망가지고 나서야 병원을 찾고 있다”면서 “결국 투석을 받아야 하는데 그로 인한 의료비 지출이 한 해 1조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 크기는 주먹, 하루 200ℓ 피 걸러

콩팥은 등쪽의 가장 아래 갈비뼈 바로 밑에 2개가 있으며 하루 200ℓ의 피를 깨끗이 걸러주는 ‘우리 몸의 정수기’다.

콩팥은 주먹크기로 무게 역시 양쪽을 합해 300g에 불과한 작은 장기지만 콩팥으로 가는 혈액의 양은 1분에 약 1ℓ나 된다. 이는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의 20~25%. 콩팥으로 들어온 혈액은 사구체에 존재하는 미세한 필터에 의해 하루에 40번씩 걸러진다.

간이 우리 몸 속의 독을 없애는 해독력을 가진 것처럼, 콩팥은 피를 맑게 해주는 여과력을 갖췄다.

콩팥의 임무는 노폐물과 불필요한 수분을 조절하고, 우리 몸의 염분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해 준다. 또 혈압을 조절하고, 적혈구 생성도 돕는다. 건강한 뼈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며 혈액이 산성이나 알칼리성으로 치우치지 않게 중성 상태로 유지해 준다.

이 때문에 콩팥병으로 전해질 이상이 생길 경우, 특히 칼륨의 혈중 농도가 높아지는 고칼륨혈증의 경우엔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콩팥이지만 간과 마찬가지로 웬만해서는 고장이 나도 티가 나지 않는 게 단점이다. 콩팥은 기능이 50% 이상 망가지기 전인 1, 2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대부분 병이 깊어진 3기 이후에야 발견되는 이유다. 3기 이후에는 치료가 쉽지 않고, 특히 5기에 해당하는 말기신부전 상태가 되면 투석이나 콩팥이식이 필요한 상태가 돼 치명적일 수 있다.

◇ 성인 7명중 1명 앓고 있다는 만성콩팥증

이름 그대로 콩팥이 서서히 기능을 잃는 경우를 말한다. 콩팥이 정상기능의 60% 미만으로 감소하고 소변검사를 해보면 알부민뇨, 단백뇨, 혈뇨 등 이상이 발견된다.

만성콩팥증은 ‘소리 없는 질환’으로 꼽힌다. 별다른 증상이 없고 있더라도 몸이 붓거나 빈혈, 혈압상승 등 일반적으로 겪게 되는 막연한 증상들이 대부분이라서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대표적인 원인은 고혈압과 당뇨병, 그리고 사구체 신염이다.

특히 전체 환자의 70% 이상이 고혈압과 당뇨병이 원인일만큼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당뇨병은 만성 콩팥병의 발생 위험을 3배 정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사구체에 염증이 생기는 사구체 신염은 대부분 면역학적 이상으로 생긴다. IgA신증과 특발성 신증후군 등이 대표적이다.

세뇨관에 이상이 생기는 게 급성신부전이다. 멜라민과 같은 독성약물이나 쇼크 상태로 인해 발생한다. 대부분 그 원인을 제거하면 2주 후 회복된다.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사망한 중국 영유아들은 아직 신장이 제기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한꺼번에 독성물질이 투입돼 죽은 경우다.

◇ 암보다 무서운 콩팥병

콩팥병은 때론 암보다 무섭다. 신장학회가 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 등 신대체요법을 받고 있는 4만433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결과, 당뇨를 앓고 있는 말기신부전 환자의 5년 생존률(2001년~2005년)은 39.9%로 암 환자 평균 5년 생존률 45.9%(보건복지부 2005년 추정치)보다도 낮았다.

가톨릭 의대 진동찬 교수는 “투석을 받게 되는 말기신부전 환자 절반 이상이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콩팥이 손상된 것으로 확인돼 심혈관계 합병증 및 사망 위험성이 매우 높다”며 “투석을 시작한 뒤 5년 생존율은 남자 58%, 여자 62%정도로 당뇨병이 있는 말기신부전 환자의 경우 47%로 매우 나쁘다”고 설명했다.

결국 나빠지기 전에 예방하는 게 최선이다. 콩팥질환은 혈압이나 소변, 혈액 검사 등 간단한 검사로도 조기에 알아낼 수 있다.

빨리 발견하면 당연히 말기신부전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늦추거나 막을 수도 있다. 만성콩팥증의 합병증인 심장발작이나 뇌졸중의 위험도 예방 가능하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을 경우 철저한 혈압·혈당 관리를 통해 콩팥질환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치료는 만성콩팥증의 진행을 멈추거나 악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 목표다. 최근에는 손상된 세포나 콩팥을 재생시키는 치료법도 소개되고 있으며, 몸에 부작이 가능한 5㎏ 정도의 휴대용 혈액투석기도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대부분의 혁신적 치료법들이 연구단계여서 실용화까지는 4~5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메디컬투데이  2008.10.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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