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8. 27. 10:46
한국인의 사망률 1위는 여전히 암이다. 현대 의료기술의 발달과 거듭된 연구를 통해 ‘암 정복 단계’로 다가서고 있지만 암 발생률은 매년 증가세에 있다. 이제 암은 현대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기검진, 치료기술의 향상, 진단기술 발달로 조기 진단이 가능해 효과적인 암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아는 만큼 암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7대 암을 중심으로 발생원인, 발병률, 치료법 등 질환 정보와 발병시 대처법, 관리법 등 질병관리에 필요한 정보들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여전히 원인 불분명한 병, 누구든 예비환자②치료비 지원 소아 위주…家長이 걸리면 가사 탕진③좋은 의사·좋은 병원에 목매는 환자들
◇백혈병이란?
백혈병은 백혈구를 생산하는 조직인 조혈모세포가 암세포 즉, 백혈병세포로 변해 이를 과잉 생산해 내는 반면 정상 혈액세포를 제대로 생산하지 못해 감염, 출혈, 빈혈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혈액암이다. 백혈병세포는 정상 백혈구와 모양이 다르고 백혈구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한다.
백혈(白血)은 흰 피를 뜻하는데 이 질환의 발견자 R.피르호가 1846년 환자를 부검했을 때 피가 희게 보인 데서 백혈병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조혈모세포가 많은 골수는 몸에 필요한 피를 만드는 곳으로 매초마다 1000만개 정도의 세포 등을 만들어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 각종 피 세포들을 공급하게 된다. 따라서 백혈병에 걸리면 백혈병 세포 과다로 정상적인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의 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이들 혈액 세포의 부족으로 오는 각종 증상들이 동반된다.
우선 백혈구 기능이 없어져 면역결핍이 오기 때문에 항생제 복용에도 불구하고 감기와 유사한 열과 인후 감염 증상이 나타나며 잇몸이 붓기도 한다. 적혈구가 감소로 인해 저산소증으로 인한 빈혈과 피로감이 지속된다. 또 혈액 응고를 담당하는 혈소판이 부족해 출혈시 혈액 응고가 지연되고 쉽게 멍이 들거나 피부에 출혈 반점이 생기기도 한다.
이 외에도 늑골과 흉골 등 뼈나 관절이 쑤시고 아프거나 림프절 비대, 비장 비대, 간 비대가 오기도 하고, 여성의 경우 월경과다, 무월경, 월경주기 이상 등 월경 전반에 이상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원인 안 밝혀져 예방 불가능한 병”
급성백혈병의 경우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지역에서의 발생빈도가 여타 지역에 비해 10∼15배 정도 높게 나타났고 방사선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의 백혈병 발생률은 일반인에 비해 5배 증가한 것으로 미뤄 방사선 노출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벤젠이 유전자 손상을 초래해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전될 가능성이 있고 페인트, 방부제, 제초제, 살충제, 전자장 등 화학약품 및 직업성 노출도 백혈병 발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흡연자의 경우 급성골수성 백혈병에 노출될 위험도는 1.4∼24배 높고 항암제, 특히 알킬화제들은 염색체 손상을 일으켜 이차성 백혈병 발생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돼 있다.
한편 유전적인 요인으로는 다운증후군, 클라인펠터증후군, 파타우증후군, 판코니증후군, 블룸증후군, 혈관확장성 운동실조증이 꼽히며 특히 쌍생아 및 형제 등 급성백혈병 환자 가족에서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역학(疫學)통계들은 백혈병 환자들에게 무의미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백혈병의 위험인자일 뿐 백혈병의 원인은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백혈병을 예방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양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박병배 교수는 “환자가 백혈병의 원인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모른다’고 대답한다”며 “사실상 백혈병 예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백혈병 전문가나 환자들은 “백혈병은 누구든 언제라도 걸릴 수 있는 병”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 만성골수성백혈병의 경우 9번, 22번 염색체 이상인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백혈구를 과증식하는 원인으로 밝혀져 있지만 예방이 불가능한 것은 마찬가지다.
◇암 중 발생률 낮지만 소아에서는 ‘1위’

백혈병은 주요암으로 분류되지만 발생률이 높지는 않다. 한국중앙암등록자료에 따르면 위암(23.5%), 폐암(16.9%), 간암(16.7%), 대장암(10.3%), 방광암(3.0%) 보다 낮은 기타암으로 분류될 정도다. 통계청의 암 사망건수도 폐암, 간암, 위암, 대장암, 췌장암, 쓸개 및 기타 담도암, 유방암, 식도암에 이어 9위다.
하지만 소아(0∼14세)의 경우 발생률이 인구 10만명당 4.0명(남 4.4명, 여 3.5명)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젊은 성인(15∼34세)의 2.6명보다 현저히 높다.
백혈병은 백혈병 세포가 발생한 세포종류에 따라 ‘골수성’과 ‘림프구성’으로 나뉘고 병 진행속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백혈병은 급성골수성백혈병, 급성림프구성백혈병, 만성골수성백혈병, 만성림프구성백혈병 등 네 가지로 나뉜다.
반면 ‘만성골수성백혈병’은 보통 50∼60대에 시작돼 노인 백혈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보다 젊은 나이에서도 발병하는 경향이 있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성숙한 림프구 계열이 팽창해 생기는 병으로 림프구의 생존이 비정상적으로 연장되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60세 이상 성인에서 발생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발병률은 낮은 편이다.
◇백혈병에 대한 오해들
△백혈병 걸리면 죽는 병이다
- 예전에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단명하는 주인공의 병명이 대부분 백혈병일 정도로 사망률이 높았다. 하지만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 완치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단 치료하지 않을 경우 급성은 2∼3개월 안에 사망하고 만성은 길게 봐도 5년 정도만 살 수 있다.
△아이들이 걸리는 병이다
- 치료비 모금 사례에서 소아백혈병 환자가 많이 부각돼 아이들에게 많이 발병하는 병으로 인식돼 있다. 또 소아의 경우 암 중 백혈병 발생률이 가장 높기는 하지만 환자가 대부분 소아인 백혈병은 급성림프구성백혈병에 한한다. 다른 백혈병은 성인이 많이 걸린다.
△골수를 이식해야만 살 수 있다
- 골수 이식은 예후가 좋지 않은 고위험군 환자에게 권장되는 치료법이다. 저위험군이나 표준위험군에서는 항암치료가 쓰인다. 또 만성골수성백혈병의 경우 치료제 복용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골수를 찾아 이식하기만 하면 무조건 살 수 있다
- 골수를 이식한다고 무조건 완치되지는 않는다.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의 경우 동종골수이식을 하더라도 완치율은 고위험군에서 40∼60%에 그친다. 또 이식 과정에서 각종 부작용이 생기거나 목숨을 잃는 등 치료실패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고위험군에 한해서 이식을 권장한다.
△맞는 골수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
- 형제가 많을수록 가족간 동종이식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요즘은 형제가 많지 않아 확률이 낮다. 의료진이 경험하는 가족간 세포 유사 확률은 20∼30% 정도. 국내와 해외에 있는 골수(조혈모세포) 은행인 공여센터를 동원할 경우 맞는 골수를 찾을 확률은 45∼50%까지 올라간다. 어떤 환자는 30명 이상의 공여자를 찾기도 했다.
△부모에게도 이식을 받을 수 있다
- 유전상 부모로부터 세포를 반반씩 물려받기 때문에 부모의 골수가 맞을 확률은 상당히 낮다. 설사 부모의 골수를 이식해도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형제나 공여자로부터 이식받게 된다.
△맞는 골수를 찾기만 하면 무조건 이식 가능
- 맞는 골수를 찾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공여센터을 통해 골수를 찾아 이식이 결정되면 한 달 내에 이식이 가능하지만 공여자 70%는 이식을 거부해 실제 이식까지 모두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공여자 이식거부율은 일본(30%), 대만(40%)보다 월등히 높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2008.08.2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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