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웰빙정보/노인성질환
부모님의 손과 발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1. 6. 17:03
그 가운데 특히 필자를 감동시킨 것은 '꼭 해야 할 일'의 네 번째로 적힌 '부모님 발 닦아드리기'이다. 내용은 대강 이렇다.
아버지가 일찍 타계하시고 홀어머니 슬하에서 어렵게 자라 도쿄의 명문대를 나온 한 청년이 입사 면접시험을 보러 갔는데 사장이 면접 자리에서 "부모님의 몸을 씻어 드린 적이 있느냐?"는 의외의 질문을 했다. 청년이 정직하게 "없다"고 대답하자 사장은 "오늘 집에 가서 부모님의 몸을 꼭 닦아드리고 내일 다시 면접을 하러 오라"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온 청년은 한사코 마다하던 어머니가 어렵사리 내민 발을 잡는 순간 큰 충격을 받고 대성통곡했다. 어머니의 발바닥이 시멘트처럼 딱딱해 사람의 피부라고 할 수 없을 정도였고, 자신의 손이 발바닥에 닿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청년은 이튿날 면접장에서 다시 만난 사장에게 "만약 사장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어머니의 발을 살펴보거나 만질 생각을 평생 한 번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진심으로 감사했고, 사장은 웃으면서 "이제 인사부로 가서 입사수속을 하라"고 명했다.
그 대목에서 특히 감동을 받은 이유는 필자의 직업과도 관련이 있다. 주로 손발 부위의 질환을 다루는 필자로서는 어머님들의 손발을 자주 보게 되고, 만지게 되는데 필자가 본 거의 모든 한국의 어머님들의 손발이 그 책에 나오는 어머니의 발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시절 한국의 어머니, 또 그 어머니의 어머니들은 초인간에 가까웠다. 집안에 따뜻한 물이 나오기는커녕 수돗물도 나오지 않는 집이 많아 동네 공동펌프나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오셔야 했고, 그 물을 연탄불로 덥혀 밥도 짓고 빨래도 하고 아이들 목욕까지 시키셔야 했으니 손발이 시멘트처럼 딱딱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었다.
'어머니''아버지'란 단어 앞에 세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자식이 과연 누가 있을까? 그렇지만 필자가 정말 안타까운 것은 그처럼 힘든 세월을 사셨던 어머님들에 대한 자식들의 무관심이다.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에 나오는 것처럼 어머님의 손발을 단 한 번만 씻어드렸어도 어머니의 손발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며, 어머니의 고통을 덜어드릴 방법을 모색했을 것인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연세 드신 우리 어머님들의 손발은 물론 각종 관절 질환을 앓고 계시고 더러는 모양조차 이상하게 변해 있다. 젊은 시절, 그렇게 길고도 엄청났던 가사노동의 대가인 경우가 많은데 당신들 스스로는 "노인들이 원래 다 그렇지"라며 애써 '병'이 아닌 단순한 '노화현상'으로 치부해 버리시고, 자식들은 "엄마는 원래 아픈 사람"이라며 외면해 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손저림과 관절염이다. 너무 병을 키워 손저림이 심해 손 근육이 마비되어 젓가락질조차 되지 않고, 진행된 관절염으로 손가락이 비뚤어져야 병원을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도대체 주위에 있는 가족들은 어머니의 상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뭘 하고 있었는지 따지고 싶을 때도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 밤잠을 설치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었는지 필자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상현 W(더블유) 병원장수부외과세부전문의/의학박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11/05/200911050015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