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뒷산 노인요양시설 건립 갈등
사찰측과 주민들은 주변 환경이 훼손될 것을 우려, 요양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반면 법인측은 공익을 위한 사업이니 지역 이기주의는 버려달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부산 부곡2동 주민·사찰 측 "환경 훼손" 반대
법인 "공익위한 사업 지역 이기주의 버려야"
22일 부산 금정구청 등에 따르면 금정구 부곡2동 산복도로 인근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복지법인 설립을 추진 중인 가칭 'C복지법인'은 법인 소유의 부지를 제공하고 국비와 시비를 지원받는 방식으로 연면적 2천508㎡, 지하 2층과 지상 6층의 노인요양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정부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사업의 일환으로 시설 건립을 추진중인 법인측은 지난 2007년 12월부터 올해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26억4천800만원의 국·시비 지원금을 이미 받아놓은 상태다.
그러나 문제는 요양시설이 들어서는 곳이 주민들이 자주 찾는 곳인데다 사찰 바로 뒷산이라는 것. 소나무 숲을 이루고 있는 사찰 뒷산은 인근 주민들이 산책과 운동을 하고 약수터를 이용하고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시설 부지 주변 사찰 4곳은 지난 10일부터 3일간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실시, 사찰 뒷산에 신축 예정인 노인요양시설을 반대하는 주민 2천여명의 뜻을 모았다. 사찰측은 이를 곧 금정구청에 전달할 예정이다.
부곡시장의 상인 김모(54)씨는 "주택가 근처에 노인요양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좋지 않다"라며 "인적이 드문 곳에 요양시설을 세우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주민 유모(70·여)씨도 "수돗물에서 냄새가 나 많은 주민들이 사찰 약수터에서 물을 길어다 먹고 있어 식수나 다름 없는데 공사가 시작되면 지하수가 오염될 수 있다"며 요양시설 설립을 반대했다.
또 사찰측은 요양시설 공사가 시작되면 질 좋은 소나무들이 다 베어지는 것은 물론 시설이 들어선 이후에는 새벽 예불 때마다 북, 목탁소리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사찰의 한 관계자는 "C복지법인측의 종교가 불교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찰에서 들리는 목탁 소리는 단순 소음을 떠나 종교문제로 비하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법인측은 법인 소유의 땅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인 만큼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요양시설 주변에 사찰이 있다면 오히려 노인들의 정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인 관계자는 "노인요양시설 건립은 공익을 위한 복지사업인데 사찰측과 주민들이 반대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금정구청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가고 있어 노인요양시설 건립은 미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하지만 당장의 주민 불편도 무시할 수 없어 민원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일보 황석하 기자 2009-04-22 [10: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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