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웰빙정보/생활, 음식정보
소간은 날로 먹어도 안전? 기막힌 생식의 충격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0. 23. 10:30
![]() |
개ㆍ고양이회충 유충상태 기생, 간ㆍ안구ㆍ뇌 등 신체조직 침범
익혀 먹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
순간 별미에 혹해 고통스런 기생충 질환을 감수하는 게 타당한 일일까.
생고기집이나 곱창집에서 곧잘 내놓는 소의 생간은 비타민A가 풍부해 인기가 좋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모습에 실색하는 사람에게 주위 사람들은 “쇠간은 그냥 먹어도 까딱없다”며 권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안 될 말이다. 서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의 채종일 교수는 “돼지, 오리 등의 간뿐 아니라 소의 간도 날로 먹어서는 안 된다”며 “인수공통질환인 개?고양이회충(톡소카라증)이나 간질충 등에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식문화로 볼 때 우리나라는 기생충 안전지대가 아니다. 장 내에 기생하는 요충, 편충, 회충 따위는 격감했지만 새롭게 발견되는 기생충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별 걱정 없이 입에 대고 있는 음식이 실은 기생충 감염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새로운 맛을 위해 날것, 희귀한 것을 불사하는 미식문화가 이런 우려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는 오리, 꿩, 기러기 회까지도 흔히 먹는다. 역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한림대의료원 강남성심병원의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기러기 회와 내장을 먹었다가 개?고양이회충에 감염돼 1년가량 치료받고 있는 환자가 있다”면서 “진단하는 데만 거의 두 달이 걸렸으며 이후로도 확실한 치료가 안 돼 고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고양이회충은 침범한 인체에 유충 상태로 기생하면서 간, 폐, 뇌, 안구 등의 신체조직에 침범한다. 증상 없이 지나갈 수도 있지만 심하면 간, 폐, 신장 등에 이상이 나타나고 사지마비가 생기기도 한다.
고급 식재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는 오소리도 익히지 않은 요리를 먹어선 안 된다. 선모충증에 걸릴 수 있다. 전신발열과 발진, 구토 증세가 나타난다. 또 근육을 파고 들어가 근육통을 일으킨다. 멧돼지 고기 역시 날로 먹었다가 집단 발병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기생충 감염 사례를 살펴보면 유독 육류의 간을 먹고 발병한 경우가 많다. 간은 혈액이 걸러지는 부위라 유입된 기생충이 기생하기 쉬운 부위이기 때문이다. 장을 뚫고 간에 들어온 기생충은 혈액을 타고 신체 각 부위로 퍼질 수 있다.
생선의 생간도 마찬가지다. 쥐치 등의 간은 날로 먹는 것이 산지 별미로 통하지만 살을 먹는 것보다 기생충 감염 우려가 더 높다. 선도가 떨어지는 육류, 생선은 내장뿐 아니라 고기도 날것으로 먹기 위험하다. 내장에 있던 기생충이 냉장 보관되는 동안 근육(살)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생충이나 기생충 알이 든 음식을 먹었다 해서 모두 기생충 질환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심각한 증상 없이 저절로 낫는다. 하지만 걸렸다 하면 큰 문제가 복합적으로 시작된다. 초기 증상이 미약한 경우는 감염 사실을 모르기 쉽고, 증상이 있어도 기생충 감염인지 판별하기 어렵다. 돼지고기를 날로, 또는 덜 익혀 먹고 생기는 낭미충증의 경우 10~20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증상을 못 느끼다가 뒤늦게 간질, 하지마비 증상으로 병원을 찾게 되지만 바로 기생충 질환인지 판별되기는 쉽지 않은 형편이다.
설령 진단이 나오더라도 치료법이 마땅치 않아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 잘 알려지지 않은 기생충이 많고, 기생충도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이다. 이재갑 교수는 “국내 기생충 질환 진단율은 1%에도 못 미친다”며 “기생충 환자들 중 진단, 치료가 잘 되지 않아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원치 않는 닥터 쇼핑’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채종일 교수는 “기생충마다 침범부위, 증상, 진단, 숙주, 치료법이 다르다. 예컨대 스파르가눔증(뱀 피 따위를 마셔 걸리는 기생충질환) 하나를 당뇨병 같은 단일질환처럼 취급해야 할 만큼 까다롭다”고 말했다.
반면 다행스럽게도 예방법은 간단하고 지키기 쉽다. 육류와 민물생선류, 특히 간과 같은 내장은 반드시 익혀 먹는다. 이재갑 교수는 “기생충은 단백질 성분으로 돼 있다. 냉장 보관을 해도 생존할 수 있지만 열에는 약하다. 익히면 어지간해서는 다 녹아 죽어버려 감염 우려가 없다”고 말했다.
채종일 교수는 “TV의 각종 체험 프로그램에서 낙지나 오징어, 빙어를 낚시로 잡아 즉석에서 내장째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의학적으로 위험천만한 상식 밖의 일”이라며 절대 따라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8/10/22/200810220126.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