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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이름을 기억해 주세요"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0. 6. 11:52
고혈압약, 당뇨병약..참 종류가 많기도 하다.
하지만 진료를 하다가 만나는 환자들 중 자신이 먹는 약의 이름과 용량을 정확히 알고 있는 분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환자들(주로 어르신들)이 다른 병원에서 처방받아 드시던 약에 대해 기억할 때는 보통 이렇게 말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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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약사들도 이런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약마다 식별을 할 수 있는 명확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미 비슷한 약이 너무 많아서 환자가 모양이나 색상만으로 약을 100% 정확히 구별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혈압약을 드시는 어머니가 드시는 약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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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예를 들어
혈압약에 팔각형 약이 있다면 당뇨약의 경우에는 "눈사람"이 있는데, 이 눈사람이 초록색, 하얀색, 풀색, 보라색 등으로 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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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눈사람 모양의 약은 당뇨약 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약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더 필요하고, 용량도 다양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약을 나눠서 드시는 분들도 있는데, "나도 눈사람 모양 약인데!"라고 했다간 위험해 질 수도 있다..)
...
제약사들이 분명히 구분할 수 있도록 만든 약인데 우리는 왜 이런 혼란을 겪을까?
그건 이런 비유를 들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 얼굴이 모두 다르게 생긴 네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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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으로 구별하려면 매우 정확한 형태에 대해 기억해야만 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내가 먹는 약을 정확-히 기억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볼 수 있다.
1)모양으로 기억하기 : "지름 0.7cm의 흰색 정제로, 분할선이 한 줄 있고, 한 쪽면에 LO, 20이라고 적혀있다"
2)이름으로 기억하기 : "라**정 20mg"
외국 여행지나 영화배우 이름 기억한다고 생각하고, 약 이름을 명확히 기억해 두는 것이 훨씬 편하지 않을까?
...
그런데, 사실..
...
이렇게 사람들이 약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데에는 의사들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동료나 선후배 의사들을 공격하거나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아니지만 개원가에서는 공공연하게 처방전을 한 장만 발행하는 것이 현실이다.
환자들이 약국에 처방전을 내고 나면, 손에는 뭔지 모를 약들만 달랑 봉지에 몇 개씩이나 (그것도 함께!) 담겨있으니 사실 약 이름을 좀 기억하지 못한다고 환자들을 타박할 일이 아닌 것이다.
자신이 뭘 먹는지도 모르는 채 약에 대해 막연한 불신만을 가진다면 의사에 대한 신뢰도, 치료 효과도 결국 떨어지게 되는 게 아닐까?
따라서
1. 병원에서는 환자들의 기본적인 알 권리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대로) 처방전을 두 장 발행해서 본인 보관용 처방전을 꼭 가지고 있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고
2. 환자들은 혹시 처방전을 한 장만 발행하는 병원이 있다면 본인 보관용을 달라고 "당당히" 요구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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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리고 혹시 처방전이 없어지거나 망가질 수도 있으니까, 핸드폰에 메모를 해 두거나 (스스로에게 문자를 보내 놓는 것도 한 방법)
또는 사진을 찍어 저장해 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김승범 (現 제네럴닥터원장)
kormedi 2008.10.05
http://www.kormedi.com/news/MedicalColumn/View.aspx?Seq=116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