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웰빙정보/노인성질환

어르신, 언어치료로 말 되찾는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4. 10:19
부산시 부전동에 살고 있는 허 모(81) 씨는 18년 전 갑자기 길에서 쓰러졌다. 원인은 혈관이 터지면서 생긴 뇌중풍.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근처 병원에서 바로 치료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몸이 불편한 상태다. 무언가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인지능력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뇌중풍 후유증 때문에 언어장애가 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언어장애는 다양한 원인에서 올 수 있지만 보통 나이 드신 분들은 뇌중풍이 오기 직전이나 오고난 후 언어를 담당하는 뇌의 부위에 손상이 와서 언어장애가 많이 생긴다고 말한다.

◆ 언어치료, 꾸준히 받으면 효과↑

권미선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언어치료 교수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언어능력이 회복되는 시간은 다르지만 보통 뇌중풍 등으로 병원에 입원한 뒤 언어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언어장애 문제가 많이 개선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서울아산병원에서 4년째 언어치료를 받고 있는 한 환자는 발병 전 직업이 목사였지만 성경 구절도 읽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성경 첫 문장까지 읽을 수 있다. 언어치료의 효과가 나타난 것.

사실 뇌중풍의 좋은 점은 자연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주변에서 가족의 도움으로 상태가 많이 호전된 환자들을 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언어치료는 이처럼 자연치료에 더 많은 효과를 더해주는 기능을 한다. 일종의 필수 비타민인 셈.

언어치료는 신경과 치료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뇌 영상으로는 정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환자의 언어능력을 테스트 했을 때 특정 문제가 자꾸 나타나면 신경과 교수는 이 말을 듣고 언어를 담당하는 뇌 부분을 꼼꼼하게 살펴봐서 문제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하기 시작해야

그러나 언어장애가 왔다고 해서 바로 사회복지센터에 바로 가거나 스스로 치료를 하려는 것은 금물이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 진단부터 해야 한다.

권미선 교수는 “언어장애가 있는 사람 중엔 인지능력에 문제가 없는데 말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있고, 말은 잘하는데 주제가 없고 엉뚱한 말만 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개개인에 따라 증세와 정도가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특징에 맞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허 씨의 경우 인지능력에는 문제가 없는데 유치원생 취급을 하며 그림을 보여주면서 ‘이건 무엇이죠’라고 질문을 하면 환자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 쉽다.

권 교수는 “자신의 증세에 따른 좌절감으로 인해 언어치료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많은데 증상에 맞지 않는 치료법을 택하면 오히려 환자가 치료 의지를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언어치료 전문가의 양성이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에 맞는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싼 비용, 사람들의 인식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대부분 병원에서는 소수의 언어치료사만 두고 있는 입장이다.

언어치료는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 30~50분 정도 한 번 치료받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약 3만원으로 비싼 편이다. 또한 환자나 보호자들이 그냥 두더라도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언어치료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권미선 교수는 “분야별로 세분화된 전문가들이 많이 양성되는 것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언어장애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며 “언어치료 과목을 개설한 교육기관이 많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언어치료 분야는 뇌과학, 언어,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대학원 졸업자에게만 자격증 시험을 주는 등 요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매일경제 2009.05.04 09:52

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09&no=2596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