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백과 풍성한 '죽'이네

따끈따끈한 죽 한 그릇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돌아왔다.
죽은 가난한 시절, 음식을 오랫동안 불려 먹기 위한 서민들의 음식이었지만, 요즘에는 소화 잘되고 몸에 자극 없는 영양 만점 ‘웰빙식’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특히 가을은 각종 곡물과 호박, 버섯 등 죽에 애용되는 재료를 수확하는 시기여서 맛있는 죽을 끓이기에 더없이 좋다. 제철 재료를 이용한 여러 가지 죽 요리법을 소개한다.
# 균형 잡힌 영양… 현미오곡죽·호박죽
‘안현필 건강밥상’을 운영하며 동명의 건강밥상 지침서를 쓴 이화실씨는 우리 몸에 가장 좋은 죽으로 ‘현미오곡죽’을 추천했다. 이씨는 “현미밥은 꼭꼭 씹어 먹어야 하지만 부드럽게 죽으로 끓이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으며, 변비가 있는 사람이나 당뇨 등의 성인병 환자에게 특히 좋다”며 “현미오곡죽이 아니더라도 모든 죽에 흰쌀 대신 현미를 사용하면 쌀에 있는 영양을 그대로 섭취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현미의 씨눈(배아) 속에는 쌀의 중요한 영양분이 집결돼 있고, 쌀의 속껍질(쌀겨)에는 공해로 인한 각종 현대병의 치료에 도움이 되는 피틴산과 섬유질이 들어 있다. 재료는 현미, 보리, 율무, 수수, 대두, 참깨, 물(맛국물 추천), 소금(죽염 추천)이 필요하다. 현미와 잡곡을 씻어 생수에 5시간 정도 불린 뒤 믹서에 간다. 조리용 솥에 넣고 맛국물로 죽물을 맞춰 푹 끓인다. 먹기 전 곱게 간 참깨가루와 죽염으로 간을 맞추며 마무리한다.
가을은 단호박의 계절이기도 하다. 단호박죽은 맛과 영양이 뛰어날 뿐 아니라 특유의 고운 빛깔까지 함께 느낄 수 있다. 호박의 당분은 소화가 잘 되므로 위장이 약한 성인에게 좋으며, 호박에 들어 있는 식물성 섬유소인 펙틴 성분은 이뇨작용을 돕고 담석증 예방에도 좋다. 스트레스로 인한 몸의 부기를 빼는 데에도 늙은 호박을 따를 만한 식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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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죽 흑임자죽 |
재료는 단호박, 찹쌀가루, 설탕, 꿀, 소금, 대추가 들어간다. 껍질을 벗기고 씨를 긁어내 작게 자른 단호박에 물을 2컵 붓고 푹 끓인 뒤 믹서로 갈아준다. 이를 다시 끓이다가 찹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넣고 반죽하여 작게 만든 새알심, 찹쌀가루를 넣고 새알심이 익을 때까지 끓이다가 설탕과 꿀,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대추는 씨를 제거 후 두 개를 포개어 돌돌 말아 얇게 썰어 장식한다.
# 수험생 식사… 버섯죽·호두죽
대표적인 가을철 견과류인 호두는 머리를 맑게 해주고 자양강장에 좋아 성장기 어린이와 학생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음식이다. 호두는 또 콩팥 기능을 강화해 이뇨작용을 촉진하고, 각종 질병을 예방하며 폐의 기능을 개선하는 효능이 있다. 공부에 지친 수험생들의 건강을 위해 호두죽을 권할 만하다.

재료는 호두(1인분 40g), 불린 쌀이 필요하다. 호두를 믹서에 넣어 물 700㎖를 붓고 잔 알갱이가 약간 남게 간다. 냄비에 담아 끓이면서 쉬지 말고 저어 주어야 덩어리가 안 생긴다. 소금, 설탕을 넣고 간을 한 뒤 끓인 죽 위에 고명으로 다진 호두 반 수저를 얹는다.
약부추를 넣은 표고버섯죽은 기와 체력을 보강하는 데 그만이다. 부추에 함유된 비타민은 빈혈·냉증·위장 강화에 좋은데, 표고버섯은 다른 채소의 비타민을 지켜주는 역할을 해서 두 음식의 궁합이 잘 맞는다. 표고버섯 자체에도 비타민과 단백질을 많이 함유해 속을 든든하게 채워준다.
말린 표고버섯, 약부추, 불린 쌀, 당근, 양파, 참깨가루를 준비한다. 말린 표고버섯은 흐르는 물에 씻어 부드럽게 불린 뒤 곱게 다지고, 솥에 표고버섯, 불린 쌀, 당근과 다진 양파를 넣고 물을 넉넉히 부어 푹 끓인다. 곱게 빻은 참깨가루와 송송 썬 약부추를 넣어 마무리한다.
# 여성 미용식… 흑임자죽·콩나물죽
검은깨에 들어 있는 칼슘은 치즈의 2배, 우유의 11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은깨의 비타민 E와 천연 토코페롤, 셀레늄은 피부 노화를 막고 건강하고 촉촉하게 가꿔줘 특히 여성들에게 효과적이다. 일반 깨보다 풍부하게 들어 있는 레시틴이라는 성분이 신진대사와 혈액순환을 도와 동맥경화를 막는 데도 효과가 있다. 검은깨는 통째 먹으면 소화가 힘들기 때문에 완전히 갈아서 부드러운 죽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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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살죽 전복죽 |
쌀, 흑임자, 물, 소금 약간을 준비한다. 쌀은 씻어서 물에 충분히 불려두었다가 소쿠리에 건져서 물기를 빼고, 흑임자는 씻어서 물기를 뺀 후 볶아둔다. 쌀과 흑임자를 믹서에 따로따로 간다. 갈 때에는 물을 조금 부어서 갈고 흑임자를 체에 밭친 다음, 물만 받고 남은 찌꺼기는 버린다. 쌀물과 흑임자물을 밑이 두꺼운 냄비에 넣고 나무주걱으로 저어가면서 끓인 뒤 기호에 맞게 소금을 약간 넣어서 먹는다.
콩나물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저칼로리 음식으로, 체중조절에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비타민C가 풍부해 예부터 인체의 저항력을 높여 감기를 물리치고 추위를 잊게 해주며 기미예방 등 피부를 곱게 해주는 먹을거리로 사랑받아왔다. 콩나물은 집에서 키우기도 쉽기 때문에 집에서 길러 사용하면 안전한 식재료로 그만이다.
어린 콩나물(5㎝가 적당함), 맛국물, 약부추, 마늘, 당근, 양파, 표고버섯, 죽염, 쌀, 참깨가루를 준비한다. 깨끗이 씻은 콩나물과 불린 쌀, 채소를 참기름으로 살짝 볶다가 다싯물로 죽물을 맞춘 뒤 중간 불에 끓이다가 약한 불에서 10분 정도 뜸을 들인다. 죽이 다 되어갈 때쯤 송송 썬 약부추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며 마무리한다.
세계일보 2008.10.23 19:01
http://www.segye.com/Articles/NEWS/CULTURE/Article.asp?aid=20081023003514&subctg1=&subctg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