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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실버모델 어때요?"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9. 4. 09:22
시니어 포토 콘테스트에 참가한 실버들이 카메라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땀으로 지워진 화장은 짬이 날 때마다 다시 고친다. /김건수 객원기자 kimkahns@chosun.com |
킨텍스서 '시니어&장애인 엑스포' 열려
이틀간 합숙훈련… 차밍스쿨·워킹법도 배워
동화구연 대회엔 영어로 참가한 할머니도
"아이참~ 얼굴을 좀 내렸어야 하는데 말이야. 표정도 덜 웃은 것 같고…."
오정자(여·65)씨가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무릎을 탁 치며 아쉬운 콧소리를 냈다. 골프채를 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포즈를 취했는데, 연습한 만큼 못해 아쉬울 뿐이다. 위 아래 연두색 골프 웨어를 맞춰 입고 머리에는 은색 반짝이까지 뿌려 멋을 냈다. '골프 포즈'가 끝나자, 이번엔 '프러포즈' 포즈가 시작됐다. 고운 정장을 차려 입은 할아버지가 무릎을 꿇고 꽃다발을 건네자, 할머니는 카메라를 쳐다보며 금세 볼을 붉게 물들였다.
3일 고양시 킨텍스(KINTEX)에서 열린 '2008 시니어&장애인 엑스포'. 행사 첫날 오전부터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은 바로 '시니어 포토 콘테스트'가 열리는 현장이다. 실버타운이나 노인용품 광고 모델로 활동할 '실버 모델'을 공개적으로 뽑는 대회다.
◆실버모델에 300여명 넘게 접수
이날 '본선 대회'에 참가한 실버들은 모두 80명. 모두 4대1의 경쟁을 뚫고 올라온 '실력자'들이다. 8월7일부터 23일까지 프로필과 사진 등을 받은 서류 심사에는 300여명이 넘게 접수했다. 예선을 통과한 참가자들은 지난달 26일부터 이틀간 '합숙훈련'도 받았다. 사진 모델에게 필요한 화장법과 워킹, 카메라 앞에서 표정 짓는 법을 배웠다.
본선에서 참가자들은 골프채, 배드민턴채, 하모니카 등 다양한 소품을 이용해서 사진 포즈를 취했다. 경륜·여유, 스타일, 연기력 등이 심사 항목이다. 심사위원 채점 50%, 현장 즉석 인기투표 30%, 예선 서류 20%로 총 16명을 뽑는다.
부부가 함께 본선에 오른 팀도 있다. 각자 사별 후 의정부복지관에서 만나 5개월 전 결혼한 전영환(74), 이원옥(여·69)씨 부부는 빨간색 티를 맞춰 입고 무대에 올랐다. 부부는 "집에서 일 안하고 쉬고 있는 것보다 늦었지만 한번 모델에 도전해 보고 싶어서 참가했다"고 했다.
이 대회를 주최한 실버사업 컨설팅 업체 포시니어즈㈜ 이계현 대표이사는 "지금까지 광고 사진에 등장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일본 등 외국인들이었다"며 "사회가 변하면서 한국 노인들의 표정이 좋아졌고, 자연스러운 한국인 노인 모델을 필요로 하는 업체가 많아 직접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이런 행사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영어로 동화구연도
4일에는 '경기도 실버 동화 구연 경연대회'가 열린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노인들이 대거 참석할 계획이다. 예선을 거쳐 최종 선발된 12팀이 5분간 경연을 펼친다. 이 중엔 '영어'로 동화구연을 하는 신현정(여·67)씨도 있다. 젊은 시절부터 영어에 관심이 많았고 남편이 영국인이라 실생활에서 꾸준히 영어를 해온 신씨는 지난 4월부터 동화구연에 영어를 접목시켰다. 영어로 동화구연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유치원과 문화센터, 어린이집 등에서 요청이 많다.
이번 박람회를 주최한 경기도 측은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에 노인 일자리에 대한 고민도 계속되고 있다"며 "실버 모델과 동화구연 등을 보면, 노인들의 일자리 종류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9/03/200809030186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