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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노년을 위하여 ‘현재의 나’로부터 정체성을 찾아라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7. 11. 08:50
한창 땐 거칠 것도 두려울 것도 없었다. 내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고 영향력을 발휘했었는데 이젠 말이 먹혀 들지 않아 속상하고 괘씸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느덧 머리가 커진 자녀들로부터 "모르면 가만히 계시라"는 소리나 들어야 하니 서글프다.
여유로운 노년을 원한다면 인간 관계에 특히 유념해야 한다. 재력이나 건강이 웰빙 노년을 위한 뿌리라면 화목한 인간 관계는 열매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고 건강하더라도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가 원만치 못하면 여생이 우울할 수밖에 없다. 반면 다소 쪼들리고 몸이 불편하지만 가정이 화목하다면 이겨낼 수 있다.
가정문화원 김영숙 원장은 "광속으로 변하는 가정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변화에 뒤처지면 갈등의 요인이 되고 인간 관계에서 실패한다"며 "나이가 듦을 수용하고 중심축에서도 서서히 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나이가 어릴수록 변화에 민감하고 나이가 들수록 변화에 뒤떨어진다. 부부간에도 남자는 여자보다 한두 박자 늦다.
노인기 성격의 특징으로 김 원장은 수동성, 의존성, 조심성, 우울 성향, 친근한 사물에 대한 애착 증가와 성역할의 변화를 들었다. 이러한 변화가 노인들의 인간관계 형성에도 영향을 미쳐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명애(64)씨는 아들과 대화하다 좀 아는 듯이 말했다가 "정말 확실히 아시는 거예요? 모르시면 가만히 계세요"라는 타박을 듣고 쇼크를 받았다. 박씨는 "네가 나를 무시해" 하면서 괘씸하고 서글프고 부아가 났다. 무심결에 한 말일 수도 있는데 마음의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았다고 박씨는 말했다. 김 원장은 "이제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힘은 달리지만 이런 대접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기 바란다"며 "가장 중요한 과제는 변화해가는 자신과 환경에 적응해 가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가정경영연구소 강학중 소장은 노년기에는 타인과의 관계가 건강과도 직결되므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간관계는 행복, 생활 만족도, 건강, 수명, 질병과 밀접합니다. 관계가 원만하면 회복도 빨라지고 면역성도 좋아져 장수에도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행복의 원천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대상은 부부라고 강 소장은 밝혔다. 그는 "노인기에는 은퇴 후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부부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남성 우위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고집이 황혼 이혼의 사유가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부부가 하루종일 함께 있다보면 아내는 지금까지의 생활이 흐트러지게 된다. 외출시 남편의 식사 등이 마음에 걸려 서둘러야 하고 친구도 마음대로 부를 수 없어 불편하다. 남성은 의존적으로 변하는데 여성은 독립적이고 인간 관계의 기술도 좋고 관심도 밖으로 향해 있어 불협화음이 생긴다. 그러므로 노인기의 부부 생활은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적응과 생활습관의 수정이 요구된다.
당신 몸으로 낳았지만 어른이 된 자녀와의 관계도 문제다. 요즘에는 고부간의 문제뿐 아니라 장모와 사위,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갈등이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노인은 가족 내의 연장자로서 삶의 지혜를 전달하고 자신이 필요한 존재임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러나 성장 배경이 다른 자녀는 가치관, 이상 등이 부모와 달라 갈등이 발생한다. 강 소장은 "노인들은 경제적 신체적 의존성이 높아가는데 이를 수용하는 자녀들의 가치관이 희박해지면서 갈등이 깊어진다"면서 "가사일 동참, 정서적 지지, 손자 손녀 봐주기 등의 상호부조 관계를 유지하며 두 세대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통적인 대가족에서는 손자 손녀와 친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화에 깊이 관여했던 조부모들이 핵가족화하면서 역할이 축소돼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손자 손녀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서는 아들딸과의 관계에서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핵가족이 보편화되면서 노인기에는 자녀와의 상호작용은 감소하는 반면 형제·자매와의 상호작용이 증가해 유대감이 강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가치관과 흥미 등이 유사하고 결속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친구·이웃과의 관계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자기중심적인 노인들의 특성으로 인해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가 잦다. 강 소장은 "아직까지도 노인들은 어울려 사는데 익숙지 않은 세대라 피붙이와의 관계에만 집착한다"며 "그러나 노인기의 자아 지지 기반이 되는 친구 관계는 생활 적응에도 매우 중요하므로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경제적 안정, 양호한 건강상태, 오랜 기간 동일한 지역에서 거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2008.07.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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