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은 95퍼센트 차단... 호흡 장애 조심하세요
복면 마스크와 토시, 자외선 차단모자 등‘복면 패션’을 하고 한강시민공원 이촌지구에서 조깅을 하고 있는 본지 인턴기자들. 10분쯤 지나자 이들의 얼굴에 땀이 차고 호흡이 가빠졌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
중장년 운동족의 '복면 패션' 실제 효과는?
여름방학을 맞아 4년 만에 고국에 온 미국교포 웨슬리 한(21)씨는 얼마 전 한강에 놀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눈만 뚫려 있고 얼굴 전체를 덮는 커다란 마스크를 한 중년 아주머니들이 줄지어 조깅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성형 수술해서 얼굴 가린 사람인가보다 생각했어요."
최근 2~3년 사이 조깅이나 사이클을 즐기는 중장년 운동족들에게 자외선 차단과 미세먼지 방지를 위해 얼굴 전면을 꽁꽁 가리는 '복면(覆面)패션'이 대인기다. '스타워즈'에 나오는 악당의 복면처럼 보이기도 해서 '다스베이더 패션'으로도 불린다.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썬캡은 필수 아이템이고, 코와 입은 물론 목까지 가리게 디자인된 마스크, 챙이 달린 복면 마스크, 팔에 끼는 자외선 차단 토시 등 다양한 아이템이 나와있다. 과연 한여름 복면패션이 운동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본지 인턴기자들이 직접 복면 패션을 체험해보고 연구소에 제품을 의뢰해 자외선 차단 효과를 조사해봤다.
◆마스크 쓰고 뛰니 10분 만에 헉헉
지난 17, 18일 이틀간 인턴기자들이 자외선 차단 마스크와 토시, 챙 달린 복면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한강시민공원 이촌·잠원·반포지구에서 각각 1시간씩 조깅을 했다. 함께 조깅하는 중년 여성 열에 아홉 명이 복면 패션을 하고 있었다.
10분이 지나자 얼굴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바람이 바로 얼굴에 닿지 않아 땀이 마르지 않아서 더 더운 느낌이었다. 눈 부위만 뚫려있고 머리까지 감싸는 복면 마스크를 쓴 인턴기자는 호흡이 원활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위의 다른 '복면족'들은 꿋꿋이 마스크를 고집하고 있었다. "왜 안 답답해요. 땀 차고 불편하지만 기미·주근깨 생기는 거보단 낫잖아요." 마스크와 썬캡으로 무장한 박명옥(51·주부)씨가 눈만 빼꼼 내밀며 말했다.
운동족들의 복면에 대한 믿음은 '판매량'으로 증명된다. 자외선 차단 마스크 판매업체 넥스트엠 김태홍 과장은 "5년 전 처음 출시된 후 꾸준한 인기"라며 "우리 회사에서만 올 3월부터 현재까지 20만여 개가 판매됐다"고 말했다.
◆자외선 차단효과는 우수
한국섬유기술연구소에 의뢰해 자외선 차단 마스크, 복면 마스크, 자외선 차단 토시의 자외선 차단율을 검사했다. 그 결과 마스크 98.5%, 토시 97.1%, 복면 99.6%로 모두 높은 차단율을 보였다. 아주머니들이 가장 많이 쓰는 썬캡의 경우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98%의 자외선 차단율을 보였다. 섬유기술연구소 유해물질사업팀 김재우 팀장은 "이 정도면 자외선을 거의 완벽하게 차단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팀장은 "일반 폴로 티셔츠 정도 두께의 천이면 대개 95% 이상 자외선을 차단하므로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섬유를 쓴 마스크라고 해서 특히 효과가 큰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마스크 없이 일반 천을 둘러도 거의 비슷한 자외선 차단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운동 효과, 건강엔 글쎄
운동 효과 면에선 긍정적이지 않다. 전문가들이 우선 지적하는 문제는 호흡 장애다. 한국체대 스포츠건강복지학부 김현태 교수는 "사람은 운동할 때 평소보다 많은 산소를 공급받고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마스크는 호흡체계를 방해하고 체내 이산화탄소 농도를 증가시켜 체력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부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세대 의대 피부과 박윤기 교수는 "자외선은 막을 수 있겠지만 땀이 차서 땀띠가 나고 심하면 염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사용하더라도 최소한 30분에서 한 시간마다 벗고 땀을 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름철엔 마스크 착용이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과 홍유덕 연구원은 "여름에는 비가 잦아 미세먼지가 씻겨내려 가고 난방으로 인한 오염도 적어 미세먼지 농도가 다른 계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자외선 차단제 권장
국가대표 마라토너 출신인 경희대 '러닝 CEO과정' 이홍열 겸임교수는 "마스크 종류는 직접적으로 호흡을 방해하고 얼굴 정면에 위치하기 때문에 뇌에 스트레스를 준다"며 "여름철 한 시간 정도 운동할 경우 통풍이 잘되는 반팔, 반바지를 입고 자외선 차단을 위해 얼굴과 목 부위를 모두 보호할 수 있는 챙이 큰 라운드 캡을 착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은 "운동할 때 땀에 안 지워지는 워터프루프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좋다"며 "자외선 차단지수(SPF) 30~50 사이의 제품을 2~4시간마다 꼼꼼히 덧발라주면 굳이 복면 제품을 쓸 필요는 없다"고 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신철 교수도 "마스크는 피부의 숨구멍까지 모두 막아 신체의 순기능을 억제하기 때문에 마스크보다는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하라"고 권했다.
조선일보 2008.07.30 04:45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7/29/200807290155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