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과학
▶뇌세포가 왜 죽는지 과학자들은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서 잘못된 단백질이 만들어져 뇌세포를 죽인다고 추측할 뿐이다. 문제는 치매의 50~6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이다. 다른 원인의 치매들은 일찍 발견하면 치료나 예방 할 수 있지만 알츠하이머는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했다. 알츠하이머는 베타 아미노이드라는 단백질 독성 물질이 뇌에 쌓여 신경세포가 죽으면서 발생한다.
▶과학자들이 지금껏 알아낸 것은 이 병에 걸리면 학습능력과 기억에 중요한 뇌의 신경전달물질 아세틸 콜린이 감소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콜린을 늘리는 도네페질, 엑셀론 같은 약물들이 나왔지만 2~5년 증상만 완화시킬 뿐이다. 미국 제약회사들은 최근 독성물질 베타 아미노이드를 제거하는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이 치료제에 대한 임상실험이 실시될 예정이지만 아직 획기적인 치료제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알츠하이머를 고칠 수 없다면 환자의 일상생활을 돕는 방법이라도 찾자는 움직임이 있다. 미 조지아공대는 노인들이 약 복용을 잊지 말도록 약 주변에 빨간 불을 깜박이게 하거나 디지털 음성으로 알려주는 미래 주택을 연구하고 있다. 환자가 입는 컴퓨터를 착용하면 거기 달린 비디오 카메라가 환자의 시야에 든 사물을 포착해 무엇인지 말해 주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거론된다. IT 뉴스사이트 '와이어드(Wired)'는 이를 '기억 안경'이라고 불렀다.
▶알츠하이머병은 1907년 독일 정신과 의사 알츠하이머가 학계에 보고한 이래 21세기 최대 역병(疫病)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만 해도 치매환자가 지난 5년 새 두 배로 불어나 40만명이 됐다. 가족을 포함해 적어도 150만명이 치매에 볼모로 잡혀 있다. 어제는 보건복지부가 정한 '치매 극복의 날'이었고 내일은 '세계 치매의 날'이다. 치매와의 전쟁에서 지면 인류의 삶의 질은 곤두박질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