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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부글부글? 온몸에 병 키운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9. 2. 15:29

직장에서 동료나 상사 때문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꾹 참은 적이 있는가, 반대로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해 일파만파 파문을 불러일으킨 경험이 있는가. 솟구쳐오르는 분노를 참아야 하나, 터뜨려야 하나.

40대 후반의 중소기업 간부 김모씨는 최근 갑자기 뒷목이 뻣뻣한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검사결과 혈압이 높아져 있었다. 김씨는 평소 운동도 꾸준히 하고 체중관리도 잘 해왔기 때문에 혈압이 갑자기 오른 이유가 이해되지 않았다. 심리적인 원인일 수도 있다는 의사의 지적에 김씨는 최근 몇달째 직장상사와 업무관계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 생각났다.

◆분노 잘 느끼는 사람은 건강도 취약 = 분노를 잘 느끼고, 이를 참지 못하거나 억누르는 사람은 대인관계뿐만 아니라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분노가 많은 사람이 심혈관질환, 소화기내분비 질환 등 각종 질환에 취약하다는 연구결과들이 다수 나와 있다. 분노를 잘 느끼는 사람은 심리학적 성격분류상 A형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A형 성격은 성취욕과 경쟁심리가 높고 매사에 잘 참지 못하고 바쁜 편이다. 유전적인 요인도 이러한 분노를 갖는 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로토닌(serotonin)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부족하면 적대감이 커지고 공격적인 행동이 활발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유전적인 요소 외에 환경적인 영향이 분노 유발에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세계행동의학회 회장인 레드퍼드 윌리엄스 미국 듀크대의대 정신과 교수는 “세로토닌의 유전자인 MAOA(monoamine oxidase A)가 적더라도 후천적인 성장배경에 따라서 분노의 표출 정도에 큰 차이가 있다”며 “유전적 요인과 후천적 환경요인의 비율은 2대8 내지 3대7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화로 인한 교통체증, 인구의 도시집중 현상과 회사간 경쟁 및 개인간 경쟁의 치열화 등 환경적인 변화도 분노를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

허봉열 서울의대 가정의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은 건국 60년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가 이루어지는등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에 어느나라 못지않게 분노의 표출문제가 심각하다”며“분노 등 마음과 정신의 문제가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노를 억누르거나 표출하지 말아야 = 경쟁자나 직장 상사 등 자신에게 분노를 유발시키는 대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분노를 꾹 참는다면 자신이 파괴될 수 있고, 터뜨리면 타인까지 파괴할 수 있다. 꾹 참는다면 각종 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는 것이고, 분노를 터뜨리면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또 음주, 흡연, 폭식 등으로 해소하려는 행동은 문제는 그대로 둔 채 회피하는 행위에 불과하며 건강만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분노의 대상이나 분노를 유발한 문제에 대한 이성적인 평가를 먼저 해야 한다. 윌리엄스 교수는 “분노의 대상이나 문제가 중요한 것인지(important), 적합한지(appropriate), 변화가능한지(modifiable), 가치있는 것인지(worth it)를 먼저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분노의 대상에 대해 싸우거나 도망가기가 전부인 원초적인 반응은 상황만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이 4가지 원칙에 비춰 볼 때 중요하지 않거나, 가치가 없거나, 변화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는 관심 바꾸기, 명상하기 등 분노의 감정을 비켜가거나 동료와의 공감을 늘리거나 유머로 넘어가는 등 관계개선에 나서는 것이 적합하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 후에도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판단된다면 상대의 공감을 구하는 간결한 언행으로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목표지향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자신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분노의 정도를 파악하는 것도 판단에 도움을 준다. 일반적으로는 설문조사지를 이용하거나, 일지를 기록하면 자신의 분노 정도를 알 수 있다. 일지는 분노를 일으킨 일시, 장소, 당시의 생각과 감정, 당시의 행동과 그 상황이 얼마나 자신에게 중요한지를 판단하는 연관성 등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진우기자 jwlee@munhwa.com

‘분노’ 자가진단 설문

① 10대 폭주족들이 굉음을 내며 모터사이클로 집 앞길을 요란하게 지나가고 있다.

(가) 폭주족들이 왜 그렇게 요란하게 소리를 내며 다니는지를 이해하려고 한다.
(나) 혈압이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

② 신문에는 마약범죄에 관한 새로운 기사가 그칠 날이 없다.

(가) 정부가 마약 사범들에게 좀더 나은 교육과 재활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나) 모든 마약 밀매인들을 영원히 없애 버렸으면 좋겠다.

③ 교통이 혼잡한 곳에 갇혀 있다.

(가) 보통 쉽게 화가 나지는 않는다.
(나) 금방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난다.

④ 누군가가 당신을 부당하게 대한다.

(가) 그런 일은 보통 빨리 잊는다.
(나) 여러 시간 동안 계속 그 일을 생각하는 편이다.

⑤ 사람들이 많은 은행이나 슈퍼마켓에 줄을 서 있다.

(가)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에게 화를 낸다.
(나) 기다리는 데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⑥ 엘리베이터가 내려오지 않고, 어느 한 층에 오래 머물러 있다.

(가) 곧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나) 기다리면서 하루의 계획을 세운다.

⑦ 누군가 당신이 한 일에 대해 비판을 한다.

(가) 화가 난다.
(나) 그 비판이 정당한 것인지 알아보려고 한다.

⑧ 말다툼에 끼게 되었다.

(가) 자신의 의견이 먹혀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을 다 한다.
(나) 심장이 뛰고 숨쉬기가 힘들어진다.

⑨ 테러 사건이 있었다는 소식을 또 들었다.

(가) 욕설을 내뱉고 싶어진다.
(나) 사람들이 어떻게 그토록 잔인할 수 있는지 의아하게 생각한다.

⑩ 우리 인생에는 화낼 일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가) 그것들이 자주 몸 안으로 스며드는 느낌이다.
(나) 그것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져 버린다.

⑪ 일주일 동안 거의 매일 이런 식의 기분으로 지낸다.

(가) 때때로 뾰로통해지곤 한다.
(나) 보통 안정된 편이다.

⑫ 상점에서 어떤 사람과 부딪쳤다.

(가) 우연한 일이라 생각하고 지나쳐 버린다.
(나) 그의 조심성 없는 행동에 화가 난다.

⑬ 과거에 당신을 화나게 했던 일들이 기억났다.

(가) 다시 화가 난다.
(나) 그 기억들은 지난 일이라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⑭ 가끔 무능한 사람들과 일할 때가 있다.

(가) 자신이 맡은 일에만 열중한다.
(나) 그들이 하는 일을 보며 참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화가 난다.

⑮ 언쟁을 하게 된다면?

(가) 상대방보다 더 화를 내는 편이다.
(나) 상대방보다 화를 덜 내는 편이다.

문화일보  2008.09.02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8090201032027121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