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실버관련/지역뉴스

노년사고 - 경기도엔 없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0. 20. 19:19


일제침탈과 한국전쟁, 전란으로 황폐화된 맨땅 위에 건물을 세우고 도로를 닦았다. 농촌은 물론 도심 한복판에서도‘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밤낮없이 일했다. 1960년대 100달러가 채 되지 않았던 1인당 국민소득이 오늘날 2만달러를 넘어섰다.

그 한복판에서 땀흘렸던 이들이 바로 우리가 아버지, 어머니라 부르는 오늘날의 ‘노인’이다. 한국의 경제규모를 세계 10위권으로 우뚝 세운 주역이 우리시대의 어버이인 ‘노인’들이지만 자식들의 외면 속에서, 자본중심의 사회 속에서 소외당하고 점차 잊혀져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四苦’에 놓인 노인들

D시의 정모(70) 노인은 최근 인근 10층짜리 건물에서 투신할 결심을 했다. 얼마 전 함께 의지하며 살던 여동생이 병으로 세상을 떠난데다 고령이라는 이유로 실직까지 당해 장애를 가진 아들을 혼자 돌볼 능력과 자신이 없었다.

부인과 아들의 냉대로 인한 소외감과 외로움을 겪던 Y시 김모(75) 노인은 가족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하기로 결심했다. 이 노인은 고물상에서 식칼과 망치 등을 사서 장롱 속에 숨겼고 투신하기 쉬운 고층 아파트도 물색해 놓기까지 했다.

12년 전 사별한 부인의 기일이었던 날 알코올 중독인 아들의 행패에 K시에 살고 있던 김모(82) 노인은 삶의 희망을 잃었다. 제초제와 술을 구입해 앞마당에 묻고 자살을 준비했다.


이들은 다행히 노인자살예방 홍보를 위해 방문한 경기도의 ‘노인생명돌보미’ 전문상담원들을 만나 고민들을 털어놓으면서 자살계획을 거두게 됐다. 하지만 노인들이 겪던 가난과 외로움, 가족간의 갈등은 아직도 이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老年四苦’라 부른다.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빈고와 질병으로 인한 병고, 명퇴나 정년퇴임 등 역할상실에 따른 무위고와 혼자 남겨짐에 따른 고독고가 그것이다.

이러한 고통들은 노인들은 물론 가족, 나아가 우리사회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군다나 이미 2000년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7.2%를 넘어서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난 우리나라의 인구고령화 속도에 비춰보면 노인문제는 더이상 좌시할 수 없는 상태다.

“노인문제 축소·은폐 아닌 공론화해야”

전문가들은 오는 2018년 우리나라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14.3%를 차지하면서 고령사회가 되고 20.8%가 되는 2026년이면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다고 예상하고 있다. 지금보다 더 많은 노인문제의 발생이 예고된다는 소리다.

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인 경기도 역시 노인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경기도 31개 시·군의 노인학대 상담건수는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만4819건에 달한다.

이중 노인학대 신고건수는 1054건으로 2006년 282건에서 2008년 367건으로 점차 증가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치매노인 실종신고도 2006년에서 지난해까지 2879건에 이르고 있으며, 노인자살 사망자수도 매년 24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같은 노인문제 중에서도 전문가들은 젊은 성인에 비해 3∼5배 높은 성공률을 가진 노인자살을 가장 큰 사회적 문제로 꼽고 있다.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 1위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 만 60세 이상 노인의 자살 수는 2001년 1천890명에서 지난해 기준 4천364명으로 2.5배 가량 늘었다. 하루 평균 12명의 노인이 스스로 세상을 등진 셈이다.

이에 대해 노인상담전문가 정미영 사회복지사는 “노인자살은 순간적인 감정 보단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이뤄지기에 충동성은 낮고 성공률은 높다”며 “건강과 우울증, 가족갈등, 사회소외감 등 한가지가 아닌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핵가족화로 가족유형이 변한 요즘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아 조기에 발견할 가능성도 적다는 것이 정 복지사의 설명이다. 명절 때마다 수 개월 전 사망한 부모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 기인한다.

“현대에 들어서 젊은 층에선 부양의식이 감소한데다 사고방식의 변화, 어려운 경제상황 등으로 노인들이 점차 소외되고 있습니다. 이런한 요인들로 인해 가족 갈등이 커지게 되고 자신을 보호하고 쉴 공간인 가정에서의 갈등은 노인자살의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정과 경로사상을 중시해 온 우리나라. 정 복지사는 “우리나라는 아직‘자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부정적으로 자살을 겪은 가족들은 그 사실을 숨기려 한다”며 “사실 자살에 따른 치료가 필요한 것은 생을 마감한 이가 아닌 가족들로 부정적 인식과 시각을 개선해 축소와 은폐가 아닌 공론화해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인 한 명의 죽음은 유가족과 친인척 등 최소 6명에게 충격을 가져다 준다”며 우리 사회 속에 녹아있는 ‘자살’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말미암아 유가족들의 고통과 충격은 더 커지는 데다 15%정도 답습돼 후대에 전해지기에 유가족을 위한 프로그램 등 사회적 제도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노인자살 현황을 받아든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정미경 의원(한나라당·수원 권선)도 “그동안 노인자살문제에 대한 접근은 보험회사의 변액연금보험 등 노후보장 상품판매를 위한 상술 차원에서 다뤄졌을 뿐, 정부 차원에서 진지하게 그 원인을 분석하거나 구체적 대책이 제시된 바 없다”며 “노인자살은 빈곤과 질병 등 여러 요인이 겹쳐 발생하는 일인만큼 복지당국에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노인자살예방에 중점

“우리나라는 어떻게 빨리 좋아졌는가. 어르신들께서 우리 대한민국을 식민지 해방시키고, 남북분단이 되고, 6.25전쟁이 났지만, 공산침략으로 지켜주셨고,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에 피, 땀, 눈물로 한강의 기적, 대한민국의 기적을 만드셨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7일 수원에서 열린 경기노인큰잔치에서 “5천년 역사에서 중국보다 잘 사는 역사는 지금 40년 밖에 없다. 가장 빛나는 대한민국 역사를 만드신 분이 어르신들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지사는 이날 “어르신들의 살아온 발자취가 대한민국의 위대한 교과서고 영원한 교과서”라며 “외로워하거나 힘들어 말고 무한돌봄 등 여러 제도를 하고 있는 우리(경기도)를 불러주시면 달려가서 어르신들 섬기겠다”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의 일성처럼 경기도는 노인복지와 노인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 최초로 노인자살예방 조례안을 추진하는 등 노인문제 해결에 부심하고 있다. 이번 조례안은 노인자살 예방과 노인복지 증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도의회의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또한 도는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지난 2월 ‘노인자살예방 지원시스템’을 구축했다. 도와 31개 시군에 노인자살예방센터 42개소를 설치하고 전문상담원 46명을 배치해 자살예방교육과 상담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360명으로 구성된‘노인생명돌보미’들은 자살위기에 놓인 노인들을 조기에 발굴해 말벗과 상담 등 정서적 지원으로 10월 현재까지 5천181명의 위기노인을 발굴·상담해 75명의 자살을 예방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밖에 도는 ‘노인자살예방T/F팀’을 구성, 119소방재난본부와 노인종합상담센터, 정신보건센터, 복지관 등 유관기관과 노인자살예방을 위해 협력하고 있으며, 오는 11월부터는 무한돌봄사업과 연계해 우울증 치료가 필요한 저소득 노인들을 대상으로 25만원의 치료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자살 등 노인문제와 관련해 상담을 원하는 노인이나 가족들은 경기도 노인종합상담센터(☎222-1360)로 전화하면 된다.

도 노인복지과 이상숙 노인자살예방담당은 “노인자살 문제해결은 가정이나 어느 특정기관의 노력만으로 힘들기에 사회 전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번 더’ 대화를 나누고 찾아가는 가족들의 관심과 주변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노컷뉴스  2009.10.20 17:27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292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