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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30대, 2050년엔 집단 '독거노인' 된다"

"2050년에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60세 이상, 환갑 노인 이상이 된다. 이것을 남의 이야기 하듯 들으면 안된다. 왜냐면 지금의 30세가 2050년에 70살이 된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 인구의 3분의 1이 노인이라면 이 강의실에 앉은 바로 여러분이 그 노인이라는 이야기다."

김용익 미래발전연구원장은 28일 서울 장충동 프레시안 1강의실에서 열린 '고령사회와 복지국가' 강연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여러분이 노인이 될 때는 모실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30대의 여러분은 집단적으로 독거노인이 되는 것"라고 덧붙였다. 이에 청중은 쓴 웃음을 터트렸다.

김용익 원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정책 수석비서관을 역임했으며 대통령 자문 고령화와 미래사회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 강연은 프레시안과 복지국가 만들기 운동본부가 공동으로 연 연속 강연 '복지국가, 왜 우리의 미래인가'의 두 번째 강연이다.


지금의 30대, 2050년에는 집단 '독거노인' 된다

김용익 원장은 2050년까지 연도별로 유년, 노년, 생산가능 인구를 표현한 그래프를 띄워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통계청의 예측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총 인구는 2020년 4933만 명을 정점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어 2030년에는 4864만 명, 2050년에는 4234만 명으로 크게 떨어진다.

특히 유년 인구와 생산 가능 인구는 줄어들고 노인인구는 늘어나 2050년에는 유년 인구는 376만 명(8.9%), 생산 가능인구는 2242만 명(53.0%)로 줄어드는 반면 노인 인구는 1616만 명(38.2%)로 크게 늘어난다.

김 원장은 "한국 경제 역시 노동력과 자본금이 줄어들어 생산성이 줄고 국가 재정도 납세자가 줄어들고 부양 인구가 늘어나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인구 변동이 급격한 나라에서는 국민 연금도 설계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고령화의 첫 직격탄을 맞는 것은 1955년~1963년 생, 베이비붐 세대다. 김용익 원장은 "2020년이 되면 이들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층으로 진입한다"며 "이 세대가 평생 고생하는 세대인데. 국민학교를 들어가면 교실이 없어서 한반에 70~80명 씩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수업했고 진학하면 입시 전쟁, 졸업하면 취업 전쟁을 치른다. 그리고 이들을 기다리는 마지막 태풍이 바로 '고령화'다"라고 말했다.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

이날 강의에는 30대의 젊은 부부가 참석했다. 결혼한 지 6개월 됐다는 이들 부부는 김 원장의 질문에 "낳고 싶은 아이 수는 2명이지만 실제로는 1명을 낳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김 원장은 "아주 전형적인 한국의 젊은 부부"라며 "조사 결과를 보면 희망 수는 2.2명이나 실제로 낳는 수는 1.22명"이라고 말했다.

저출산의 원인에 대해 김용익 원장은 기본적으로 이렇게 설명했다.

"1960년대와 같은 농경사회에는 지역 공동체가 보육 노동을 분담한다. 그러나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보육 노동이 가족 안으로 집중되고 이는 가족 내에서도 다시 여성에게 집중된다. 동시에 성역할의 변화에 따라 대부분의 여성이 취업을 한다. 결국 여성은 일도 해야하고 과거보다 집중된 돌봄 노동을 해야 하는 셈이다."

이런 현실을 보여주는 숫자가 있다. 남편이 외벌이를 하는 부부의 경우 평균 가사 노동 시간을 보면 여성이 6시간 18분, 남성은 38분이다. 그런데 맞벌이 부부의 경우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3시간 20분인데 남자는 37분으로 외벌이 남편과 거의 같다. 결국 대부분의 맞벌이 여성은 하루에 거의 10~12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셈.

김 원장은 "워킹맘과 전업 주부 사이의 가사노동 시간 차는 어떻게 나는 것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방청객들은 "가사도우미를 쓴다", "그냥 안한다" 등의 답을 내놨다. 김 원장은 "정리하면 가사노동의 질을 떨어뜨리고 노동 강도를 높이고 상당 부분을 '외주'를 주는 것"이라며 "문제는 한국의 복지 체계가 좋지 않아 이 3시간을 위해 여성이 버는 돈 대부분이 나간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도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짧은 이유는 무엇일까. 김 원장은 "서양 사회에서 맞벌이 부부의 가사노동 시간은 각각 2시간 씩"이라며 "세대 변화에 따라 남성들의 의식은 바뀌었다고 하지만 야근, 잔업이 많고 회식이 잦은 직장 문화와 술자리가 많은 남성 문화가 여전히 여성의 노동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단지 '여성의 부담'만으로 저출산을 설명할 수는 없다. 경제와 출산율은 밀접한 관련을 갖는데 한국의 경제 지표와 출산율을 비교해보면 경제 위기가 생기고 3~4년 후 출산율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서구 사회가 5~6년의 기간을 갖고 완만하게 영향을 받는 것에 비하면 한국은 그 기간도 짧고 기울기도 가파르며 1998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김용익 원장은 "한국의 가계는 수입이 시장 소득에 의해 모두 결정되고 복지나 사회적 안전망이 없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결혼, 출산 등에 비관적인 분위기가 형성 된다"며 "사회보장과 이전 소득 등이 보장되지 않으면 아이를 낳기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한마디로 효도가 불가능한 시대, 내 아이를 내가 키우기 불가능한 시대"라며 "그렇다고 여성들을 가정 내에 '노예노동' 상태로 두는 것도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 않은만큼 돌봄 노동을 사회화 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질 높은 보육 시설과 좋은 요양 시설에서 '우리 부모를 우리가, 우리 자식을 우리가' 집단 효도를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시혜가 아니라 투자다. 시각을 바꿔야할 때"

김 원장은 복지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함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복지는 더이상 '시혜적' 차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용익 원장은 "인구가 늘어나고 '청년 남성'으로 경제 활동을 해나갈 수 있던 시기에는 여성, 노인에 대한 정책은 '시혜적 복지'에 불과했지만 21세기 후반부가 되면 여성도, 노인도, 장애인도 최대한 '생산 가능 인구'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일단 청년들을 위해서는 인생의 다양한 경로를 제공하고 고졸이든 대졸이든 학력차별이 없는 사회로 바꾸어 조기 입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여성이나 노인을 위해서는 정규직 근무를 풀타임과 파트타임으로 세분화해 다양한 근무 형태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평생 교육과 직업 능력 훈련 △장애인 이동성 확보 △건강 수준 유지를 위한 예방의학 강화 등을 강조했다.

그는 "이는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사회투자'"라며 "이러한 대책들은 단기적으로는 빈곤층의 중심은 여성, 장애인. 노인 등에 대한 대책으로 '양극화 대책'이며 장기적으로는 고령사회 대책이 된다. 지금의 한국은 인적 투자가 가장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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