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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노인 빈곤’…사적연금 법안은 ‘쿨쿨’


김철환(73·가명) 할아버지는 매일 새벽 경기도 수원 거리를 청소한다. 그 대가로 손에 쥐는 돈은 매달 40여만원. 하지만 4평 짜리 쪽방 임대료와 식비를 빼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 저축은 커녕 아플 때 약 사먹을 돈조차 빠듯하다.

김씨는 1996년까지 식품회사에 다녔다. 아내를 암으로 잃은 뒤 회사를 나왔고 가진 돈을 모두 털어 다세대주택을 샀다. 임대료 수입으로 노후 걱정을 던 것도 잠시, 외환위기로 기름값이 폭등했고 기름보일러를 쓰던 김 할아버지네 다세대 주택은 비어갔다. 노후보장용으로 마련한 주택은 순식간에 빚더미가 돼 돌아왔다. 김씨는 연락을 끊은 자식들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주변에 ‘김 할아버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2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태완 부연구위원의 조사에 따르면 최저생계비보다 소득이 적은(절대빈곤율) 65세 이상 노인 가구는 지난해 35.9%였다. 여성 및 아동가구주의 절대빈곤율 22.3%, 8.2%을 크게 앞지른 수치다. 상대빈곤율은 더 높아 50.1%에 달했다. 이는 전체가구를 소득액수에 따라 펼쳐놓았을 때 한가운데 위치한 가구의 소득을 200만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노인가구가 절반 이상이라는 의미다.

더 심각한 문제는 노인빈곤의 추세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가구의 상대빈곤율은 2006년도와 비교해 2.2%포인트나 늘었다. 여성 및 아동가구주의 상대빈곤율은 같은 기간 0.8%포인트, -0.8%포인트 증감하는 데 그쳤다.

노인빈곤은 한국에서 유독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2009 연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령인구 평균소득은 전체가구 평균소득의 67%로 30개 조사국 중 29위를 차지했다. 전체 가구들의 평균소득이 2000만원이라면 노인들은 1300여만원 밖에 벌지 못한다는 뜻이다. OECD 평균은 82.4%였다.

한국 노인들의 소득 구성을 살펴보면 문제의 원인이 보인다. OECD에 따르면 한국 노령인구의 소득 중 퇴직급여·실업급여 등 공적이전소득은 전체의 약 14%로 27개 조사 대상 회원국 중 26번째에 불과했다. 공적이전소득이 적다보니 노인들은 일을 해서 모자란 부분을 채울 수 밖에 없다. 근로소득은 전체소득의 약 59%로 비교대상 회원국 중 가장 컸다. OECD는 보고서에서 “사적연금을 활성화해 공적연금의 부족분을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년기 소득보장의 한 축을 담당할 퇴직연금제도는 도입된 지 4년째지만 확산이 더디다. 퇴직연금 도입률은 지난 5월 현재 10.8%(5인 이상 사업장 기준)에 불과하다.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손성동 실장은 “중간정산제 사유제한과 개인형퇴직연금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비정규직법에 발목이 잡혀 국회에서 반년 넘게 잠자고 있다.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2009.07.20 17:28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eco&arcid=0921360056&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