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원하는 노인 40만명 넘어…'저임금·형식화'로 저질 일자리 넘쳐
지난 4일 ‘2008 시니어&장애인엑스포’가 열린 경기 일산의 킨텍스. |
이번 실버박람회를 위해 따로 설치된 부스만 30여개. 모두 2백여개 업체가 참여했고, 경기도에 살고 있는 6천여명의 노인들이 일감을 찾기 위해 이곳을 들렀다. 박람회 사무국은 채용 인원이 5백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뜨거운 구직 열기 속에 툭툭 내뱉듯 터져 나오는 참가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취업상담관에 구인벽보를 내건 150여개 업체는 대부분 경비원, 환경미화원, 주유원, 배달원 등 단순 노무직을 모집했다. 전문성이 없다보니 임금도 1백만원을 넘지 못했다.
30여년을 사무직에 근무하다 정년퇴임했다는 김의권(가명.62)씨는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내심 기대하고 왔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공직에 오래 있었다는 오제문(가명.68)씨는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일하며 생활비를 벌어볼 심산이었는데 일자리 수준도 그렇고 임금 역시 너무 적다”고 씁쓸해했다.
전체 노인 8%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 없어 쉰다"
참여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해 지난 2004년 8만5천개에서 지난해 14만8천개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 정부는 올해 24만개, 내년 3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정투자 역시 2004년 140억여원에서 지난해 830억여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노인일자리의 절대규모는 전체 노인인구의 5%에도 못 미치지만, 그 동안의 일반적인 복지프로그램에 비해 큰 규모로 확장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중장기적으로 노인 일자리는 양적으로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지난 2004년에 조사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일하고 있지 않은 노인 66.2% 가운데 일자리가 없어서 쉬고 있을 뿐 앞으로 일할 뜻이 있는 노인은 12.5%였다. 이는 전체노인의 약 8%(41만명) 정도에 이른다.
이에 따라 정부도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을 통해 노인 일자리사업의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9일 열린 제11차 노인일자리 전문가포럼에서 “일할 뜻이 있는 41만명의 노인을 1차 핵심대상으로 삼고, 일할 뜻이 있으나 여러 사유로 일하지 못하는 노인과 취업의사가 없는 노인, 무급가족종사자인 노인의 일부 등 전체의 12.5%에 해당하는 노인 60여만명을 2차 표적집단으로 해서 중장기적으로 이들 노인의 50%가 일할 수 있도록 노인 일자리사업의 규모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일자리, '저소득·형식화' 악순환이 문제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는 양적팽창에도 불구하고 노인 일자리의 질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이다.
남기철 교수는 “그 동안 양적 실적이 강조돼 일자리를 유형에 따라 배당하는 데 집착해 노인 일자리가 내실을 갖추지 못한 채 저소득층 노인에 즉각 적용할 수 있는 공익형·복지형 일자리로 형식화되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현 정부가 민간분야에서의 시장형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지만, 오히려 시장형 사업의 수준은 떨어지고 소득도 낮은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가 제시한 지난 해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실태조사를 보면 54%가 생계비 마련을 위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고, ‘용돈’과 ‘참여활동’이 각각 21%, 12%였다. 하지만 참여노인의 월 소득은 46만5천원으로 일반노인의 53만1천원보다 낮았다.
실제 최근 복지부가 발표한 노인일자리 창출 규모는 올 상반기 동안 13만4천여개에 이르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지원을 통해 생긴 공공분야의 일자리가 12만5천여개로 대부분이다.
민간분야의 일자리 창출은 올해 정책목표인 2만개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현재 노인일자리사업의 70%는 공익형·복지형 사업에 배분하도록 돼 있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새 정부가 일을 통한 복지에 공감하고 강조점을 민간분야로 이동하고 있지만, 민간분야의 일자리 창출도 예산 없이는 불가능한 면이 있다”며 “일자리를 유형별로 비율을 배분할 때 어떠한 방식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일자리가 생기는지를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는 일단 올해 민간분야에서의 일자리 확대를 위해 지자체 산하 공단 등 공공영역, 인력 파견형, 창업형 및 공동작업형 등 다양한 형태로 25개의 아이템을 선정, 시범사업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시킨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노인 일자리의 내실화를 위해 일자리 유형을 생계형(시장형)과 공헌형(예산형)으로 단순화하고, 사업지원체계와 시니어클럽 등 일자리 수행기관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복지법 개정보다 특별법 형태의 입법을 통해 중앙과 지방에 노인일자리사업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업 시행기관인 시니어클럽 등에 대한 예산과 인프라 지원체계를 확대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버케어뉴스 2008.09.17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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