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니어, 실버관련/기타

'달인' 김병만,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잠을 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개그콘서트 녹화가 끝나고 인터뷰를 위해 만난 ‘달인’ 김병만 선생은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했지만 기분은 좋아 보였다.

요즘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하루에 3~4시간 밖에 못 자고 OBS 시트콤 ‘오포졸’, MBC 드라마 ‘대한민국 변호사들’, 조혜련과 진행하는 etn의 ‘투캅스’, 목소리 진행을 맡고 있는 KBS ‘무비월드’ 출연뿐만 아니라 각종 CF와 행사, ‘개그콘서트’ 아이디어 회의까지 하루 24시간도 모자를 판이다.

피곤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예전엔 힘들었는데 이젠 적응이 됐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잠이 오겠냐?”며 손사래 쳤다.

연예계 데뷔 후 아버지와 말도 안 했다

얼마전 그의 어머니가 SBS ‘인터뷰게임’에 나와 개그맨이 되고 싶다는 출연자의 인터뷰에 응한 적 있다. 실제로 어머니는 김병만이 방송 일에 뛰어들었을 때 반대보다는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아버지는 집안 형편이 어려운데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않으려는 아들과 말도 섞지 않았다.

“시골에서 방송 일을 잘 모르시니까 반대했다기 보다는 걱정을 많이 하셨다. 1남 3녀 중 둘째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고 빚도 많았다. 다른 집 아들들은 돈 벌어서 가계에 도움이 됐는데 나는 연극 한다고 서울로 올라왔다. 어머니는 걱정이 많으셨지만, 없는 살림에 30만원을 마련해 주셨다. 아버지는 내가 개그맨으로 이름을 알리기 전까지 말을 안 하셨다. 나로써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고 그 일로 집안을 돕고 싶었다”

가족의 걱정 속에 연극 무대를 전전했고 2000년 영화 ‘선물’로 데뷔했다. 그 걸 계기로 2002년 KBS에 개그맨으로 입사해 조금씩 빚을 갚고 누나 전세를 마련해주고 아버지 병원비 등 번 돈은 전부 가족들을 위해 썼다. 그렇게 마이너스 인생에서 플러스 인생으로 돌아선 게 2006년, 2년 전 일이다. 고만고만했던 생활이 ‘달인’으로 뜨고 나서 조금씩 나아졌다. “달인 7~8개월 하면서 지금까지 번 돈보다 더 많이 벌었다”

7년 동안 했던 코너만도 45개, 스타성 없나? 진지하게 고민도

힘겹게 방송국에 입사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그가 7년 동안 거쳐간 코너만도 45개다. 김병만은 스스로를 코너와 코너를 잇는 ‘브리지’에 강하다고 말한다. 또 말로 하는 ‘개그’ 보다는 몸으로 웃기는 ‘코미디’가 좋단다. 재치 있는 입담꾼들이 각광받은 요즘 트렌드와 상반된다. 그러나 결국 그의 장점으로 승화했다. 김병만은 연예인이 되기에는 콤플렉스도 많았지만 결국 이를 조금씩 극복했고 그러면서 자신감도 더욱 커졌다.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길 원하지만 나는 버라이어티에 약하다. 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방송에서 잘 풀어가지 못했는데 조혜련 선배와 함께 ‘투갑스’ 하면서 많이 배웠다.”

“예전엔 키 작다고 놀리면 쑥스러워 위축됐는데 이제는 재미있게 받아 넘길 수도 있다. 카메라 울렁증도 있고 복식 호흡이 아니라 성량도 작고 호흡이 짧다. 무대에 서는 게 많이 떨리기도 했다. 끼가 많아서 들어오자마자 주목 받는 신인들이 부러웠다. 항상 뒤에서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단점을 깨닫고 고쳐 가는 게 좋다”

오랫동안 무명으로 지냈고 조금씩 얼굴을 알리기 시작할 때도 이슈를 만들지는 못했다. 김병만은 그런 자신의 모습에 “스타성이 없는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런 고민을 심각하게 할 때는 (박)준형 형에게 상담도 했다. 어느 순간 ‘나는 나다. 나는 거북이다. 엉금엉금 그냥 꾸준히 가는 거다’고 생각하며 내 자신을 내가 응원했다”

‘달인’ 코너를 할 때도 그렇게 큰 욕심이 없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류담, 노우진과 함께 자신의 강점인 ‘브리지’ 코너를 시작했다. 그게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거뒀고 그 동안 숨어 있던 팬들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내며 파장이 커진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 ‘달인’ 인기가 높아지면서 부담도 커졌다. 예전에는 낮에 만나 잠깐 회의해도 충분했지만 요즘은 3일 밤을 우리 집에서 함께 보내며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희극배우가 되고 싶다, 이문식 선배 처럼…

김병만의 개그는 유독 연기가 많다. 그가 코미디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것도, 예능에 욕심내지 않고 시트콤,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것도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그의 원꿈은 희극배우다. 때문에 처음 상경해 연극무대에서 활동했고 영화로 데뷔했다.

“나는 희극 배우가 되고 싶다. 이문식 선배 처럼…드라마 속에서건 영화 속에서건 연기가 필요한 곳에서 감초가 되고 싶다. 주인공은 생각해 본 적 없다. 이문식, 최종원, 임하룡, 이재포 선배처럼 감초로 주인공을 받쳐주는 의미 있는 조연이 되고 싶다. 지금 ‘오포졸’에서 오지명, 양택조, 이한위 등 대선배와 함께 연기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을 주신다. 액션을 좋아해 언젠가 큰 액션 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지금은 발목을 다쳐 잠시 운동을 쉬고 있지만 나중에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수술을 마치고 다시 운동을 시작할 것이다.”

2008.07.08 07:45  miru@osen.co.kr
<사진>윤민호 기자 ymh@osen.co.kr

http://osen.stoo.com/news/html/000/982/74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