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달 월) 下(아래 하) 老 (늙을 노) 人(사람 인)
"달빛 아래 노인이란 뜻으로 인간의 혼인을 주관한다는 중국 전설의 노인." 당(唐)나라 사람 위고(韋固)가 송성(宋城)의 어느 허름한 여관에 묵게 되었는데, 달빛 아래 웬 노인이 큼지막한 책을 뒤적이고 있었다. 위고가 노인에게 어떤 책이냐고 여쭈니 "이 책은 세상 사람들의 혼보(婚譜)라네. 내가 두 남녀의 발을 붉은 실로 묶기만 하면 그 둘은 부부가 되고 말지"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월하노인이 "자네의 아내가 될 것"이라고 예언한 한 아이와 위고는 훗날 실제로 부부가 됐다. 월하노인은 여기서 나왔다.
고도로 신체를 단련한 청춘남녀의 모임, 승부 전야의 피말리는 긴장감과 경기 후의 승리감과 허탈감까지, 올림픽 선수촌은 로맨스가 생겨날 여러 가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단,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어야 하기에 '올림픽 로맨스'를 완성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88올림픽 폐막식, 양국 임원진의 배려로 행사 참석을 면제받은 안재형과 자오즈민은 텅 빈 선수촌을 거닐며 사랑을 속삭였다. 그 결과는 잘 아시는 대로 사상 첫 한중 핑퐁커플의 탄생이었다.
1956년 멜버른 올림픽, 투해머 금메달리스트 헤롤드 코널리(미국)는 체코의 투원반 금메달리스트 올가 피코토바에게 곧바로 청혼할 만큼 마음을 빼앗겼다. 당시는 냉전의 절정기다. 호주 경찰이 24시간 선수촌을 비상경계할 만큼 국제정치의 상황이 몹시 심각했다. 그런데 결혼이라고? 헤롤드와 올가는 1년간의 청원 끝에 이듬해 프라하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한 번은 가톨릭, 한 번은 개신교 식으로. 월하노인이 이들을 도와주었을 터이다.
가끔은 월하노인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릴 때도 있다. 1964년 도쿄 올림픽. 일본 여자 배구대표팀은 5전 전승, 세트득실 15-1, 득실점수 238-93이라는 압도적 기록을 자랑하며 금메달을 목에 건다. 최종전 대 소련 전 시청률은 신화적인 수치인 무려 80%. 시상대에 오른 31세의 주장 가사이 마사에가 사토 에이사쿠 총리에게 수줍게 말을 건넸다. "훈련이 고돼서 그 동안 남자 만날 시간이 없었다. 이제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총리는 나카무라 가즈오라는 청년을 바로 중매했고, 두 사람은 만인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렸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 월하노인께서 반드시 해주셔야 할 일이 있다. 태릉선수촌에서 만나 결혼한 대한민국 핸드볼 골키퍼 부부 강일구 오영란에게 '금메달 부부'의 영예를 선사해 주십사 하는 것이다. 손님이 당신의 '고향'을 찾아왔으니, 이런 선물 하나쯤 내리실 수도 있지 않겠는가.
조선일보 2008.08.08 03:14
http://spn.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8/08/2008080800096.html
'시니어, 실버관련 >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원구보건소 홈페이지 (0) | 2008.08.09 |
---|---|
일본, 외국인에 노동시장 열었다 (0) | 2008.08.09 |
수정구청 홈페이지 (0) | 2008.08.08 |
푹푹 찌는 여름…의류·화장품·구두도 “열 받아요” (0) | 2008.08.07 |
권선구청 홈페이지 (0) | 2008.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