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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시설 - 요양보호사, 은밀한 뒷거래 성행

“수급자 정보 넘겨주면 얼마 줄래요?”

요양시설-요양보호사, 은밀한 뒷거래 성행…채용시 “수급자 데려와라” 요구도

최근 경인지역의 한 장기요양기관에서는 직원회의시간에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한 요양보호사가 공개적으로 “수급자를 데려오면 보험수가의 얼마까지 자신에게 줄 수 있느냐”고 물었기 때문이다.

이 요양보호사는 “다른 기관에서는 수가의 얼마까지 주겠다고 하더라”며 원하는 만큼 대우해주지 않으면 시설을 옮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뜻대로 되지 않자 이 요양보호사는 다른 요양보호사가 발굴한 입소노인의 보호자에게 “다른 시설로 옮기면 본인부담의 일부를 할인해 되돌려 주겠다”고 꼬드겨 함께 시설을 옮겼다.

지난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으로 노인의료복지시설의 운영비가 보험수가로 충당되면서 일부 시설에서 수급자 확보와 처우를 놓고 요양보호사와 시설 간에 불협화음과 은밀한 뒷거래가 이뤄지는 등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의 운영비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기존처럼 입소자가 찾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형편에 맞춰 직원을 채용할 수 없는 현실이 부작용의 도화선이 됐다.

특히 장기요양사업에 새롭게 뛰어든 신규 재가요양기관들의 경우 기존 노인복지시설과 달리 입소자를 모두 새로 발굴해야 하는 데 따른 경영 압박으로 은밀한 거래의 유혹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경인지역의 A장기요양기관 관계자는 “수급자 확보가 시설의 성패를 좌우하게 되면서 일부 시설장은 요양보호사의 채용조건으로 일정 수의 수급자를 데려올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며 “기존 시설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에게도 등급판정자를 데려오면 수가를 더 쳐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신규 요양보호사가 기관에 자신이 발굴한 수급자를 놓고 처우를 협상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일부 시설은 아예 요양보호사를 신규 채용할 때 수급자를 발굴해서 들어오는 것을 채용조건으로 내걸기도 한다.

경기도 모지역에서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H모 씨는 “일부 재가시설에서는 요양보호사를 채용할 때 아예 서비스를 제공할 수급자를 확보하는 것은 채용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재가요양시설이 과잉공급된 탓에 이처럼 시설들이 신규 수급자 확보의 어려움을 요양보호사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거노인 신상자료도 뒷거래 대상

여기서 더 나아가 일부지역에서는 수급대상이 될 독거노인의 신상정보가 담긴 자료를 이용한 은밀한 거래도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은평구의 B시설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C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최근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독거노인 돌보미 D씨가 독거노인 데이터베이스를 가져와 노인 30명당 1명분의 보험수가를 달라는 거래를 제안 받았지만 개인정보를 넘겨받는 것이 꺼림칙해 거절했다”고 밝혔다.

요양업계에서는 D씨가 가진 지역 내 독거노인 신상자료에서 향후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수급 대상자가 발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C씨는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 신규사업자에게 지자체가 가진 독거노인의 신상정보 자료를 거래하자는 제안은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존 독거노인 돌보미나 가정봉사원 파견사업은 지역 내 노인복시시설이 위탁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대상 노인의 신상정보가 쉽게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 현장 종사자들의 지적이다.

요양보호사-시설, 고무줄 임금에 ‘꼼수’ 횡행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양대상인 부모를 둔 요양보호사 중에는 서로의 부모를 바꿔 돌보거나 실제로는 자신의 부모에게 요양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서 허위로 수가를 청구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현행법상 요양보호사가 친족을 돌볼 경우 서비스 제공이 2시간(1달 30만8000원, 시급 7000원, 22일 기준)으로 제한되지만, 타인의 경우 4시간(1달 61만6000원)까지 가능해 수가를 더 받을 수 있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 제도 하에서 기관의 성패는 서비스의 질이 아니라 영업과 홍보 활동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치열한 경쟁 속에 요양서비스의 본질이 변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정평화노인복지센터에서 요양보호사 팀장으로 근무하는 송창경 과장은 “장기요양기관이 서비스의 중추가 되기는커녕 일부 요양보호사와 기존 가정봉사파견원들에게 좌지우지될 정도로 입지가 왜곡되고 있다”며 “요양보호사 처우가 국가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이에 대해 “부당, 불법행위에 대해 시군구와 건강보험공단에서 현장조사 점검을 실시하여 영업정지 등 엄중한 행정조치를 실시하고 있고, 향후 서비스 질 평가를 실시해 우수기관 공개 등을 통해 서비스 질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실버케어뉴스 안정란 기자   2008.10.01 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