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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웰빙정보/노인성질환

치매증상 노인 10명 중 4명은 `가짜`


최근 박 씨(72세) 할머니는 기억력이 심하게 떨어졌다. 음식을 자주 태우고 은행통장을 못 찾고 계모임을 잊는 등 ‘치매’ 증상을 보였다. 병원을 찾은 박 할머니는 한 달 전 며느리와 싸우고 나서부터 잠을 못자고, 가슴이 벌렁거리고 자꾸 눈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검진 결과는 치매가 아닌 ‘우울증’. 박 할머니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점차 우울증이 회복돼 기억력도 좋아졌다.

박 할머니처럼 치매와 유사한 인지기능장애를 보이는 우울증을 ‘가성 치매’, 즉 가짜 치매라고 한다. 서울대 간호학과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실제 기억장애를 호소하는 65세 이상 노인 400명 중 39.6%가 ‘가성 치매’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성 우울증 환자의 약 15%에서 급격한 치매 증상이 발생되는데, 보통 기억력이 떨어지기 전에 우울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치매증상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고 힘들어 하지만 정작 ‘인지기능 검사’ 등을 시행하면 대강하거나 잘 모르겠다며 쉽게 포기하기도 한다.

주변에 대한 관심과 의욕이 떨어지며 안절부절 못하고, 질문이나 지시를 해도 반응이 느려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새벽에 일찍 잠을 깨거나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낮에 잠을 많이 자는 경향을 보인다.

치매와 노인성 우울증이 가장 유사한 것은 인지기능의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복률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치매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악화되는 반면, 우울증으로 발병한 치매는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80%가 회복된다. 문제는 치매인지 우울증인지 감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따라서 전문의와의 면담과 신경심리 검사, MRI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증으로 발생한 치매 증상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빨리 적절한 치료와 상담에 들어가야 한다. 우울증 치료에는 약물치료와 정신치료, 운동요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노인 우울증은 젊은 성인에 비해 재발이 흔하고 자살률이 높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김경희 관동의대 제일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우울증이 심하면 만사가 귀찮아 식사도 거르고 모든 일에 의욕이 없다가 우울증에서 벗어나면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생각만 하던 자살을 직접 실행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변에서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우울증이 호전된 후에도 6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혼자 있도록 두지 말고 강제로라도 하루 3끼 식사와 세수 등 기본적인 활동을 하도록 한다. 우울증이 조금 좋아지면 구민회관, 경로당, 교회 등 단체생활을 하도록 하면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우울증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머리와 손을 많이 쓰는 것이 좋다”며 “특히 소모임 등을 통해 매일 같이 신문을 큰 소리 내서 읽고, 바둑이나 화투놀이 등 손과 머리를 함께 쓰도록 하는 것, 산책과 대화 나누는 것들이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매일경제 2009.08.11 15:18

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09&no=427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