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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기요양보험/장기요양보험 관련뉴스

"공단 제공하는 표준장기요양이용계획서 무용지물"

서울 중랑구의 한 노인전문요양원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박모씨는 어느 날 입소 상담을 위해 찾아 온 노인환자가 제출한 표준장기요양이용계획서를 보고 의아했다.

계획서에 적시된 수급자의 기능 상태가 실제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수급자를 상담하는 과정에서 시설측은 물리치료사와 간호사를 대동해 기능 상태를 재점검하고 이용계획도 새로 짜야 했다.


박씨는 “어르신들은 평상 시 거동이 불편하다가도 새 환경에 오면 기능상태가 달라지기 마련인데 장기요양이용계획서가 너무 단편적으로 작성돼 있었다”고 꼬집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작성해 수급자에게 제공하는 표준장기요양이용계획서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인의 가변상태에 대한 파악이 부실하고 이론적, 원론적으로 작성돼 있어서 시설 내 케어담당자들로부터 제대로 활용하기 힘들다는 불만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노인요양시설에서는 입소상담 과정에서 수급자에 대한 케어플랜(care plan)을 재설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시니어비즈니스컨설팅업체인 시니어커뮤니케이션의 이완정 대표는 “요양보호사만 양성하고 건보공단이 케어매니저 역할을 하도록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추진돼 국내에 케어플랜을 짤 수 있는 전문 인력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단언했다.

건보공단이 제공하는 표준이용계획서는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등 2인1조로 구성된 공단 지사의 장기요양센터 직원들이 작성한다.

이들이 장기요양인정 신청자를 직접 방문해 인정조사표에 따라 1차 조사한 뒤 의사소견서를 참고해 작성하도록 돼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지역포괄지원센터나 민간 기업에 소속된 전문 케어매니저가 케어플랜을 짜고 이에 대한 수가를 지급받는 일본과 차이가 크다.

국내에는 케어매니저 자체가 민간자격일 뿐 국가 공인자격도 없는 상황이다.

권준혁 건보공단 장기요양영등포센터장은 “표준이용계획서는 방문조사팀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도록 최대한 객관적으로 작성하고 있다”며 “등급에 따라 월 한도액 내에서 효과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문 케어매니저의 부재로 표준이용계획서의 활용도가 떨어지면 보험재정의 파탄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업자가 이용자와 직접 연계해 케어플랜을 짜다보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서비스량을 무조건 늘리도록 권유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표준이용계획서 자체가 권장사항이다 보니 효과적인 서비스 조합을 제시해도 수급자 본인이나 가족이 원하면 장기요양기관과 협의해 자율적으로 이용계획을 바꿀 수 있도록 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건보공단지사 내 장기요양센터 관계자는 “제도 시행 초기에는 인정조사 때문에 정신이 없었는데 요즘에는 월 한도액 초과 등 사후관리를 위한 이용지원으로 바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과 관련해 이완정 시니어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일본도 민간기업 소속 케어매니저들이 서비스를 최대한 책정하려다가 보험재정에 위기를 불러왔다”며 “결국 개호보험을 재개정할 때 요지원 대상자의 개호예방을 위한 케어플랜의 경우 보험자인 지자체나 지자체가 위탁한 지역포괄센터에서 작성하도록 규제를 한층 강화했다”고 전했다.

실버케어뉴스 배민철 기자 2008.12.17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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