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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웰빙정보/노인성질환

'고약한 잠버릇' 파킨슨병 신호


ㆍ‘렘수면 이상행동증’ 65%이상이 퇴행성 신경질환 발병


잠을 자다가 갑자기 팔을 휘두르거나 발로 차서 옆 사람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저 잠버릇이 고약할 뿐’이라 이해하고 넘기기에는 어쩐지 걱정스럽다. 이른바 ‘렘수면이상행동증’이라고 분류되는 이러한 수면장애가 파킨슨병이나 치매 등 심각한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렘수면이상행동증, 대부분 파킨슨병으로 이행

렘수면이상행동증은 환자 대부분이 추후 퇴행성 신경질환 증세를 보여 최근 신경과 의사들에게 큰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렘수면이상행동증 환자는 전체 인구의 약 0.5%인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활동성 폐결핵이나 건선, 정신분열병 등 잘 알려진 질환들의 유병률에 준하는 수치이다.

렘수면이상행동증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발생하지만 뇌간과 관련된 퇴행성 신경질환이나 혈관성 병변이 있는 환자의 유병률이 더욱 높기 때문에 이러한 질환들의 신호가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파킨슨병과 치매를 비롯한 퇴행성 신경질환들에서 렘수면이상행동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특히 전체 파킨슨병 환자의 25%에서 렘수면이상행동증이 관찰된다고 알려졌으며, 렘수면이상행동증을 가진 환자의 대부분도 후에 파킨슨 증상이나 치매와 동반된 퇴행성 뇌질환을 앓게 된다고 한다. 많은 연구들에 따르면 렘수면이상행동증 환자의 65% 이상에서 퇴행성 신경질환 발병이 확인되고 있다.

해외의 한 연구에서는 퇴행성 신경질환의 하나인 다발성신경계위축증 환자 39명 중 69%인 27명에게 렘수면이상행동증 병력이 있었고, 그 중 90%의 환자는 수면다원검사에서 렘수면 운동기능장애를 보였다. 렘수면이상행동증은 뇌간을 침범하는 퇴행성 신경질환이 시작되기 전에 발생할 수 있는데, 이 연구에 따르면 27명의 환자 중 44%인 12명은 퇴행성 신경질환 발생 수년 전에 렘수면이상행동증이 있었다고 한다. 특발성 렘수면이상행동증 환자의 경우 대부분 후에 파킨슨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렘수면이상행동증이란

렘수면이란 수면의 한 단계로, 사람은 자고 있는데 뇌파는 각성상태와 유사한 상태를 보이는 시기이다. 이 때 꿈을 많이 꾸게 된다. 렘수면의 렘(REM)은 Rapid Eye Movements의 약자로, 풀이하자면 ‘급속안구운동수면’이다. 전체 수면은 비렘수면과 렘수면으로 나눌 수 있다. 비렘수면 동안에는 눈동자를 깨어 있을 때보다 천천히 움직이게 된다. 그러나 렘수면 시기에는 눈동자의 움직임이 매우 빨라진다. 또한 이와 병행해 전신 근육의 긴장도는 최저로 떨어지게 되어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일종의 생리적 마비상태를 유발하게 된다. 이외에도 체온조절이나 심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등 여러 가지 생리적 변인들이 비렘수면과는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렘수면 단계에서는 몸의 근육들이 자동으로 이완되어 힘을 쓸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아무리 쫓고 쫓기는 꿈을 꿔도 우리의 몸은 얌전하게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것이다. 그러나 렘수면이상행동증 환자들은 뇌기능 장애로 인해 수면 중 전신근육의 긴장도가 떨어지지 않음으로써 깨어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되며, 꿈을 꾸는 동안 소리를 지르고,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등 꿈속의 행동을 실제로 하게 된다. 자연히 자기 자신이나 아니면 옆자리에서 자는 사람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창문으로 뛰쳐나가려 할 정도로 매우 위험한 행동을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꿈을 꾸었다는 것 이외에는 기억을 하지 못한다.

이러한 폭력적인 행동은 반복적이며 전형적이고, 일정 형태의 위협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면 환자가 꿈을 꾸면서 위험한 침입자로부터 아내를 구하고자 하지만 실제로는 아내를 때리게 된다.

렘수면이상행동증은 어떤 나이에도 발생할 수 있으나 60세 이상의 노인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남자가 여자보다 더 흔하며 일부 환자들에겐 가족력이 있다.

퇴행성 신경질환 신호인지 조기감별 필요

렘수면이상행동증은 꿈을 조절하는 뇌간이라는 부위가 노화 혹은 뇌의 퇴행성 질환 때문에 조절되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단은 임상적인 소견과 수면다원검사를 종합하여 하게 된다. 수면다원검사에서 적어도 긴장성 또는 위상성의 근육긴장도 이상소견이 있어야 하고 폭력적이고 꿈과 관련된 행동, 즉 과도하고 복잡하고 폭력적인 행동이 수면다원검사 기록 중 렘수면 주기에서 관찰되어야 하며, 명백히 갑작스럽고 위험하고 수면을 방해하는 행동이 있었던 병력이 있어야 한다. 덧붙여 간질 발작이 아니란 것이 적절한 뇌파검사로 입증되어야 한다. 자다가 보이는 이상한 행동장애는 어느 경우이든 몽유병을 포함해 야경증, 돌발성 근긴장증 등과 반드시 감별해야 한다. 따라서 동침자의 면담을 포함하여 주의깊게 수면병력을 조사해야 하고 비디오 촬영과 근전도, 뇌파 검사 등 수면다원검사가 필수적이다. 수면다원검사시 렘수면 동안 환자의 움직임과 턱 근육의 긴장도를 관찰해 진단을 내리고, 다른 질환인 수면 무호흡증이나 기면증 등이 함께 나타나는지도 확인한다.

치료는 수면시 주위의 환경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며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약물치료에는 클로나제팜이나 도파민 관련 약제를 처방하고 있는데, 일단 렘수면이상행동증이 의심되면 수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므로 반드시 수면 클리닉을 방문하도록 한다.

한림대의료원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마효일 교수는 “기억력 장애가 있거나 노인의 경우 렘수면이상행동증이 의심되면 치매 검사나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향신문  2008.11.05 14:50

http://news.khan.co.kr/section/khan_art_view.html?mode=view&artid=200811051450385&code=90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