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 웰빙정보/의료, 건강, 운동정보

근시, 원수만큼 무섭다


이모(35·여)씨는 수년 전부터 근시가 심해져 세 차례나 안경 도수를 바꿨다. 컴퓨터 작업이 많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이씨는 최근 안과를 찾아 원추각막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원추각막이란 각막이 원뿔형으로 돌출하는 질환으로 사춘기부터 서서히 시작되는 질병이다. 처음에는 가벼운 근시로 나타나며 점차 근시와 난시가 심해지는 현상을 보이다 방치하면 각막이식이 필요한 무서운 질병이다. 흔히 근시라고 하면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하면 되는 조금 불편한 증상 정도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대한안과학회 이하범 이사장은 “근시는 실명을 초래하는 황반병성, 녹내장, 백내장과 같은 질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안과 질환이지만 방치해 병이 악화돼야 병원을 찾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11일 눈의 날을 앞두고 각종 눈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근시에 대해 살펴봤다.

◆근시가 질환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근시란 가까운 것이 잘 보이고 먼 곳은 잘 보이지 않는 굴절이상으로, 눈의 굴절력이 너무 크거나 눈의 앞뒤로 길어서 망막 앞에서 상을 맺는 상태를 말한다. 근시는 일반적으로 단순근시, 병적 근시, 가성근시, 합병 근시로 나뉜다. 단순근시란 안구의 길이와 눈의 굴절력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상태이며 병적 근시는 안구의 길이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져 20세 이상이 되어도 근시가 계속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가성근시는 눈의 피로로 일시적인 근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며, 합병 근시란 노인성 백내장에 수반돼 근시가 유발되는 상태 등으로 분류한다.

근시의 원인은 크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아시아인은 가장 취약한 종족으로 밝혀졌으며 부모가 근시일 때 자녀의 근시 유병률은 높았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계의 근시유병률은 백인 인종에 비해 4.5배에 달한다.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도시 초등학생 4학년 기준으로 국내 근시 유병률은 46.7%(2007년 기준)에 달한다. 병무청 자료에 의하면 징병검사를 받은 19세 남성집단의 27.8%가 근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반해 국내 근시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았다. 대한안과학회에서 발표한 일반인들의 근시 인식조사에서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근시가 있었지만 27%만이 안과에서 검진받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조사대상자의 54.4%가 근시는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 아니라고 생각해 근시에 대한 인식은 저조했다.

◆병적 근시로 생기는 망막질환 등에 유의해야 한다 근시와 연관된 대표적인 질환은 망막질환, 원추각막, 백내장, 녹내장 등이다. 심각한 시력 소실을 초래하는 망막박리는 젊은 나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연령에 관계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다. 한동안 방치하거나 심한 변화를 동반하면 실명을 초래할 수도 있는 질환으로 근시안은 망막박리의 위험이 정시나 원시안과 비교하여 7∼8배 높다.

더욱이 망막박리의 위험요소가 되는 망막 주변부의 격자변성(망막이 성글어져 매우 얇아지고 구멍이 생기는 등의 변화)은 근시일 때 40% 이상이나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망막박리의 직접 원인이 되는 주변부 망막의 찢어짐(망막열공)도 근시안의 13% 이상에서 발생한다. 이 밖에 미국과 호주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근시환자는 시신경의 이상으로 녹내장과 백내장 발병 위험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4배 이상 높았으며, 길어진 안구 축이 눈이 움직이는 근육의 경로에 이상을 일으켜 사시를 유발하기도 한다.

◆독서거리나 조명에 관심을 갖자 눈의 피로를 예방하려면 독서거리, 조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너무 어둡거나 지나치게 밝은 것은 좋지 않고, 누워서 책을 보거나 흔들리는 차 안에서 책을 보거나 가까이에서 보는 것도 눈의 피로를 유발한다. 특히 잘 안 보이는 것을 억지로 보거나 지나치게 근거리에 시야를 집중하면 눈의 조절력에 무리가 생겨 스트레스로 인한 근시가 생길 수 있다.

책을 보는 거리는 35∼50㎝가 적당하고 공부할 때 사람이 최고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평균 50분을 넘지 못하므로 50분 책을 보면 5∼10분간 먼 곳을 보아 눈 조절을 풀어주어야 한다. 빈 하늘은 대상이 없으므로 조절을 풀어주지 못하고, 먼 산이나 먼 곳의 아파트를 보는 것이 좋다.

TV는 적어도 2.5m 거리와 크기의 5배 이상의 거리에서 보도록 하고, 근시용 안경을 사용할 때 가까운 곳을 보는 데는 안경이 필요 없으므로 안경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안경을 쓰면 그만큼 더 조절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도 중요하다. 시력 정도의 차이에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검진해 다른 질환을 미리 발견해야 치료가 가능하고 올바른 눈 관리에 관한 상담을 받아야 한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도움말:대한안과학회〉

■전문의가 제시하는 연령대별 권고검진 내역
연령대 안과 검진 내역
10세 이전 ●조절마비검사로 정확한 굴절력 측정 및 교정으로 약시 발생을 억제
10∼40세 ●근시와 관련된 각막질환(원추각막)의 검진 및 치료
●병적 근시와 관련된 망막질환(황반변성, 망막박리 등)의 조기 진단 및 치료
40세 이후 ●백내장 발생으로 인한 2차성 근시를 진단하고 치료
●노안과 근시에 따른 굴절이상 교정 상담
●녹내장을 조기 검진하고 적절한 치료로 실명을 예방
자료:대한안과학회

세계일보  2008.11.07 09:45

http://www.segye.com/Articles/NEWS/CULTURE/Article.asp?aid=20081106003461&subctg1=&subctg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