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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실버관련/시니어소식, 정보

노년을 벗고 청춘을 입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 후 길게는 30년의 노년기는 맞게 됐다. 한 노인이 자녀들로부터 90세 생일상을 받은 자리에서 은퇴 후 허송세월로 보낸 30년을 후회하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는 인터넷 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루하고 의미 없는 노년기를 보낼 것인가, 새로운 청춘을 개척하며 활기찬 노년을 보낼 것인가. 선택은 어르신 각자의 몫이다. 최근 노인의 사회참여를 위해 불합리한 사회제도를 개선하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제도를 탓하기 전, ‘나는 준비되어 있는가’ 스스로의 의지를 확인해 보자.
대한노인회 어르신들을 비롯해 각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벌이고 있는 어르신들을 소개한다.    

이미정 기자 mjlee@nnnews.co.kr


지역봉사지도원, 봉사 통해 사회참여 이끄는 견인차

국내 최대 노인단체인 대한노인회가 지역봉사지도원 사업을 통해 어르신들의 사회참여 증진에 앞장서고 있다. 일례로, 충남연합회가 10월 23일 공주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제11회 지역봉사지도원 경진대회’를 열고, 지역사회에서 활발한 봉사활동을 벌여 사회참여 증진에 앞장선 시군구지회 어르신들의 모범사례를 경청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지상철 부여군 세도면분회장이 ‘봉사로 얻은 보람’을 발표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표동해 아산시 한라비발디아파트 경로당회장이 ‘땀방울로 엮은 금빛노을’로 2위, 도형희 논산시 광석면분회장이 ‘노인일자리 창출로 농외소득 2억원 올린 광석분회’로 3위에 올랐다. 수상자들의 발표내용을 요약했다.

봉사로 얻은 보람
지상철 부여군 세도면분회장


충남 부여군 세도면분회를 이끌어 가고 있는 지상철 분회장은 “봉사야 말로 진정한 사회참여 활동”이라고 역설한다.

세도면분회는 1998년부터 현재까지 세도면 2개 초등학교 극빈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50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또 생계가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에게는 우유 값을 지원하기도 했다. 2003년부터는 이 지역 2개 초등학교와 1개 중학교에 각 학교별로 1인당 20만원씩 장학금도 전달했다.

세도면분회 어르신들의 봉사에 대한 열정이 빛을 발하게 된 때는 2004년 7월, 지상철 분회장이 농약중독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뒤 4일 만에 의식을 되찾은 뒤부터다. 아픔을 딛고 다시 태어난 지 분회장은 이웃과 지역사회에 힘을 보태고자 그해 가을 수확한 벼 32가마를 불우이웃에게 전달하고, 매년 백미 1000kg을 단체에 기부해 불우이웃을 도왔다.

지난 2007~2008년 세도면 주민자치센터위원장을 맡게 된 지 분회장은 주민자치센터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또 2008년 바르게살기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당시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세도면총화협의회로부터 감사패 및 행정자치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2008년부터 대한노인회 세도면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노인회 활성화와 지역노인들의 사회참여 증진을 위해 여성노인들의 유대 강화는 물론, 요가와 건강체조, 기공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노인회관 냉난방시설 개보수사업을 벌이는 등 봉사활동에 적극 나서 이번 1위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 충남 아산시 한라비발디아파트 경로당은 어르신들의 건전하고 생산적인 취미활동의 일환으로   
                     사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아산시 배방면 한라비발디아파트 경로당은 건립 2년의 신생 경로당이다. 그러나 ‘하루의 생활은 경로당에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운동, 자원봉사, 취미활동, 소득활동 등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사회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어르신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다양한 운동을 도입했다. 회원들은 2007년부터 ‘시니어로빅’을 익혀 스포츠 경연대회에 출전해 수많은 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에는 태극권과 함께 올해는 노인건강 생활체조도 배우고 있다.

한라비발디아파트 경로당에서는 화투놀이를 볼 수 없다. 건전하고 생산적인 취미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사물놀이, 다도, 종이공예, 문해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해교실은 집안 형편 등으로 인해 교육을 받지 못한 어르신들을 위해 2007년 10월부터 문해협회 아산지회의 도움을 받아 진행, 현재 12명의 어르신들이 한글을 익히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7월에는 인근 순천향대학교 평생교육원과 문해협회가 주최하는 백일장에도 참여해 그동안 배운 솜씨를 발휘해 지역주민들로부터 존경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표 회장은 “한글을 배우기 전까지만 해도 버스 탈 때마다 일일이 사람들에게 버스의 행선지를 물어야 했는데 이제는 마음 놓고 버스를 탈 수 있어 행복하다는 어르신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로당은 부녀회와 연계해 매월 한차례씩 단지 내 놀이터와 정후문 등에서 아파트 환경미화활동은 물론 재봉틀을 이용해 이불, 방석 등 만드는 한편, 김치, 참기름, 들기름 등을 직접 제조, 판매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노인일자리로 2억원 쾌거
도형희 논산시 광석면분회장

논산시 광석면분회는 일자리를 통해 어르신들의 사회참여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광석면분회는 일자리가 부족한 농촌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대한노인회 노인취업지원센터를 십분 활용한다.

최근 광석면 인근지역에 골프장이 들어서게 되면서 68세 이상 총 67명의 어르신들이 일자리를 얻게 된 것이 좋은 예다. 그 결과 남성노인은 1인당 5만원, 여성노인은 1인당 3만5000원의 일당을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어르신들은 석 달 동안 1인당 300만원, 총 2억원의 농외소득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또한 광석면분회는 어르신들이 고혈압, 뇌졸중, 당뇨, 신장질환, 치매, 관절염 등 노인성질환을 스스로 관리하도록 건강관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치매예방 전쟁을 선포한데 발맞추어 다양한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전개, 각 경로당에 치매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사회참여를 높이는 한편 경로당 활성화를 위해 공동작업장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이사1리 경로당에 고구마 생산 공동작업장과 항월1리 경로당에 딸기묘 생산 공동포장을 운영, 소득을 올리고 있다.

또 게이트볼을 활성화시켜 어르신들의 건강과 취미생활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광석면분회에는 어르신들의 건강증진을 도모코자 전천후 게이트볼장을 건립, 많은 어르신들이 이용하고 있다. 특히 독립된 게이트볼 분회가 운영되고 있으며, 해마다 회원들이 증가하고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여가·봉사는 나의 에너지”…슈퍼시니어가 뜬다.

어르신들 스스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회참여에 적극 나서는 경우도 있다. 고령화와 함께 나타나고 있는 가장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다. 최근에는 단순한 여가활동이 아닌, 전문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는 이른바 ‘슈퍼시니어’가 대세다. 슈퍼시니어는 일과 여가 그리고 봉사활동을 통해 활기찬 노후를 보내며 매우 능동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을 일컫는다. 슈퍼시니어 어르신들은 ‘노인은 힘없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당당히 거부한다. 다양한 사회참여 활동으로 스스로 건강과 보람 그리고 행복을 찾아 나서고 있는 슈퍼시니어들을 만났다.

인터넷 쇼핑몰 CEO를 꿈꾸다
경기 안양시 김재길(74) 어르신


경기 안양시 김재길(74) 어르신은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에 접속한다.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판매하기 위해서다.

김 어르신은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서 된장, 고추장, 토종꿀, 쌀, 고구마, 오미자 등을 판매한다. 현재 판매하는 상품 종류만 10여 가지. 각 지역 특산품 가운데 최고만 골라 쇼핑몰 사이트에 올려놓는다. 쇼핑몰 운영원칙은 최고의 품질과 최선의 서비스. 인터넷 창업을 시작한지 5개월 만에 단골손님도 적지 않다.

온라인 창업은 김 어르신이 퇴직 후 10여년 만에 얻은 특별한 일자리다. 1998년 퇴직 후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냈던 어르신에게 활기를 되찾아준 선물이기도 했다. 김 어르신이 인터넷 쇼핑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5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가 실시한 ‘어르신 온라인 창업 아카데미’에 참여하면서다.

인터넷 쇼핑몰에 물건을 올린 것은 교육 한 달 만이다. 컴퓨터 강사 경험이 있던 터라 연습 삼아 인터넷 쇼핑몰에 올려놓은 상품이 일주일 만에 팔렸다. 그때 온라인 창업에 대한 자신감과 가능성을 확인했다.

온라인 창업은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판매상품은 ‘식품.’ 질 좋은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아 전국을 누볐고 인터넷도 적극 활용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반품된 물품이 없을 정도다.

김 어르신은 최근 ‘인터넷 쇼핑몰 CEO’라는 꿈을 갖게 됐다. 김 어르신은 “내년에는 인터넷 쇼핑몰 수도 늘리고 내 이름을 건 쇼핑몰도 개설해 사업을 넓힐 예정”이라며 “남은 노후를 온라인 창업에 ‘올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서울 성북구 ‘슈퍼스타’ 어르신들이 앨범 출시를 앞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동갑내기 친구인 전성원·이경옥(72·여) 어르신은 요즘 가수 남 진과 장윤정이 부른 노래 ‘당신이 좋아’ 연습에 한창이다. 11월 말 출시될 앨범에 들어갈 노래를 연습하기 위해서다.

주변에서 ‘신랑과 각시’로 불릴 만큼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이 어르신들은 5년 전 복지관 노래교실에서 인연을 맺은 뒤 듀엣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가요제에서 상을 휩쓴 실력파.

지난 10월 15일엔 서울 성북노인종합복지관이 마련한 ‘싱송생송가요제’에서 ‘인기상’을 수상했다. 평소 노래로 웃음을 전하던 두 사람이 이날도 남 진과 장윤정으로 변신해 신명나게 노래를 불러 어르신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복지관 측은 이날 가요제에 출전한 10팀의 어르신들에게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앨범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앨범의 이름은 ‘슈퍼스타.’

앨범작업은 프로가수 못지않다. 어르신들은 10월 22일~11월 12일 매주 2차례 2시간씩 전문강사를 초빙해 합창 지도 및 1대1 개인 교육은 물론, 유명 작곡가가 운영하는 스튜디오에서 노래녹음을 하고 있다.

또 앨범에 들어갈 표지도 어르신들이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꾸며진다. 12월 3일에는 10개팀의 솜씨를 선보이는 콘서트도 마련된다. 앨범에 수록되는 노래는 각 팀의 본선 진출 곡으로 구성되며, 패티김의 ‘그대 없이는 못살아’를 합창으로 부른다.

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명자(83) 어르신은 “북에서 홀로 내려온 나에게 노래는 외로움을 잊게 해주는 유일한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전성원·이경옥 어르신도 “노래는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에너지”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로당과 복지관 등에서 노래봉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자원봉사로 행복을 찾다
부산시 중구 이성순(72) 어르신


부산시 중구 이성순(72) 어르신은 주말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간을 봉사활동에 쏟아붓는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면 밤늦게 들어가기 일쑤. 독거노인, 대학병원, 복지관에 나가 하루 적게는 5시간에서 길게는 8시간 봉사활동을 한다.

현재 어르신은 대한적십자사와 새마을부녀회 소속으로 봉사활동을 펼치며 활발한 사회활동을 잇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활동하던 수많은 봉사단체들은 최근 일이 늘면서 손을 놓았다. 하지만 개인적인 봉사활동도 적지 않아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어르신이 봉사활동에 뛰어든 나이는 서른 넷. 평소 어려운 이웃을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새마을부녀회가 눈에 들어왔다. 밥을 굶고 외롭게 사는 이웃들이 많던 시절, 작은 도움이 되고 싶었다.

봉사활동은 50대에 최고조에 달했다. 대한적십자사·새마을부녀회·바르게살기협의회·녹색어머니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방범활동, 환경미화, 어린이 성범죄예방 운동, 학교 앞 교통정리, 장애인 및 독거노인 목욕봉사 등 수많은 봉사활동을 펼쳤다.

어르신은 10년 전 대한적십자사 부산 중구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할 당시의 1년을 잊지 못한다. 새벽마다 끼니를 굶은 500여명의 이웃들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했다. 봉사를 하면할수록 주머니는 가벼워졌지만 마음만은 풍족했다.

어르신들을 위한 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대한노인회 부산연합회 중구지회 산하 경로당 회장 재직 당시 거리에서 수거한 폐휴지와 병을 판매해 홀몸 어르신들을 도왔다. 끼니 걱정을 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어르신에게 최고의 피로회복제는 “아들, 딸 보다 낫다”는 말 한마디다.

2009년 10월 30 노년시대신문 이미정 기자

http://www.n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