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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실버관련/시니어소식, 정보

노후에 어디에서 살 것인가?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에는 1955년에서 1963년에 태어난 700만명의 베이비붐 1세대가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40~50대로 생애 최고 소득을 벌면서 막강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

과거 이들 베이비부머들은 초등학교 때 오전반, 오후반으로 공부를 해야 했고 30대에 결혼하고 나서는 분당, 일산과 같은 신도시로 몰려다녀야 했다. 불과 8년 사이에 인구의 14%나 되는 사람들이 태어나다보니 여러 가지 복잡한 사회현상을 초래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우리 사회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된다고 다들 걱정이 많다. 베이비부머들 역시 고령화의 타격을 받는 주된 계층으로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 사교육비를 대느라 거의 저축을 못하고 있으며 서서히 정년퇴직을 당하기 시작하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의 자산 실태를 조사해보니 총자산 규모는 거주용 주택을 포함하더라도 3억~4억원에 불과하며 여유로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은 1억원도 채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결국 향후 5년 내에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해야 하는 베이비부머들은 어떻게 삶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최근 서울지역의 65세 이상 노인들이 어디로 이사하는가를 조사해보니 63%가 경기도로 이사하고 있으며 고향으로 가는 비율은 각 지역별로 2~3%를 넘지 않고 있었다.

즉 본격적으로 노후생활을 할 때는 서울에서 1~2시간 거리가 되는 변두리로 주거지를 옮기고 부동산 가격차액으로 자식교육과 결혼에 필요한 자금을 대거나 자신의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가 된다. 따라서 우리도 이제부터라도 베이비부머들이 은퇴 후 어디에게 노후생활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고령화가 많이 진행돼 있는 독일의 경우 요양원, 양로원이 늘어나고 있지만 전체 노인의 5%만 거주하고 있다. 또한 93%의 노인들이 자신의 집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 중 70~80%가 공공요양시설에서 죽음을 맞고 있다고 한다. 이런 경험을 놓고 본다면 우리가 노후에 거주할 곳은 생활비 적고 들고, 건강하고, 안전한 곳에서 지내되 노인들끼리 몰려 사는 실버타운이나 요양원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큰 문제는 남편보다 평균 수명이 7년 정도 더 긴 부인들의 대책이다. 아마 남편이 사망한 집에서 혼자서 살다가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요양시설이나 노인병원에서 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노후 주거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베이비부머들이 은퇴 대책으로 내놓게 되는 주택매물은 한국 부동산시장의 근간을 흔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역모기지는 워낙 복잡한 연금계산을 하다 보니 수요자들에게 불리한 연금지급이 불가피하므로 외국에서는 많이 사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노인 중 역모기지를 이용하는 비율이 1~2%에 불과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지 못하다.

7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들이 노후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이동하기 시작하면 우리사회의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우리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나 자신도 주위 사람들과 단절되고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사는 아파트에서 노후생활을 하기는 싫다. 좀 더 온유하고 차분하고 사람들과 왕래가 가능한 곳으로 이사하고 싶다. 당연히 노인들만 잔뜩 모여서 죽어나가는 모습을 자주 봐야 하는 노인 집단 거주 지역은 피하고 싶다. 노후생활을 어디서 할 것인가는 참으로 고민스러운 주제다.

2009.11.18  머니투데이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09111116462119014&outlin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