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이 연장되고 노인으로서 생활하는 인생주기는 그 어느 주기보다 길어지고 있다. 백세노인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과학적 진보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연구를 비판하며 매년 5세 미만의 영아사망에 대해 사회는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를 반박하는 유럽의 학자를 만난 적이 있다. 한참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대화로 기억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인간이 오래살 수 있다는 것은 신이 내린 축복이라 생각한다. 그 삶이 어떤 상태에 처해 있든지 간에 노인이 되기까지 살 수 있다는 것은 감사이며 생명을 갖고 있는 모든 존재는 고귀함과 존중돼야 하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치매노인의 삶 역시 우리 사회가 포옹해야 하는 과제이며 사회적 인식전환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희귀병으로 알려졌으며 원인도 진단도 할 수 없었던 노인성 치매가 가족의 역기능을 유발하는 현대 사회의 가족문제로 자주 등장하고 있으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는 60년대에 치매노인을 묶어 놓고 죽음을 맞이하게 한 것에 대한 사회적 반성이 1990년대부터 제기됐으며, 치매를 질병으로 인식하고 치료가 지연되어 영구적인 장애나 더 악화되지 않는 치료의 중요성과 이를 돌보는 가족들의 적극적인 지원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일본 역시 치매에 대한 인지재활의 중요성이 전문가 집단과 함께 공론화되고 있으며 치매노인의 인권적 존중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소규모 다기능시설을 통한 치매노인의 새로운 대응전략과 치매라는 용어를 ‘인지증’으로 바꾸게 된 동기도 역시 치매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시켰던 결과이며, 특히 요양등급에 있어 치매노인을 별개로 구분해 등급판정을 내리게 하고 있다. 또한 단계별로 치매전략을 세분화해 구체적으로 지역사회와 가족들이 함께 대응해 오고 있다. 지난달 파리에서 개최된 제19차 세계노년학대회에서도 치매노인의 삶의 질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졌으며 치매노인의 인지재활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발표하는 논문들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우리 정부는 치매와의 전쟁을 외치며 ‘세계치매의 날’을 ‘치매극복의 날’로 호칭할 만큼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먼 것 같다. 초기치매 노인이나 고연령 치매 위험군을 위한 인지재활이나 구체적인 개입 방안을 위한 프로그램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사회가 치매노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역시 부정적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치매노인을 돌보고 있는 가족들의 부담도 더 가중시킨다. 병원을 찾았을 때 장애인구역 주차를 거부당한다든지 치매노인에게 따뜻한 인사나 사회적 접촉을 회피하는 경우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결국 가족들은 치매환자를 모시고 있다는 자체도 힘들지만 수용하지 않는 사회와의 갈등도 경험하고 있다. 심지어는 치매노인은 집에 두고 약만 타 가는 가족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치매환자들의 사회적 고립은 치매노인의 상태를 매우 악화시키며, 중증이 되면 결국 시설입소나 사회적인 입원으로 연결시키는 일련의 과정으로 연결되고 있다. 지역을 중심으로 치매노인이 보다 익숙한 환경에서 재활을 경험하며 살아갈 수 있는 소규모 단위의 치매전문시설들이 종교단체나 보건소, 사회복지시설 등의 동참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우리는 이제 치매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인지기능이 떨어진 상태의 치매환자들과 눈높이를 같이할 수 있는 자세, 그리고 그들의 삶의 소중함을 인식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전환이 사회 곳곳에 마련돼야 한다. 외국 TV프로그램에서 언어가 서툰 외국인 수발자들이 치매노인과 아름다운 동행을 보여준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서로의 부족한 점이 보완되면서 치매노인도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눈물겨운 내용이었다. 치매노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관심이 변화되지 않고서야 치매노인의 진정한 극복의 기회는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표현력이 부족하고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기 어려운 초기치매 노인들이 적절한 치료와 재활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시급히 요구되며, 치매라는 질병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 노인들의 역량강화와 안전한 지역사회 환경도 구축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나 방송에서 극단적으로 보여지는 치매노인의 모습을 연상하고 있다. 따라서 치매노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나 함께 생활하는 장을 배려하려는 의지가 없다. 치매시설을 혐오시설로 간주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반대한다든지 사회적·의료적 서비스도 받지 못한 채 치매노인을 무방비 상태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악순환은 이제 더 이상 고령사회로 달려가는 우리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치매도 질환이며 조기발견과 개입이 함께 할 때 더 악화되지 않으며, 적절한 사회성이 유지될 때 치매는 극복될 수 있다고 본다. 더 많은 사회의 관심과 사랑이 동행할 때 치매노인들의 진정한 평화가 만들어질 수 있으며 또한 가족들 역시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을 다하고 생과 하루하루를 이별하는 노부모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포용할 수 있다고 본다. 노년시대신문 2009.08.28 http://www.n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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