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 웰빙정보/생활, 음식정보

실내 공기 오염 줄이려면


창밖의 도시 대기 오염이 아무리 심해도 실내의 오염된 공기보다는 낫다는 말이 있다. 황사가 올 때는 예외지만, 평상시 그만큼 실내 공기가 오염돼 있다는 뜻이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창문을 닫고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환기가 안 되면 실내 공기는 오염될 수밖에 없고, 공기가 오염된 실내에서 생활하는 게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 도시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실내 공기 오염 원인과 대책을 알아본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실내 공기 오염 바깥보다 최고 100배

지난달 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숭실대 건축학부 김수민 교수는 “현대인은 하루 중 70~90%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지만 실내 공기는 실외 공기보다 최고 100배 정도 오염돼 있다”고 지적했다. 먼지나 이산화탄소 같은 일반적인 대기오염물질 외에도 건축자재나 가구 등에서 유해 물질이 지속적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달 18일 눈에 띄는 자료를 내놓았다. 침대·부엌가구 등 17개 가정·사무실용 가구의 총 휘발성유기화합물(TVOC)과 포름알데히드(HCHO) 방출량을 한 달간 추적 조사한 자료였다.

바로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주범을 추적한 것이다. TVOC는 벤젠·톨루엔 등 쉽게 휘발하는 화학물질로 페인트·접착제·카펫·벽지 등의 건축자재에 들어있다가 공기 중으로 흘러나온다. 피부 접촉이나 호흡기 흡입을 통해 아토피 피부염이나 신경계 장애를 일으킨다. 포름알데히드는 눈·코·목을 자극하며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적 결과 TVOC가 구입 직후의 인조가죽 소파에서는 시간당 48.4㎎, 부엌가구에서는 26.8㎎, 천연 가죽소파에서는 24.6㎎이 방출됐다. 새 가구를 이것저것 한꺼번에 들여놓은 신혼 집이라면 몇 시간만 환기를 하지 않으면 눈이 따갑고 호흡이 곤란해진다.

합판·하드보드 등 나무로 만든 가구는 포름알데히드 접착제를 사용한다. 소파는 나무·스펀지·가죽 등 다양한 소재가 함께 사용돼 포름알데히드와 함께 각종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이 지속적으로 배출된다. 새 가구는 한 달이 지나도 유해물질이 30% 정도밖에 줄지 않는다. 가구 속에 들어있는 유해물질이 완제품의 틈새를 통해 서서히 방출되기 때문이다.

3년 지나야 새집증후군서 벗어날 수 있어

새 가구처럼 새로 지은 집도 페인트·접착제 등 건축자재와 벽지 속에 들어 있는 유해물질이 빠져 나오기 때문에 실내 공기가 오염되기 쉽다. 이로 인해 천식·아토피피부염·두통 같은 질환을 일으키기도 해 '새집증후군'이란 말이 생겼다. 국내에서 새집증후군 문제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로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정부는 새집증후군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 공기 질 관리법'을 만들었고, 신축 공동주택의 실내공기 권고 기준을 정해 놓고 있다. 또 100가구가 넘는 신축 공동주택을 짓는 시공자는 주민 입주 전에 실내 공기 질을 측정해 그 결과를 지자체에 제출하도록 하고 주민 입주 3일 전부터 60일간 공고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강제기준이 아닌 권고 기준일 뿐이다. 게다가 권고기준에 만족한다고 해도 환기를 게을리한다면 실내 공기는 오염될 수밖에 없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신축 후 3년은 지나야 새집증후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포름알데히드의 경우 입주 후 8개월이 지나면 초기에 비해 배출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긴 한다. 하지만 여름철이 돼 기온이 상승하면 배출량이 초기의 80% 수준으로 다시 늘어난다. 온도와 습도에 따라 오염물질 방출량이 갑작스럽게 치솟을 수 있기 때문에 몇 해는 지나야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 가구와 마찬가지로 '새 차 증후군'도 있다. 새로 출고된 차량에서는 시트와 천장재 등 실내 내장재로부터 포름알데히드와 VOC 등이 배출된다. 이로 인해 두통이 생기거나 눈·피부가 따가울 수도 있다. 구입한 직후에는 환기를 시킨 다음에 운행을 하거나 차창을 열고 운행을 할 필요가 있다.

담배 연기도 집 안 공기를 오염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임신한 아내가 있는 남자가 집 안에서 담배를 하루 한 갑 피울 경우 간접흡연으로 인해 태아는 하루 한 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간접흡연에 노출되면 폐암은 물론 치매나 우울증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무실선 프린터·복사기가 오존 발생 주범

새로 지은 학교 교실도 새집증후군과 마찬가지로 실내 공기가 오염되기 쉽다. 여기에 새 책상과 가구까지 교실에 들어차면 포름알데히드 같은 오염물질 농도는 위험한 수준에 이른다.

반대로 낡은 교실에서는 시멘트 가루 등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와 중금속이 실내 공기를 오염시킨다. 최근에는 건축재료로 사용된 석면이나 지하 토양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문제가 되고 있다.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서 중피종 등을 일으키고, 라돈은 폐암을 일으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자연 발생하는 라돈 가스가 전 세계 폐암 발병 원인의 최대 14%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일부에서는 '새 책 증후군'도 문제가 된다고 주장한다. 책에는 접착제·잉크 등 화학물질이 많이 사용된다. 종이의 원재료인 나무가 썩지 않도록 하기 위해 포름알데히드가 첨가되는 경우가 있고, 종이를 표백하기 위해 약품을 넣기도 한다. 이 때문에 새 책을 쌓아 둔 교실이나 서점에서 긴 시간을 보내면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천식이 악화될 수도 있다.

사무실의 경우 복사기와 레이저 프린터가 문제가 된다. 이들 사무기기가 고온으로 작동하는 과정에서 오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존은 피부와 폐를 자극하고 천식을 일으키는 대기오염물질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오존에 대한 실내 노출이 옥외 노출보다 100배나 더 많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5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7.2%에 이르는 1570만 명이 천식을 앓고 있다. 호주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일부 레이저 프린터 토너에서는 미세먼지가 나온다. 초미립자 형태의 미세먼지는 폐 깊숙이 침투해 폐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산화탄소 가득 지하철, 졸린 이유 있었네

지하철만 타면 졸린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출퇴근 시간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많은 사람이 내뿜는 이산화탄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산화탄소가 2000ppm보다 많아지면 비활동적인 사람, 즉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졸음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환기가 잘 안 되는 지하철에서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2000ppm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 공기를 오염시키는 또 다른 원인 물질은 미세먼지다. 철도 노면에서 피어오른 먼지가 전동차 안으로 밀려든다. 최근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면서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 지하철 공기의 미세먼지 기준은 ㎥당 15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인데, 환경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수도권 9개 노선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농도는 지하철 6호선이 평균 123.5㎍으로 가장 높았다.

지하철 역사에서는 석면이 문제가 되고 있다. 승강장 천장 등에 석면이 포함된 회반죽이 칠해져 있는데, 이것이 낡아서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역사의 개·보수 작업 때도 석면이 떨어져 나와 공기를 오염시키기도 한다.

지하공간인 지하철에서는 방사능 물질인 라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하수에 포함된 라돈이 공기 중으로 퍼져 나오기 때문이다.


고맙다, 산세베리아·벤자민·팔손이 …

실내 공기 오염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창문을 열고 환기를 자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 절약이 강조되면서 냉난방을 하는 여름·겨울에는 창을 열기도 쉽지 않다. 최근에는 환기 과정에서 실내와 실외 공기의 온도 차이를 줄이는 환기장치도 개발되고 있다. 겨울철의 경우 차가운 외부 공기가 실내로 들어오기 전에 실외로 빠져나가는 따뜻한 공기에 의해 데워지도록 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식이다. 환경부에서는 실내 공기 오염을 막기 위해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건축자재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가구 재료에 대해서도 인증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일정 기준 이상으로 오염물질을 방출하는 가구 재료는 아예 출시를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가정에서는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거나 공기 정화 식물을 들여놓으면 실내 공기오염을 줄이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 공기정화 식물로 잎이 좁고 긴 산세베리아가 대표적이지만 야자류 식물과 벤자민·스킨답서스·팔손이 등도 정화 능력이 탁월하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대나무야자·왜성대추야자·아레카야자 등 야자류 식물은 적은 햇빛에도 잘 자라면서 포름알데히드나 휘발성유기화합물을 분해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담배 연기 뿐만 아니라 각종 냄새를 제거하는 능력도 크다. 벤자민은 아황산가스·이산화질소·오존 등을 제거하는 능력이 우수하다. 덩굴류 식물인 스킨답서스는 주방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데 적합하다. 팔손이는 빛이 있어야 잘 자라기 때문에 베란다에 놓아두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매연과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데 좋다.

하지만 식물만으로 공기를 정화하기 위해서는 제법 많은 화분이 필요하다. 잎 길이가 100㎝ 이상인 큰 식물은 20㎡의 공간에 3.6개, 잎 길이가 30~100㎝인 식물은 7.2개, 30㎝ 이하는 10.8개가 정도 있어야 한다. 3.3㎡당 화분이 1개 정도는 돼야 하는 셈이다.

중앙일보 2009.10.23 00:05

http://news.joins.com/article/aid/2009/10/23/3516079.html?cloc=olink|article|defau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