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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은퇴 모르는 팔팔한 70대 현업 근로자"


알파색채에 근무하고 있는 70대 할머니ㆍ할아버지 근로자들이 작업장에서 활짝 웃고 있다. <김호영 기자>
"우리 같은 노인이 일하면서 돈을 번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같은 노인 친구들이 아직도 현장에서 일하는 저를 정말 부러워 하죠."

올해 72세인 조인영 할머니 하루는 활기차다. 조 할머니는 아침 8시 30분까지 물감 공장으로 출근해 젊은 근로자들과 똑같이 하루 8시간 일한다. 조 할머니가 하는 작업은 물감을 병에 담는 일. 이 일을 한 지가 40년 가까이 되다 보니 웬만한 기계보다 더 정확하다. 함께 일하는 젊은 근로자들은 조 할머니를 '달인'으로 인정한다. 조 할머니는 55세가 되던 1992년 정년퇴직했지만 이후에도 17년 동안 같은 월급을 받으면서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조 할머니는 "나이가 들어도 일 하는 게 즐겁다"며 "몸이 아파 움직일 수 없게 될 때까지 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물감 제조 전문업체 알파색채는 전체 근로자 75명 가운데 55세 이상이 15명이나 된다. 10명 중 2명이 55세 이상 고령자다. 회사 취업규칙에는 정년이 만 55세로 돼 있지만 정년에 이른 근로자가 원할 때는 재고용된다. 별도 근로계약 체결 없이 정년 이전 근로조건과 급여조건이 그대로 연장된다. 정년 당시 받았던 월급이 그대로 인정되는 셈이다.

다만 파트타임으로 전환을 원하는 고령 근로자에 대해서만 근로자 자유의사에 따라 근로시간과 급여 등을 변경한다.

김순산 할아버지(72)도 이 공장에서 40년 넘게 재료 분배와 창고 관리 등 일을 하고 있다.

김 할아버지는 "사람은 일을 해야 늙지 않는다"며 "계속 일할 기회를 준 회사에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생산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고령자에게 계속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은 전영택 알파색채 회장(86)과 부인인 남궁요숙 사장(77) 철학이다. 이런 마음은 '고령자 고용'이란 경영철학으로 그대로 녹아 들었다.

남궁 사장은 "제일 가난했던 시절, 열심히 일만 하느라 정작 자기 노후대책은 준비조차 하지 못한 이들이 지금 60ㆍ70대 노인들"이라며 "젊은이 10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느니 하면서 노인을 '짐'처럼 여기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남궁 사장은 고령자 장점으로 '직무급 등 임금 유연성'과 '일에 대한 성실성과 열정' 등을 꼽았다. 그는 "나 자신이 나이가 많기 때문에 고령자가 왜 일을 해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며 "신체적으로야 젊은이와 견줄 수 없지만 오랜 세월 생산현장을 지켜낸 노하우와 경험을 잘 살리고 근무여건을 개선해 나가는 게 고용자 고용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궁 사장은 "정부에서 노인 고용을 위해 교육을 하고, 창업도 지원해 준다고 하지만 노인이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자체가 힘들 뿐만 아니라 젊은이도 힘들어 하는 창업에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자신들이 정년퇴직했던 직장에서 다소 적은 임금을 받더라도 계속 일할 수 있게 해 주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2008.11.12 17:54

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08&no=691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