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니어, 실버관련/시니어소식, 정보

노후 양극화 : 실버타운 VS 시립양로원


8자형 사회로 가는가
레저시설 등 이용 편안한 노후 vs “경제력 없어 불편해도 참아요”

실버타운 입주 노부부

서울의 한 실버타운 헬스케어센터에서 건강관리를 하고 있는 노부부. <경향신문>
박모 할아버지는 평생 교육 공무원으로 살다가 퇴직한 후 지난해 아내와 함께 서울 시내에 있는 실버타운에 입주했다. 자식들이 모두 독립했기 때문에 노년에 좀 더 편안하게 살고 싶어서 내린 결정이다.

실버타운 입주자는 매년 종합 검진도 받을 수 있고, 24시간 상주하는 간호사도 있어 노년에 있을지 모르는 응급 상황에 대비하기 쉽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또한 입주자는 실버타운과 계약을 맺은 병원을 이용하면 진료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그리고 재활센터·헬스센터·수영장·노래방·당구장·극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모든 레저 활동을 타운 내에서 할 수 있다. 또한 노인들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미끄럼 방지 바닥재, 문턱 제거 등의 안전시설도 갖추고 있어 활동하는 데도 불편함이 없다. 방이나 거실에는 ‘무동작’ 감지센터도 있어서 1~2시간 움직임이 없으면 경보가 작동된다. 실버타운이 시내에 있어서 나들이 가기도 편한다.

입주 금액은 62.7㎡(19평형)에 2억5000만 원 정도. 관리비와 식사비를 합하면 두 부부는 매달 160만 원 정도를 낸다. 관리비가 일반 아파트보다 비싸지만, 아내와 함께 노후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박모 할아버지는 “관리비는 일반 아파트보다 비싸지만, 이곳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또한 실버타운 내에서 생활하면서 비슷한 부류의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점도 실버타운을 이용하는 노인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2007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유료 노인복지주택’으로 등록된 전국의 실버타운은 14곳. 서울·경기 지역에 8곳, 그 외 지역에 6곳이 들어서 있다. 2005년에는 12곳이었는데 약간 증가한 셈. 분양가는 시설과 규모에 따라 평당 1000만~1500만 원 정도. 또한 관리비 역시 규모와 시설 등에 따라서 차이가 많이 난다. 호화 실버타운은 분양가가 평당 2000만 원을 넘는 곳도 있고, 매달 내는 관리비가 개인당 100만 원 이상인 곳도 있다.

하지만 관리가 비싸고 분양가가 높은데도 실버타운을 찾는 노인이 늘고 있다. 실버타운은 노인이 생활하는 데 편하기 때문이다. 실버타운은 크게 도심형, 근교형, 전원형으로 나뉘는데 요즘은 교통이 편리하고 문화시설이 인접한 도심형 실버타운이 인기다. 실버타운을 이용하는 이유는 대부분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무료 양로원 전전 노인들

봉사활동을 나온 경찰들의 도움으로 머리를 말리고 있는 무료 양로원 노인들. <경향신문>
2~3년 전 서울시립양로원에 처음 입소한 김모 할머니. 양로원이라는 어감 때문일까. 막상 입소한다고 생각하니 남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양로원 하면 어쩐지 세상에서 버림받은 노인들만 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서울시립양로원에서 생활해보니 만족스러웠다. 8250㎡(2500평) 규모의 양로원에는 게이트볼장·노래방·산책길 등을 갖추고 있어서 시간을 내 맘대로 즐길 수 있다. 수화, 컴퓨터, 한글을 가르쳐주는 것도 좋기만 하다. 외출도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서 멋을 부리는 사람도 많다. 김모 할머니는 “들어올 때는 조금 부끄러웠는데, 있어보니까 좋더라”고 말했다. 아플 때는 서울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가족 없이 사망하면 양로원에서 모든 것을 해준다니 가장 걱정했던 죽음 준비에 대한 부담도 사라졌다.

하지만 김모 할머니는 여전히 외부에 나가면 “양로원에 있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한다. 아무래도 외부의 시선이 부끄럽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립양로원 건물이 지은 지 오래되어 노인이 생활하기 불편하다는 점이 노인들의 불만이다. 오래전부터 시설을 정비하려고 양로원도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재정 지원이 안 되기 때문에 손을 대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시립양로원의 전광원 사무국장은 “1982년 고덕동에 자리를 잡았으니까, 시설이 노후된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재정 지원이 없기 때문에 시설보수를 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한 식비가 한 사람당 1800원으로 정해져 있는데, 원자재 가격이 올라 식사의 질을 예전처럼 맞추는 것도 힘든 일 중 하나. 전 사무국장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후원금이 끊긴 것도 양로원 운영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에 있는 무료 양로시설은 서울시립양로원·모니카의집·은빛자리 등 11곳이 있다. 무료 양로시설에 들어가려면 ‘기초생활수급자’ ‘서울시 거주자’ ‘65세 이상 건강한 노인’ 등의 기준이 있다. 즉 스스로 거동할 수 있는 65세 이상의 형편이 어려운 노인이 대상인 것. 현재 서울시립양로원의 총 정원은 150명이다. 150명을 다 채우면 한방에 6명이 함께 들어가서 생활해야 하는데, 2008년 현재 110명의 노인이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불황 때문인지 요즘 입소 상담을 요청하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늘어나고 있다.

양로원에서도 빈부차가 존재한다. 양로원에 들어가면 매달 기초노령연금 8만4000원을 받지만, 한 달 용돈으로는 부족하다. 가족이 있는 노인은 조금씩 용돈을 받을 수 있지만, 가족이 없는 노인은 기초노령연금으로만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로원을 이용하는 대다수 노인은 “일을 계속해서 수입이 있다면 시설에는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혼자 살아갈 경제력만 있으면 여전히 시설을 이용하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위클리경항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18743&pt=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