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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실버관련/시니어소식, 정보

재계의 노병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닷컴 붐 이래 젊은이들이 재계를 장악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상은 다르다. 경영 현장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며 베이비붐 세대, Y 세대에게 귀감이 되는 노인들(?)은 많다.

비아콤ㆍCBS의 섬너 레드스톤(85) 회장은 새벽 5시에 일어나 수영ㆍ사이클링ㆍ달리기로 체력을 단련하고 증시가 열리기 전까지 재무 보고서를 읽는다.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77)은 권투 트레이너와 함께 링에 올라 몇 라운드 스파링한 뒤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9월 8일자)가 기업을 경영하거나 아직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75~100세의 '노인 기업가'들에 대해 조사해본 결과 이들 대다수는 창업자였다.

주주들은 이들 노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하지만 은발의 기업인 상당수가 대지분으로 기업을 장악하고 있다.

상장 기업을 이끄는 대다수 노병의 실적은 지난 5년 동안 지수 실적에 뒤졌다. 물론 예외도 있다. 같은 기간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는 59% 상승했다. 한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500은 40% 올랐다.

대다수 기업의 임원은 65세면 퇴직한다. 자동차 업계의 베테랑 로버트 루츠(76)는 10년 전 크라이슬러에서 퇴직했다. 그는 "경험이 풍부한 임원을 내보내는 것은 값진 자산을 버리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경영 전문가들은 기업이 정년 문제에서 좀더 유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예일 대학에서 경영학을 강의하는 제프리 소넨펠드 교수는 "연령이 아니라 엄정한 정기 고과로 임원들에 대해 평가해야 한다"며 "피부색을 문제 삼지 말아야 하듯 연령도 문제 삼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흔히들 나이 들면 변화에 거부감을 갖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노인들에게는 평생 구축해온 인적 관계와 역사적 전망이 있다. 이들은 리스크를 평가하고 기회를 포착하는 데 뛰어나다.

노병들의 이런 장점은 격변기에 빛을 발한다. 헤드헌팅업체 하이드리크 앤 스트러글스의 제라르 로슈(77) 회장은 최근 몇 년 사이 몇몇 은발의 임원을 기용했다. "이들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출판업체 허스트의 빅터 간지 최고경영자(CEO)가 돌연 사직했다. 허스트 이사회는 프랭크 베낵(75)을 다시 불러들였다. 베낵은 허스트의 CEO로 24년 간 재직한 바 있다.

2004년 델타항공은 당시 70대였던 제럴드 그린스테인을 영입했다. 현재 제너럴 모터스(GM)의 부사장으로 재직 중인 루츠는 '기름 먹는 하마'인 픽업트럭과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에서 소형차로 과감하게 생산라인을 바꾸고 있다.

대다수 은발의 임원들은 이런 배짱, 인내, 앞날에 대한 전망을 중시한다. 노병들은 젊은 기업인에게 이런 요소가 결여돼 있다고 말한다.

레드스톤 회장은 "젊은 중역들에게 부족한 것이 바로 경험"이라며 "그들이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것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경영학 석사 학위(MBA) 과정이 데이터에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창의력을 앗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경제  2008.09.01 07:08

http://www.asiaeconomy.co.kr/uhtml/read.php?idxno=2008090106554691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