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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웰빙정보/노인성질환

증상보고 체크하는 부모님 건강법


짧은 연휴에 신종플루까지 극성을 부리면서 올 추석에는 귀성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눈에 뻔히 보이는 고생길을 마다 않고 부모님을 찾아 뵙는 것이 우리네 명절 풍경이다.

고향집 대문을 달려 나오시는 부모님을 뵈면 더욱 수척해진 모습이 안쓰러운데 ‘나이들면 다 그렇지’, ‘괜찮다’ 는 말만 되풀이하시는 부모님 말씀에 가슴은 더욱 짠하기만 하다. 노부모를 뵈면 으레 어디가 어떻게 편찮으신지 묻곤 하지만 딱히 대처방법을 내놓지는 못한다. 그러나 노부모가 몸으로 느끼는 다양한 증상들을 단순히 노화 탓으로만 미루기 보다 적극적으로 체크해서 문제해결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효도의 한 방법이다.

특히 노인들이 겪는 뼈나 관절, 소화기능 등의 장애는 노화가 진행되면서 나타나기 쉬운 질환이지만 사회활동은 물론 일상적인 생활에도 지장을 줘 노년기 삶의 질을 현격히 떨어뜨리는 주범이기도 하다. 때문에 우리 몸이 알려오는 병의 전조증세를 빨리 파악해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한 두 가지 증상만으로 정확한 몸 상태를 파악할 수도 없고, 임의로 약을 복용하거나 운동 등 자가처방을 하는 것은 금물이지만, 증상을 통해 의심되는 병증을 대략적으로 체크해볼 수 있다.

◇ 등·허리가 굽고 휘고 아프다면

나이 든 부모님께 흔히 들을 수 있는 게 바로 ‘뼈마디가 쑤시고 저린다’는 말이다. 실제로 노화가 진행되면 가장 쉽게 눈에 띄는 것이 바로 근육이나 뼈, 관절 등의 퇴행성 질환이다.

△허리가 더 굽었다면= 주변에서 허리가 휘어 지팡이나 유모차에 의지해 걷는 노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나이가 들면 허리가 구부정해 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굽은 모습이 ‘꼬부랑할머니’처럼 더 심해졌다면 퇴행성 요추후만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쪼그리고 앉아 일하거나 좌식생활을 주로 하는 동양에서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다. 보통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을 함께 호소한다.

심하지 않은 퇴행성 요추후만증은 허리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나 보조기 등을 사용해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근육이 많이 소실돼 이미 허리가 심하게 굽은 상태에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 경우 척추 뼈 마디를 붙여주는 척추체 유합술이나 나사못삽입술 등과 같은 수술적인 치료도 고려할 수 있으나 수술 범위가 크고 재발률도 높은 편이어서 전문의와 잘 상의해야 한다.

△등이 굽고 튀어나왔다면= 허리가 굽어지는 퇴행성 요추후만증과는 달리 등 부분이 굽어져 튀어나왔다면 노인성 척추후만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골다공증과 허리 추간판 및 관절의 퇴행성 변화로 인한 척추압박골절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여성들은 폐경 이후 골밀도가 낮아지고 뼈가 약해져 걸릴 확률이 높다.

증세가 심하지 않다면 복근과 척추 근육 강화운동, 재활 치료를 받으면 어느 정도 교정이 가능하다. 만약 운동요법만으로 효과가 없으면 보조기를 장착하거나 골다공증 치료제를 이용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척추의 압박골절이 심하거나 신경이 압박돼 통증이 심한 경우, 또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등이 굽었다면 척추체 유합술이나 나사못 삽입술 등 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허리나 등이 육안으로 쉽게 확인될 정도로 굽어져 있다면 치료가 쉽지는 않다. 따라서 평소 걷기나 수영, 자전거 타기 등과 같은 운동으로 허리 힘을 기르고,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습관을 들여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움직이면 허리·다리가 아프고 저려= 가만히 있으면 괜찮다가 조금이라도 움직일라치면 통증이 오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노인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허릿병인 척추관 협착증일 가능성이 높다. 척추관 협착증은 노화 때문에 디스크가 약화돼 척추후관절이 굵어지고 인대가 두꺼워져 신경을 누르는 증상이다. 허리를 구부린 자세에서는 인대가 얇게 늘어져 신경을 건드리지 않지만 허리를 펴고 움직이게 되면 인대가 다시 원위치 하면서 신경을 눌러 엉치나 다리가 저리고 아프게 된다. 때문에 조금 쉬면 나아지지만 다시 움직이면 금세 통증이 전해지기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상태가 심하지 않다면 약물이나 운동으로 치료할 수 있다. 또 신경의 부종이나 염증을 가라앉히는 신경치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협착 정도가 심할 때는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부분마취를 하고 미세현미경을 이용하여 척추관을 넓혀주는 수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는데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수술여부와 방법 등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 팔다리가 저리고, 잘 붓는다면

△손발이 찌릿찌릿 저리다면= 손발이 저리면 단순히 혈액순환 장애쯤으로만 생각하고 마사지를 하거나 침을 맞고 건강보조제 등을 복용하는 경우도 꽤 많다. 하지만 원인에 따라 그 증상도 다양하고 치료법도 다르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부들의 경우 흔히 손가락이나 손바닥이 저린 경우가 많은데 수근관 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설거지나 다른 반복적인 가사일에 시달리다 보면 손목 터널 인대가 굵어져 그 안을 지나는 신경을 누르게 된다. 이때 주로 엄지와 두번째, 세번째 손가락이 저리고 손바닥도 많이 저리다. 내시경을 이용해 두꺼워진 인대를 잘라주는 수술로 간단히 치료할 수 있다.

목 디스크도 손을 저리게 하는 주된 원인이다. 이 경우에는 수근관증후군과 달리 손뿐만 아니라 어깨와 팔이 함께 저린 경우가 많다. 목 디스크는 안정을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물리치료 등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심하면 환자의 나이나 손상된 신경부위와 범위 등을 고려해 수술을 해야 한다.

다리가 저린 경우 허리 디스크(추간판 탈출증)를 의심해볼 수 있다. 이 경우 처음에는 허리만 아프다가 점차 엉치나 허벅지 종아리, 발등이나 발바닥, 심하면 발가락까지 저리게 된다. 물리치료나 약물치료 등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고, 상태가 심하면 미세현미경 등을 이용해 비교적 간단히 수술할 수 있다.

△무릎에서 소리가 난다면= 나이가 많든 적든 무릎에서 소리가 나는 경우는 많다. 보통 무릎 내 관절 주위의 근육이나 힘줄이 마찰하면서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통증이 없다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소리와 함께 통증이 느껴진다면 관절 문제를 의심해볼 수 있다. 특히 노인들이 많이 겪는 관절염의 경우 ‘뿌드득 뿌드득’ 하고 갈리는 소리가 난다. 관절염으로 연골이 마모된 상태에서는 관절이 움직일 때 마치 뼈가 갈리는 듯한 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 같은 소리가 좀더 선명하게 들린다면 관절염이 중기 이상인 경우가 많다. 퇴행성관절염이 심하면 무릎 관절이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이 힘들어져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만일 무릎이 붓고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초기 관절염은 약물치료와 운동요법으로도 상태를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증세가 심하다면 관절내시경 등을 이용한 수술치료를 받을 수 있다. 만약 일상적인 생활이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하고 거동하기조차 힘들다면 인공관절수술도 고려해볼 수 있다.

△다리 부기가 심하고 잘 빠지지 않는다면= 나이가 들면 일반적으로 근육량이 줄어들어 다리도 얇아지기 마련인데 심한 부기 때문에 다리가 퉁퉁한 경우를 더러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조금 부었다가도 휴식을 취하거나 마사지를 해주면 부기가 빠지는데 문제는 다리부종이 있어 부기가 빠지지 않는 경우다. 다리부종의 원인은 다양한데 50세 이상의 경우 만성 정맥부전이 주요 원인이다.

다리부종을 방치하면 부종 자체로 인한 다리의 무거움증, 관절운동장애나 신경압박으로 인한 저림이나 감각이상, 심한 통증도 생길 수 있다. 상태가 심해지면 면역력이 떨어져 다리에 염증이 생기거나 정맥 순환이 정체돼 하지정맥류가 생기기도 하며, 피부가 딱딱해지면서 일명 코끼리다리(상피증)가 될 수도 있다. 양말자국이 오래 남아 있거나 손가락으로 다리를 누르면 쑥 들어가는 경우, 평소에 잘 맞던 신발이 꼭 끼거나, 다리뿐 아니라 손발과 얼굴도 잘 붓는다면 다리부종 초기증세를 의심해볼 수 있다.

증상이 경미하면 운동이나 마사지, 족욕, 식이요법 등 평소의 생활관리를 통해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거나 증상이 심하면 병원에서 각 원인에 따른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 배변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의지와 상관없이 변이 새어나온다면= 노화가 진행되면 괄약근의 조절기능이 약해져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변이 새어 나오는 변실금도 주의해야 한다. 보통 변실금은 65세 이상 노인의 약 5% 정도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생명을 위협할 만한 질환은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돼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보통 직장에 변이 가득한데도 변의를 느끼지 못하다가 변이 자신도 모르게 흘러 나오거나, 변의를 느꼈지만 화장실에 갈 틈도 없이 나오기도 한다. 또 기침, 방귀가 나올 때 저절로 변이 흘러 나오기도 한다.

평소 물과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고 매일 일정한 시간대에 10분 정도 화장실에 가서 앉아있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고, 항문을 조였다가 풀어주는 케겔운동을 자주 해주면 괄약근의 탄력이 좋아져 변실금 예방에 도움이 된다.

증상이 가볍다면 약물 치료와 함께 배변 훈련의 일종인 바이오피드백 치료를 통해 좋아질 수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도 괄약근 교정술이나 복원술을 받으면 90% 이상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괄약근이 수술할 만큼 남아있지 않거나 신경 손상이 원인이라면 치료효과가 그리 높지 못할 수도 있다.

△변비 때문에 고생하신다면= 부모님이 평소 정상적인 배변을 못한다면 노인성 변비를 의심해볼 수 있다. 노인들은 장 기능이 떨어져 대장운동이 느려지는 노인성 변비를 앓는 경우가 많다. 변비로 인해 생기는 통증은 없지만, 변을 볼 때 무리하게 힘을 주게 돼 자칫 실신을 하거나 뇌졸중을 일으킬 수도 있다. 또 증상을 방치할 경우 대변이 쌓여 직장 궤양을 만들거나 소변장애, 방광 통증, 변실금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초기라면 대장 운동을 자극하는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방치하면 대장 기능이 완전히 상실돼 대장 전체를 잘라내야 할 수도 있다. 특히 너무 나이가 많으면 수술도 어렵기 때문에 증상이 있다면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변비증세가 대장기능 저하 때문이 아니라 대장암이나 직장암이 원인일 수도 있기 때문에 50세 이후에는 반드시 5년마다 한 번씩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대변에 피, 고름 등이 섞여 나온다면= 건강한 대변은 소화기관이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대변의 색깔이나 상태를 통해서도 건강 이상을 체크해볼 수 있다. 정상적인 대변의 색깔은 섭취한 음식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황금색으로 보면 된다.

배변 시 쉽게 볼 수 있는 이상증상은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다. 대변에 선홍색의 피가 묻어 나왔다면 항문이나 직장, 하부 대장의 출혈이 원인일 수 있다. 검붉은 색을 띨 경우는 대장 위쪽의 출혈을 의심해볼 수 있고, 만일 변기 안이 온통 빨갛게 물들 정도로 출혈이 심하다면 치질일 가능성이 높다.

또 대변에 피와 함께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섞여 있거나 고름과 같은 설사가 나왔다면 대장이나 직장 내 염증 때문일 수 있다. 대장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배변 시 통증이나 혈변, 빈혈, 소화장애, 변비, 변의 굵기감소 등은 대장암의 주된 증상이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 쓰는 것이 좋다.

물론 변의 색깔이나 특징만 보고 병증을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으므로 배변 시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과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도움말 : 연세SK병원 다리부종클리닉 소동문 원장·신경외과 강태훈 과장, 한솔병원 이동근 원장

국민일보 쿠키뉴스 2009.09.29 10:27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1254219914&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