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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웰빙정보/노인성질환

치매환자 설움은 누가 알아주나

“배고파” “머리아파” “기운이 없어”

치매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2년 전부터 치매를 앓기 시작한 고순자(가명.73세) 할머니도 가족들에게 이런 말을 주로 했다. 늘 허기진 것처럼 먹을 것을 찾았고, 한 손을 머리에 얹은 채로 두통을 호소했다. 끼니를 챙기고 약을 먹어도 기력이 없어 잘 걷지 못하고 툭하면 넘어지기 일쑤였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이런 표현조차도 사라졌다.

고 씨 할머니처럼 치매가 악화돼 말수가 적어지면 가족들의 시름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 그때부터는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갓난아기와 마찬가지가 되기 때문이다.

윤병우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는 암이나 다른 중증질환과는 달리 스스로 병을 맞을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태에서 병을 얻고 서서히 인지기능을 상실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 상황에 대처할 만한 능력도 여지도 없다”고 설명했다.

◆ 치매환자는 천덕꾸러기다?

치매는 뇌세포가 파괴돼 지적 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병이다. 뇌세포는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어렵기 때문에 한 번 병이 진행되면 완치가 어렵다. 치매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서양에서는 세포가 죽어가면서 기억장애가 생기는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뇌경색, 뇌출혈처럼 혈류가 감소해 뇌세포가 줄어드는 혈관성 치매 환자가 더 많다.

실제로 가족 중에 치매환자가 있으면 천덕꾸러기 취급을 할 때가 많다. 여러 가지 면에서 가족들에게 불편을 주기 때문이다. 맞벌이 가정에서는 24시간 환자 옆을 지키며 간호해 줄 수 있는 여력이 없다. 또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는 환자의 경우 약값이 3개월 평균 70만원까지 호가한다. 요즘 같은 경기불황엔 한층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 치매환자에게도 ‘삶의 질’은 중요

그렇다고 치매 환자를 홀로 내버려둬선 안 된다. 약 복용을 중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이 사라지면 우울증과 같은 정신과적 질환까지 생길 수 있다. 또 약을 끊으면 증상은 또다시 악화될 수 있다. 중증 치매 환자는 인지 기능이 매우 손상된 상태라 그동안 환자의 삶의 질 측면은 크게 강조된 바가 없다. 오히려 환자 보호자의 역할과 희생에 대한 것들이 더 많이 알려져 왔다.

전문가들은 말 못하는 치매 환자의 삶의 질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어린 아이를 보살피듯 상태를 예의주시하는 것. 이 모든 행동은 애정에서 비롯돼야 한다.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 환자는 인지 기능이 사라진 상태에서도 희한하게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다 알아챈다”며 “가족들의 사랑과 보살핌이 진행속도를 늦추는 데 효과가 있고, 환자의 행동 패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2009.04.27 17:33

기사 원문보기 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09&no=248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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