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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박' 황혼 사랑에 빠지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최주봉

욕을 입에 달고 살며,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맞장 뜨자"며 싸움질하는 괴팍한 할아버지가 폐지 줍는 할머니와 애절한 사랑에 빠진다.

강풀 만화 원작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소극장 무대로 옮긴 동명의 연극에서 배우 최주봉(64)은 가슴 떨리는 "생애 처음의 경험"에 눈을 떴다.

"만화를 읽고 많이 울었어요. 평생 해보지 못한 역할이라 더 떨리고 긴장돼요."

그의 배역인 '김만석'은 76세이지만, 7살 어린아이같은 개구쟁이 천성을 가진 인물이다. 툭 하면 제 성질에 못 이겨 화부터 버럭 내지만 속내는 여리고 순수하다. "우유 배달을 하는 것도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먼저 간 아내가 마지막으로 먹고 싶어했던 것이 우유였기 때문이다."

황혼녁에 찾아온 새로운 사랑 앞에서도 그는 소년처럼 수줍게 사랑을 시작한다. 실제 환갑이 넘은 배우 최주봉도 마음은 청춘이다. "황혼의 로맨스요? 마음은 앞서지만, 여건이 허락되지 않을 뿐"이라며 웃는다.

"여주인공 할머니와 손을 붙잡고 석양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장면이 있는데 무척 애뜻해요. 모든 게 내 세상이고 몸이 녹아드는 느낌이죠."

그는 "현실에서 못하는 걸 연극에서 할 수 있어 배우라는 직업에 만족한다"며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연기 열정만큼 치르는 대가도 만만찮다.

"대사가 모두 280마디에요. 더욱이 귀가 잘 안들리는 노인의 역할이라 한 톤을 올려 대사를 하기 때문에 목이 금방 쉴 정도로 힘이 듭니다. 아마 동료배우인 강태기와 번갈아 하지 않았다면 병원에 실려같을 것 같네요."

그만큼 혼신의 힘을 쏟아 붓고 있다는 증거일 터이다. 30년 연기 외길을 걸어왔지만, 그는 아직도 꿈이 많다. "이순재, 신구 같은 대배우들이 부러워요. 70년이라는 긴 세월을 두고 연기 욕심을 천천히 채워나가고 싶습니다."

그런 그에게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배우 인생에서 또 한 발짝 나아가는 작품이다. "젊은 관객들이 먼저 보고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함께 공감하는 연극"이라며 "혼자 보기 아까운 작품"이라고 자신했다.

객석 점유율이 98%에 달할 정도로 남녀노소를 초월한 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대학로 더굿씨어터에서 오픈 런(종연일을 정하지 않은 공연)으로 열리고 있다. (02) 3448-4340

머니투데이  2008.11.02 09:19

http://wealth.moneytoday.co.kr/view/mtview.php?no=2008102317171846773&typ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