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명 중 1명(9.9%)이 65세 이상 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6.4%)에 비해 3.5%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행복한 노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아름답게 늙기 위한 '노인 10계명'이 화제가 되는 것도 이런 관심을 반영한다.
노인 10계명에는 '냄새 나지 않도록 매일 몸을 청결히 하자', '속내를 감추지 말고 드러내자', '다정하고 유쾌한 사람이 되자', '운동으로 건강을 다지고 끊임없이 움직이자' 등 주로 노인 스스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법이 정리돼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조되고 있는 게 바로 노년기 건강관리다. 노인 스스로 건강을 챙기지 않으면 젊은 세대에게 부담을 주고 그로 인해 가족들과 멀어질 뿐 아니라 행복한 노후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10월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행복한 노후생활에 걸림돌이 되는 건강문제를 살펴보고 각 분야 전문의의 도움말로 적절한 대책을 알아본다.
꼬부랑 할머니를 연상케 하는 퇴행성 요추후만증이 발병하면 등과 허리 근육이 약해져 허리가 앞으로 숙여진다. 그래서 걸을 때 앞으로 쏠린 무게 중심을 분산시키려고 뒷짐을 지거나 지팡이를 짚어야 한다. 심하면 보조 보행기나 유모차에 의지해야 걸을 수 있다.
손자·손녀들은 할머니의 이런 모습이 부끄러워 피하기도 하고, 노인 자신도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가족 모임이나 여행에서 소외되기가 쉽다.
퇴행성 요추후만증은 쪼그리고 일하거나 앉아있는 생활을 많이 하는 동양에서 비교적 흔히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 원인이 확실치는 않다.
전문의에 따르면 의학적으로는 허리를 지탱하는 근육의 약화와 추간판 변성이 가장 큰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요추후만증이 있으면 보통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을 함께 호소한다.
퇴행성 요추후만증은 허리근육 강화운동과 보조기 요법을 함께 해 치료하지만 대부분 근육이 많이 없어지고 난 뒤 허리가 굽은 상태에서 병원을 찾기 때문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증상이 심하면 척추 뼈마디를 붙여주는 척추체 유합술 및 나사못 삽입술을 고려할 수 있지만 수술 범위가 크고 재발률도 높은 편이어서 전문의와 잘 상의해야 한다.
이와 비슷한 질환으로 노인성 척추후만증이 있다.
허리가 굽어지는 퇴행성 요추후만증과 달리 등 부분이 굽어져 돌출되는 질환이다. 나이가 들면서 골다공증과 함께 허리 추간판과 관절에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면서 척추에 압박골절이 생기는 게 주 원인이다.
특히 폐경 이후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 뼈가 약해지는 여성이 걸릴 확률이 높다. 초기 노인성 척추후만증은 복근과 척추 근육 강화운동 및 재활 치료를 받으면 어느 정도 교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운동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면 보조기를 장착해야 하고, 골다공증 치료제를 이용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생활할 수 없을 정도로 등이 굽어진다든지 신경압박이 있거나 척추의 압박골절이 심하면 척추체 유합술 및 나사못 삽입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연세SK병원 신경외과 문병진 과장은 "노인의 허리나 등이 굽어지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하게 될 때까지 방치해 두면 치료가 어려우므로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평소에 걷기나 수영, 자전거 타기 등과 같은 운동으로 허리 힘을 기르고,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 기저귀 차는 할머니, 치매환자 같아요 = 나이가 들면 소화기관이 노화돼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그에 따라 많은 노인들이 소화불량, 치질, 노인성 변비 등을 겪게 된다. 특히 치질이나 노인성 변비를 오래 방치하면 괄약근 조절기능이 약해져 변실금이 생기기도 한다.
변실금은 배변에 대한 자제력이 없어지는 질환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약 5% 정도가 앓고 있다. 직장에 변이 가득한데도 변의를 느끼지 못하다가 변이 흘러나오거나, 화장실에 갈 틈도 없이 변의를 느끼는 즉시 변이 나오기도 한다. 또 요실금처럼 기침이나 방귀를 뀔 때 저절로 변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변실금은 생명을 위협하는 병은 아니지만 환자를 가정과 사회로부터 고립되게 만드는 고약한 병이다. 특히 노인이 변을 가리지 못하게 되면 본인뿐 아니라 그 가족들도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오인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따라서 가족과 함께 우아한 노후생활을 영위하려면 적극적으로 변실금을 예방하고 치료할 필요가 있다.
평소에 물과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고 변의가 없더라도 매일 일정한 시간대에 10분 정도 화장실에 가서 앉아있는 배변훈련을 해주면 좋다. 또한 항문을 조였다가 풀어주는 케겔운동을 자주 해주면 괄약근의 탄력이 좋아져 도움이 된다.
가벼운 정도의 변실금은 약물 치료와 배변 훈련의 하나인 바이오피드백 치료를 통해 좋아질 수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도 괄약근 교정술이나 복원술을 받으면 90% 이상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괄약근이 수술할 만큼 남아있지 않거나 신경 손상이 원인이라면 치료 효과가 그리 높지 못하다는 게 전문의의 설명이다.
한솔병원 이동근 대표원장은 "변실금이 생기면 악취와 함께 기저귀를 착용하는 불편함,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면서 "그러나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 없이 완치될 수 있으므로 병을 감추거나 망설이지 말고 하루빨리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입 냄새 나는 할아버지랑 말하고 싶지 않아요 = 입냄새 또한 노년기에 특별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다. 입냄새가 심하면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물론 손주들의 재롱을 즐기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노인 입냄새의 대표적인 원인은 잘못된 틀니 관리다. 틀니는 이가 빠진 노인의 86%가 사용할 정도로 흔히 사용되는 치과 보철물이다. 그러나 청결관리가 번거로운 편이어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아크릴 재질로 된 틀니에 세균과 곰팡이가 자라 입 안에 염증이 생기고 입냄새가 나기 쉽다.
틀니에 의한 입냄새를 방지하려면 식사 후에 틀니를 꺼내 칫솔로 깨끗이 씻어주어야 한다. 이때 치약을 사용하지 말고 전용 세정제나 물을 사용하도록 한다.
치약에 함유된 마모제 성분은 틀니 표면에 흠집을 내 오히려 세균이 번식하기 쉽게 만든다. 틀니를 수시로 빼내서 닦기 어렵다면 틀니 접착 크림을 사용해 틀니를 착용할 수도 있다. 이 경우 16시간 정도 접착력이 유지되며 잇몸과 틀니 사이에 음식물이 잘 끼지 않게 해 준다.
잠자리에 들 때는 반드시 틀니를 빼서 소독약과 함께 찬물에 담가 둔다. 공기 중에 그냥 두면 틀니가 틀어지거나 세균이 번식할 수 있다. 뜨거운 물에 넣으면 틀니가 변형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틀니 외에도 브리지나 임플란트 등의 보철물이 잘못돼 입냄새가 날 수도 있다. 잇몸에 맞지 않는 보철물 때문에 잇몸 속에 염증이 생기면 별다른 통증 없이 냄새만 나기도 한다.
이외에도 충치나 치주질환으로 인한 염증, 담배와 술 냄새도 입냄새에 한 몫을 한다. 또한 노화로 인해 입 안을 청결하게 유지해주는 침 분비가 줄어도 입냄새가 난다.
램브란트치과선릉 최용석 대표원장은 "평소 올바른 칫솔질과 정기적인 스케일링으로 치아 관리를 해야 입냄새를 예방할 수 있다"면서 "틀니를 사용하는 사람은 6개월에 한 번씩 치과 검진을 받아 틀니 상태를 점검하고 올바른 관리법을 숙지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 도움말: 연세SK병원 신경외과 문병진 과장, 한솔병원 이동근 대표원장, 램브란트 치과 선릉 최용석 대표원장)
매일경제 2008.09.2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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