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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를 넘긴 원로시인들이 사는 법

김광림, 김규동, 김남조 …등단 시력 50년을 넘기고 77세 희수의 삶을 살고 있는 원로시인들이 우리 곁에 많아진 점은 왠지 넉넉하다. 삶의 절정기의 왕성한 활동이 아니더라도 때때로 우주적 직관의 언어로 삶의 비의를 꿰뚫는 지혜로움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현재 80세 미수를 넘긴 시인은 김규동, 김종길, 김윤성, 김남조, 황금찬, 김광림, 문덕수 등 7명, 이 가운데 최고령 시인은 90세 황금찬 시인이다.

계간지 ‘시인세계’가 겨울호 특집으로 10명의 원로시인을 대상으로 ‘시인들의 노년, 노년의 시와 삶’에 대해 설문조사한 내용을 보면 이들의 시정신, 관심, 생활패턴을 읽을 수 있다.

이들은 체력이 약해 보행거리가 날로 줄고 시력저하로 독서의 즐거움을 잃어가는 안타까움을 고백한다. 또 젊은 시인에게 세속을 벗어난 고독속에 시작을 신앙같이 여길 것을 당부하며 진정한 평론가가 없음을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가장 후회되는 일에 대한 질문에 김규동 시인은 “단지 몇 푼 안되는 원고료 때문에 마음에 없는 글을 여기저기 쓴 일”이라고 답했으며,김종길 시인은 “그러한 순간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그런가하면 허만하 시인은 “시를 핑계로 술에 젖었던 젊은 시절”을 후회했다.

문덕수 시인은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 정지용과 T.S엘리엇을 꼽았다. 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이유에서다. 김광림 시인은 R.M. 릴케를, 황금찬 시인은 박목월을 꼽았다. 노년이 돼 좋은 점에 대해서는 문덕수 시인은 “시와 시론에서 뭣이 좀 보인다”고 답했으며, 성찬경 시인은 거의 완전에 가까운 자유를 꼽았다. 박희진 시인은 지금 20살이라면 무슨 일을 하겠냐는 질문에 역시 시를 쓰겠다고 한 반면 성찬경 시인은 시의 길을 택하지 않고 금속조각가가 됐을 것이라고 답했다.

건강관리법은 저마다 달랐다. 황금찬 시인은 “건강을 위하여는 모든 것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그러나 “이 목적을 오래 살아야 하겠다는데 두면 안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남조 시인은 “옛 사람들처럼 운동개념이나 건강관리법에 마음 쓰지 않고 자연 그대로 나날을 보낸다”고 했다.

황금찬 시인은 시인으로 가장 보람있었던 순간을 이렇게 회고했다. “6.25때 나는 1군단 정훈부 종군시인으로 있었다. 넓은 종이에다 큰 글씨로 시를 써서 벽에다 걸어놓으면 피난민들이 그 시를 읽고 울며 박수치고 할 때 슬프도록 기뻤습니다.” 

헤럴드 생생뉴스  2008.11.1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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